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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언어여행
김경자 지음 / 교육과학사 / 1994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들 모두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바둑판 공책에 ㄱ, ㄴ, ㄷ.. 혹은 가,갸,거,겨..를 쓰는 연습을 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글을 쓰는 법을 배우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사실 어린 우리들에게는 지루한 방법이었다. 전통적인 학교에서는 학교에는 받아쓰기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아이들에겐 부진아라는 낙인이 찍혔으며 그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제목에서부터 무언가 흥미있는 여행을 암시하는 이 책은 '재미있는 언어여행'은 첫 장부터 나의 고정관념을 하나둘 깨뜨리며 혹은 고개를 끄덕거리게 하며 마지막장까지 나를 붙잡아 놓았다.
이 책은 '인간은 언어를 가진다' 라는 전제로부터 출발한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고하며 학습하고 세계와 소통하므로 언어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는 동시에 전통적인 언어교육의 대안인 '총체적 언어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총제적 언어교육에서 '언어'는 배워야 할 목적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유용하고 인간생활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존재한다.
그러므로 언어 그 자체를 학습하는데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언어의 의미 소통에 큰 중점을 두는 활동으로 기존에 사용되는 언어 학습과 대비되고 인간의 개개인이 자신만의 언어로 주변과 세계와 소통하며 언어를 통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하는데 의의가 있다.
그렇기에 언어를 배우는 방식도 책상 앞에서 글을 읽고 쓰는데 한정하지 않으며 학생을 둘러싼 주변의 모든 대상이 언어교육의 자료로 활용된다. 책, 잡지, 신문, 표시판, 소포 꾸러미, 포스터 등과 같은 일상생활에서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언어자료로 꾸며진 총체적 언어교실이나 제재나 주제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학습센터에서 학생들은 학습하고 '언어' 뿐만아니라 '언어'를 매개로 하는 다른 과목들을 동시에 학습하게 된다.(이 책의 마지막 장은 실제로 총제적 언어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교실 현장의 모습을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
또한, 총체적 언어교육의 목표는 개인의 성장이지 어떤 절대적인 기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경험을 토대로 자연스럽게 학습자의 내부에 내재한 동기를 유발하여 언어의 발달을 꾀한다. 그러므로 총체적 언어교육에서 교사는 학습 전반을 통솔하며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관찰하고 그에 따른 개별 교육을 실시하는 역할을 수행하므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언어교육을 받아온 나로선 이 책의 내용 중 학생들이 잘못된 철자를 쓰더라도 그것을 그들의 언어표현의 하나로 인정해야한다는 내용이나 수학의 응용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의 대부분은 언어능력의 결핍에서 온다는 사실을 알게된후 충격을 느꼈다.
우리의 언어교육의 현실을 보면 아직은 총체적 언어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아동에게 다양한 언어 경험을 쌓게 해주는 총체적 언어교육의 여러장점이 알려진 뒤로 이러한 언어교육이 뉴질랜드, 영국, 캐나다, 미국 등 영어권 국가를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국어교과서를 따로 두지 않고 만화의 지문이나 요리책을 활용해 글을 배우고, 미술시간에 제작한 작품을 친구들 앞에서 설명한 뒤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수업, 인터넷이나 대중문화 등 학생들의 생활 소재의 사진과 삽화를 넣은 시험문제로 창의력과 종합적인 사고력을 평가하는 덴마크의 시험, TV를 통해 학습하는 미디어 교과를 이미 채택한 영국 등의 사례는 이미 선진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총체적 언어 학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을 위한 언어교육, 이것이 바로 총체적 언어교육에서 감명받은 부분이다. 학생들의 능력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해 우열을 가리고 그 학생의 전부로 판단해버리며 창의성을 꺾는 우리 교육현장에서 학생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그 학생의 전인적인 성장을 위해 존재하는 총체적 언어교육이 하나의 대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