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양진석의 이야기가 있는 집
양진석 지음 / 시공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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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방영하는 티비 프로그램 러브하우스 뒤에는 어려운 이들의 남루한 집을 마술처럼 깨끗하고 누가 봐도 살고 싶은 집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직업은 건축가 혹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일 것이다. 사실 나를 비로한 일반인들이 이러한 건축가들의 역할을 피부로 느낄수 있는 기회는 이 프로그램 방영 이전엔 그리 흔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을 애청하면서 이 코너 초창기에 전문인 답지 않은 익살과 넉살로 일반인에게 '건축'에 대해 친근감을 갖게 하는 동시에 주거자 맘에 쏙 드는 집을 만들어 프로그램의 인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양진석이란 사람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에선 양진석의 '건축가'로서의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다. 저자가 '건축'의 대중화를 염두에 두고 접근해서인지 건축 또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몸담고 있는 공간을 만드는 작업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공부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집을 쓰임에 맞게 보다 효율적으로 꾸미고 디자인하는 것이 건축인 셈이다.

Theme 1에서는 양진석의 건축에 대한 생각, 자신의 일에 관해서 프로가 되려는 모습, 자신의 회사를 경영하는 원칙을 엿볼수 있다. 건축에 관련된 직업과 그 정확한 이름을 짚어봄으로써 그동안 건축가를 집의 외형을 만드는 일에 그 역할이 한정되어 있고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실내 장식을 도맡아 한다는 나의 고정관념을 깼다. 또한, 그는 '건축'이 하나의 문화를 창조하는 일임을 깨닫고 있었다.

그가 건축물이 처한 문화적 배경을 생각하고 인간이 사용하는 가장 뛰어난 에술작품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그가 자신의 일에 대해 느끼는 자부심과 책임을 보여준다. 이 책에는 저자가 그동안 러브하우스를 통해 변신시킨 놀라운 집들을 그 집의 사연과 사진, 그리고 왜 그렇게 변화시켰는가에 대한 이유를 효율적인 인테리어 비법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러브하우스의 집들이 무엇보다도 그 입주자들을 감격시키고 만족시키는 이유는 그 집의 존재이유가 입주자 그들에게 있다는점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화려하고 좋은 집이라도 그 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는 사람의 편의이기 때문이다.

러브하우스는 사전에 철저한 정보를 토대로 그야말로 마법같은 집을 만들어낸다. 또한, 러브하우스의 특징은 수납공간이 많아 집을 항상 깨끗이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조그만 자투리 공간이라도 철저히 활용하려는 양진석씨의 노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의 인테리어 아이디어중 하나는 비행기 안에서 수납센스를 배운다는 것인데 좁은 비행기 안이지만 좌석 위, 좌석밑의 공간을 수납공간으로 활용하고 접이식 문으로 공간 효율성을 높이는 아이디어를 얻는다.

이 파트를 읽다보면 여느 인테리어 서적만큼의 인테리어 정보를 얻을수 있다. 양진석이 그간 설계한 음식점, 리모델링한 영화관 주공공이, 고급스런 독신자형 재택 근무 타입의 '금호 리첸시아'등은 건축가로서의 그의 뛰어난 전문성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그는 자신이 건축가가 되기 이전의 유학시절을 토대로 건축가가 되려면 마지막으로 많이 돌아다니라고 충고한다. 또한 환상을 갖기보단 하나의 결과물을 이루기 위한 디자이너들의 땀, 그들이 지새운 수많은 밤을 기억하고 있는 진정한 '프로' 정신으로 건축가라는 직업에 도전하길 당부한다.

이 책은 그의 인기가 단지 오락에 편승한 것이 아닌 진지한 노력과 땀의 결실이란 걸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그의 작업이 그의 바람대로 우리나라 곳곳에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더불어 사람들의 꿈을 키워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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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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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의 phantom을 처음 만난건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였다. 'All I ask of you'라는 애처로운 구애,,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 내 주위엔 슬픔을 운명으로 지고 살았던 사내 에릭의 기운이 느껴지는 듯 하다. 오싹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뛰어난 재주를 지녔지만 흉측한 외모로 인해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한 에릭은 자신이 거처하는 극장에서 노래하는 청순한 가수 크리스틴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 누가 알았겠는가! 이 모든 해괴망측한 일은 사랑을 받고 싶어했던 평범한 인간으로부터 저질러졌다는 사실을,, 크리스틴과 라울의 사랑에 에릭이 등장한 후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결국 크리스틴의 동정을 얻게 된 가엾은 에릭은 공포로 오페라 극장을 몰아넣은 장본인 유령에서 한 마리의 순한 양이 된다. 슬픈 사랑을 담은 오페라의 유령은 우리가 늘 곁에 두려하고 느끼려하는 '사랑'의 참다운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인간의 사랑받고 싶은 욕구는 인간에게 놀라운 영향을 미친다.

