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태언 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스웨덴의 언어학자인 헬레나 노르베르-호지가 히말라야 고원에 사는 라다크인들의 삶에 감명받아 그들 곁에서 체류하며 쓴 책이다.

만약 직접 가본다면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척박한 그곳에서 라다크인들은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 자연은 지금의 문명을 이끌어온 서구유럽인들이 생각해왔던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친구와도 같다. 그렇기에 그들의 땅을 파괴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의 쓰임을 찾아내고 그것에서 최대한 많이 얻어내는 방식으로 주어진 자원만 가지고도 거의 완전한 자립에 도달하게 된다.

라다크에서는 노인의 경험과 지혜는 존중되었으며 아이도 능력에 따라 생산에 참여하고 여성이 차별받지 않았다.조화로운 소규모 공동체에서 라다크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에 대해 자발적인 통제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물질의 풍요와는 관계없이 내면의 평화를 느끼면서 자연스럽고도 우아하게 사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무분별한 서구화의 바람은 라다크에도 불어온다. 도로가 건설되고 에너지가 정부 주도에 의해 생산되고 서구식의 의료, 교육이 행해지면서 교통량이 증가하게 되고 외부세계와의 접촉이 빈번해지면서 인구가 증가하고 환경이 오염된다. 현대세계의 도구와 기계들이 시간을 절약하게 해주었지만 라다크 인들은 더 이상 서로를 위하거나 자신들을 위한 시간을 예전처럼 가질 수 없게 되었다. 땅과 완전한 조화를 이루며 형성된 자급자족의 공동체가 세계자본주의의 경제 체제의 최하위의 단계에 편입하게 된 것이다.

놀랍게도 이것은 경제개발의 미명 하에 비판 없는 서구문물을 받아들이고 경제 개발 정책을 수립한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라다크인들의 생활방식이 생경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것은 결코 낯선 풍경은 아니었다. 지금은 우리에게서 사라졌지만 그것은 분명 산업화의 열풍이 들이닥치기 이전의 우리나라 농촌 어디에서나 볼수 있었던 모습이었다.

헬레나 노르베르-호지는 라다크의 전통적인 공동체의 생활 모습과 서구화로 변화된 모습을 대조하여 보여주면서 개발과 그 이면에 숨은 자본주의 논리를 비판하고 통일된 세계경제의 이면에 존재하는 반민주적이고 불공정한 면들을 낮은 목소리로 비판한다. 한편, 헬레나 노르베르-호지는 단호히 '라다크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말하며 생태학적인 삶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생명을 떠받치는 다양성을 보호하기.
지역중심의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조건을 만들어내기.

또한,개발과 진보라는 이름으로 파괴가 더 자행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자신의 미래를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자기존중과 자립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책을 펴는 순간부터 책장을 덮을 때가지 끊임없이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 라다크 이야기는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생태학적 개발과 공동체 형성에 대한 목표를 실천하는데 한 조각 희망을 남긴다. 그러나 교육에서마저 시장의 논리가 지배하고 '국제자유화도시'라는 이름 아래 아름다운 섬 '제주'를 골프장 천지로 만드려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나는 참으로도 씁슬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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