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독서일기 범우 한국 문예 신서 79
장정일 지음 / 범우사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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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작가의 독서일기' 라는 형식의 책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지만 '책'을 직접쓰는 작가는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증을 풀기위해 이 책을 펼쳤다. 하루종일 책만 읽을 수 있게 되길 바랄정도로 장정일은 과연 책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하루에 책을 한권씩이나 읽어대는 그의 생활자체가 '독서'였다.

장정일은 동시에 애서가였다. 그는 젊은 시절 고서점에서 일한적도 있는데 그는 책에 대한 결벽증이 있어서 책에 먼지가 뭍을새라 화장지로 닦아낸다고 하였다. 그러다가 어느날 그는 자신의 소중한 보물을 헌책방에 팔아버리기도 한다. 방에 숨어서 아내가 헌책방 주인과 책값을 흥정하는 것을 지켜보는 장정일의 모습은 정말 의외였다.

그의 독서일기는 단순한 서평이 아니다. 그가 사회를 바라보는 방식과 그의 생활, 그가 소설을 쓰는 이유, 그의 소설을 구성하는 내용을 함축적으로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지금 4권까지 나온것 같은데 4권을 읽게 된다면 장정일이 21세기 후반기를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풀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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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언어여행
김경자 지음 / 교육과학사 / 199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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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모두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바둑판 공책에 ㄱ, ㄴ, ㄷ.. 혹은 가,갸,거,겨..를 쓰는 연습을 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글을 쓰는 법을 배우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사실 어린 우리들에게는 지루한 방법이었다. 전통적인 학교에서는 학교에는 받아쓰기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아이들에겐 부진아라는 낙인이 찍혔으며 그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제목에서부터 무언가 흥미있는 여행을 암시하는 이 책은 '재미있는 언어여행'은 첫 장부터 나의 고정관념을 하나둘 깨뜨리며 혹은 고개를 끄덕거리게 하며 마지막장까지 나를 붙잡아 놓았다.

이 책은 '인간은 언어를 가진다' 라는 전제로부터 출발한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고하며 학습하고 세계와 소통하므로 언어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는 동시에 전통적인 언어교육의 대안인 '총체적 언어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총제적 언어교육에서 '언어'는 배워야 할 목적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유용하고 인간생활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존재한다.

그러므로 언어 그 자체를 학습하는데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언어의 의미 소통에 큰 중점을 두는 활동으로 기존에 사용되는 언어 학습과 대비되고 인간의 개개인이 자신만의 언어로 주변과 세계와 소통하며 언어를 통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하는데 의의가 있다.

그렇기에 언어를 배우는 방식도 책상 앞에서 글을 읽고 쓰는데 한정하지 않으며 학생을 둘러싼 주변의 모든 대상이 언어교육의 자료로 활용된다. 책, 잡지, 신문, 표시판, 소포 꾸러미, 포스터 등과 같은 일상생활에서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언어자료로 꾸며진 총체적 언어교실이나 제재나 주제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학습센터에서 학생들은 학습하고 '언어' 뿐만아니라 '언어'를 매개로 하는 다른 과목들을 동시에 학습하게 된다.(이 책의 마지막 장은 실제로 총제적 언어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교실 현장의 모습을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

또한, 총체적 언어교육의 목표는 개인의 성장이지 어떤 절대적인 기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경험을 토대로 자연스럽게 학습자의 내부에 내재한 동기를 유발하여 언어의 발달을 꾀한다. 그러므로 총체적 언어교육에서 교사는 학습 전반을 통솔하며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관찰하고 그에 따른 개별 교육을 실시하는 역할을 수행하므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언어교육을 받아온 나로선 이 책의 내용 중 학생들이 잘못된 철자를 쓰더라도 그것을 그들의 언어표현의 하나로 인정해야한다는 내용이나 수학의 응용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의 대부분은 언어능력의 결핍에서 온다는 사실을 알게된후 충격을 느꼈다.