작가가 만든 이야기의 조각조각을 맞추며 느끼는 재미는 이 책이 추리소설이라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켜준다. 지금 이 이야기를 주제로 한 뮤지컬이 한창 공연중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2층 5번 박스석의 '유령'을 떠올리며 공연을 관람하는 건 어떨까? 오페라 극장 및 지하세계에 미궁을 건설한 에릭의 재주, 상상력 또한 놀랍다. 에릭이 만든 오페라 극장 지하의 미궁을 본떠 설계된 곳을 사람들에게 체험하게 한다면 어떨까? 그 미궁은 인간의 상상력과 한계를 시험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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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화장만 하는 여자
김영희 / 샘터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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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는 닥종이 인형 공예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뮌헨의 노란 민들레>, <밤새 훌쩍 크는 아이들>의 수필집을 낸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나는 어찌어찌해서 이 책들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책 한권한권을 재미있게 읽었다. 김영희가 남편과 사별하고 1981년 독일인과 재혼해 자신의 아이들을 키우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타국행을 결심할 수 있었던 그녀의 모험이 부럽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동양인으로 차별받기도 하고 다른 가치관에 부딪혀 힘들어하는 모습에 안타깝기도 했다.

그녀는 사랑으로 아이들을 키우며 자신의 예술혼을 은은한 촛불처럼 밝혀나간다. 그녀는 이번 책을 통해 두 사회에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 독일인의 '정'을 발견하고 우리나라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자랑스럽게 지켜나가야 할 유산이라고 체험으로 말한다. 그녀는 이제 돌아와 거울앞에 선 누이같다. 어느덧 시어머니가 되어 자신이 며느리였던 시절을 떠올려 볼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그녀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찾기와 치열한 삶의 멋은 내가 여전히 그녀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이유이다. 그녀의 책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녀의 책에선 잘 담궈진 장맛의 구수함이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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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떠나는 사람에게선 바람냄새가 난다
정유희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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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튼튼한 두 다리로 자연의 초록 에너지를 흡입하며 퀴퀴해진 영혼을 선탠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그녀는 동으로, 서로, 남으로 일상에 갖혀있어야 했던 그녀의 시각을 넓히러 부지런히 움직인다. 바람냄새가 나는 그녀 주변에는 늘 그녀의 참모(?)들이 동행하는데 또한 끊이지 않는 것은 음악소리다. 그녀의 코드망에 특별히 걸러진 음악들은 바닷가의 모래알, 숲속을 울리는 바람소리와 적당히 버무러져 여행의 맛을 더한다. 이렇게 중무장한 여행장비를 갖추고 그녀가 돌아본 곳들은 떠들석한 명승지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저 평범한 바다, 산, 포구에 그치지 않는다. 동해에서는 오징어 작업장에서 오징어를 널어 말리기도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고향 38선 이북의 황해도 너머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수학여행과 가족과의 여행으로 이제 더이상 볼 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경주에서 콜롬비아의 화가 보테로의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녀는 나에게 알려준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여행기의 장점은 그녀가 소개해준 그 곳에서 나역시 나만의 색깔있는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그만큼 그녀는 여기서는 뭘 하고 뭘 먹어야 한다는 식의 여행을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여행을 하며 겪은 사적인 일들을 시시콜콜 풀어낸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그녀가 발 디뎠던 곳을 직접 여행할 수 있다는 정보를 알 수있다는 것이 이 책의 진짜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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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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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나는 이 책을 찾기 위해 도서관에서 이 책의 제목을 무려 4번이나 다시 말해야 했다. '결혼이요, 결혼!!' 저자인 앤 패디먼은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 삶의 기쁨을 느낀다. '책'의 모습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그녀에게 '독서'란 말보다는 '책을 읽는것'이라고 하는게 낫겠다.

한 마디로 책은 그녀의 여가, 일, 그리고 삶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역시나 책을 사랑하는 남편과 결혼 후 둘의 서재를 사이좋게 합치는(서재 결혼) 일에 대한 이야기는 그녀의 '책 사랑'과 관련된 무수한 에피소드 중 한가지일 뿐이다. 어려서부터 부모가 제공한 풍부한 문학적 분위기에서 자라난 그녀에게 책에 대한 사랑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녀는 부모의 옷장이 아닌 책장을 훑어보며 그들의 취향과 욕망, 갈망과 악덕에 대한 엉뚱한 상상에 젖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 외에도 그녀는 상품목록이 가득한 카탈로그를 읽는 자신의 독특한 취미, 자신의 필기구에 관한 생각, 책의 면지에 쓰인 헌사에 얽힌 이야기, 헌책방에 간지 7시간 후에 9kg의 책을 사고 나온 일 등을 이야기 하는데 이 책을 읽고 있거나 읽어봐야지 하고 결심한 사람들이라면 그녀의 이야기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양 공감하고 즐거워하게 될 것이다.
책을 다루는 방법을 궁정식 사랑, 육체적 접근 등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책을 사온 순간부터 그 순수한 물리적 형태를 보존하고자 하는 책에 관해 궁정식 연인인 나는 블루베리 머핀을 먹으며 이 책과 연애하다 연애의 초반기에 큰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그러나 마지막 책장을 덮고 지금 서평을 쓰는 것으로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

자신이 책에 관한한 애정이 남보다 깊다고 생각한다면 그녀와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즐거워할 수 있다. 꼭 남의 연애편지를 들여다보는 기분과도 같지 않을까? 유머가 넘치는 재기발랄하고 산뜻한 그녀만의 문체는 이 책을 읽는 기쁨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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