우리의 언어교육의 현실을 보면 아직은 총체적 언어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아동에게 다양한 언어 경험을 쌓게 해주는 총체적 언어교육의 여러장점이 알려진 뒤로 이러한 언어교육이 뉴질랜드, 영국, 캐나다, 미국 등 영어권 국가를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국어교과서를 따로 두지 않고 만화의 지문이나 요리책을 활용해 글을 배우고, 미술시간에 제작한 작품을 친구들 앞에서 설명한 뒤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수업, 인터넷이나 대중문화 등 학생들의 생활 소재의 사진과 삽화를 넣은 시험문제로 창의력과 종합적인 사고력을 평가하는 덴마크의 시험, TV를 통해 학습하는 미디어 교과를 이미 채택한 영국 등의 사례는 이미 선진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총체적 언어 학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을 위한 언어교육, 이것이 바로 총체적 언어교육에서 감명받은 부분이다. 학생들의 능력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해 우열을 가리고 그 학생의 전부로 판단해버리며 창의성을 꺾는 우리 교육현장에서 학생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그 학생의 전인적인 성장을 위해 존재하는 총체적 언어교육이 하나의 대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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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태언 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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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스웨덴의 언어학자인 헬레나 노르베르-호지가 히말라야 고원에 사는 라다크인들의 삶에 감명받아 그들 곁에서 체류하며 쓴 책이다.

만약 직접 가본다면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척박한 그곳에서 라다크인들은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 자연은 지금의 문명을 이끌어온 서구유럽인들이 생각해왔던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친구와도 같다. 그렇기에 그들의 땅을 파괴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의 쓰임을 찾아내고 그것에서 최대한 많이 얻어내는 방식으로 주어진 자원만 가지고도 거의 완전한 자립에 도달하게 된다.

라다크에서는 노인의 경험과 지혜는 존중되었으며 아이도 능력에 따라 생산에 참여하고 여성이 차별받지 않았다.조화로운 소규모 공동체에서 라다크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에 대해 자발적인 통제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물질의 풍요와는 관계없이 내면의 평화를 느끼면서 자연스럽고도 우아하게 사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무분별한 서구화의 바람은 라다크에도 불어온다. 도로가 건설되고 에너지가 정부 주도에 의해 생산되고 서구식의 의료, 교육이 행해지면서 교통량이 증가하게 되고 외부세계와의 접촉이 빈번해지면서 인구가 증가하고 환경이 오염된다. 현대세계의 도구와 기계들이 시간을 절약하게 해주었지만 라다크 인들은 더 이상 서로를 위하거나 자신들을 위한 시간을 예전처럼 가질 수 없게 되었다. 땅과 완전한 조화를 이루며 형성된 자급자족의 공동체가 세계자본주의의 경제 체제의 최하위의 단계에 편입하게 된 것이다.

놀랍게도 이것은 경제개발의 미명 하에 비판 없는 서구문물을 받아들이고 경제 개발 정책을 수립한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라다크인들의 생활방식이 생경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것은 결코 낯선 풍경은 아니었다. 지금은 우리에게서 사라졌지만 그것은 분명 산업화의 열풍이 들이닥치기 이전의 우리나라 농촌 어디에서나 볼수 있었던 모습이었다.

헬레나 노르베르-호지는 라다크의 전통적인 공동체의 생활 모습과 서구화로 변화된 모습을 대조하여 보여주면서 개발과 그 이면에 숨은 자본주의 논리를 비판하고 통일된 세계경제의 이면에 존재하는 반민주적이고 불공정한 면들을 낮은 목소리로 비판한다. 한편, 헬레나 노르베르-호지는 단호히 '라다크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말하며 생태학적인 삶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생명을 떠받치는 다양성을 보호하기.
지역중심의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조건을 만들어내기.

또한,개발과 진보라는 이름으로 파괴가 더 자행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자신의 미래를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자기존중과 자립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책을 펴는 순간부터 책장을 덮을 때가지 끊임없이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 라다크 이야기는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생태학적 개발과 공동체 형성에 대한 목표를 실천하는데 한 조각 희망을 남긴다. 그러나 교육에서마저 시장의 논리가 지배하고 '국제자유화도시'라는 이름 아래 아름다운 섬 '제주'를 골프장 천지로 만드려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나는 참으로도 씁슬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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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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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가 국제 구호 기구에서 일하기 전 경험을 쌓기 위해 중국에 가 있던 2000년 3월부터 2001년 1월까지 10달동안의 중국에서의 체류를 생생히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을 읽은 후, 나에게 남겨진 생각의 변화는 놀라운 것이었다.

한비야는 어학연수를 하러 중국에 갔지만 단지 언어를 익히는데 목적을 한정시키지 않고 늘 그녀가 그래왔듯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중국의 일상 문화를 몸소 체험하고 돌아왔다. 외국어 학습을 꾸준히 해 효과를 본 그녀를 보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은 생각에 부러움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인상 깊었던 것은 그녀의 고집스럽고 꾸준한 외국어 학습법. 기초부터 탄탄히 다지고 생활속에서 외국어를 배우려는 노력에 감탄했다. 또, 인간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에게 자신이 진정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에서 따뜻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읽을 땐 그녀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애틋한 마음에 눈물이 다 나왔다.

마지막으로 '419 도서관'의 관장이었던 그녀를 보며 다시금 그녀의 저력을 깨달았다. 419호는 그녀의 숙소이자 도서관이다. 계절별로 옷은 2~3벌, 식기 1~2개의 단촐한, 지독하게도 생각되는 살림속에서 '책에 대한 호사'는 나에게도 도전 의지를 불러 일으켰다. '간디 자서전', '월든',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스콧 니어링 자서전'등을 삶의 원칙을 다지는 책으로 읽으며 비폭력, 무소유, 자연과 더불어 살기를 실천하려는 한비야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녀는 지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위의 책들을 '주식'으로 삼는 한편 '부식'에 해당하는 순수문학, 비소설, 실용서, 인문서, 베스트 셀러도 더불어 읽으며,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터전인 중국 알기에도 게으르지 않는다. 더군다나 '419도서관' 이라고 자신의 숙소에 이름붙여 자신의 소중한 책들을 남과 선뜻 나누는 따뜻함도 알고 있다.

'한비야의 중국 견문록'은 그 동안 내 삶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나태한 생활을 해온 나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그녀 또한 목표를 위해, 자신의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도전하는 한 사람이란 걸 보면서 많은 용기를 얻었다.

나도 나만의 목표를 향해 나만의 발걸음으로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즐거움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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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
박상우 외 116명 지음 / 하늘연못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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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이 되기 전 서점에서 이 책을 본 적이 있다. 그 때엔 '스무 살'이 되기전까지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이 책에 관심이 가지 않아 미루고 있다가 막상 스무 살이 되기 몇달 전에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스무살이 되기전에 '꼭' 읽어야 할 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사실 위의 물음은 '나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대한 물음에 가깝고 때문에 이 책은 스무 살의 막연함과 두려움에 대한 해답을 '독서'를 통해 찾아 갔던 선배 117명의 모험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한 그들의 책들은 대부분이 문인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김수영 시인의 평전, 서정주, 기형도 전집 등의 우리나라 문학이 대다수 포함되어 있고 가장 많은 추천을 얻은 책은 무분별한 세계화를 경계하고 소박한 삶을 깨우치는 스웨덴의 인류학자 헬레나 노르베르-호지의 '오래된 미래' 였다. 그 외에도 니코스 카잔스키의 '그리스인 조르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등등이 있다.

부끄럽게도 그들이 추천해 준 책 중 내가 읽은 책은 별로 많지 않다. 그렇지만 117명의 인생선배가 자신의 가장 소중한 20세의 방황과 고민을 나누어 주었고 21세기의 스무 살에게 따뜻한 격려와 후원을 보내준다는 것을 느꼈을 때 내 등뒤가 든든해짐을 느꼈다. 좋은 책들과 함께 스무 살의 방황을 아름답게 끝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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