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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떠나는 사람에게선 바람냄새가 난다
정유희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여행..튼튼한 두 다리로 자연의 초록 에너지를 흡입하며 퀴퀴해진 영혼을 선탠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그녀는 동으로, 서로, 남으로 일상에 갖혀있어야 했던 그녀의 시각을 넓히러 부지런히 움직인다. 바람냄새가 나는 그녀 주변에는 늘 그녀의 참모(?)들이 동행하는데 또한 끊이지 않는 것은 음악소리다. 그녀의 코드망에 특별히 걸러진 음악들은 바닷가의 모래알, 숲속을 울리는 바람소리와 적당히 버무러져 여행의 맛을 더한다. 이렇게 중무장한 여행장비를 갖추고 그녀가 돌아본 곳들은 떠들석한 명승지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저 평범한 바다, 산, 포구에 그치지 않는다. 동해에서는 오징어 작업장에서 오징어를 널어 말리기도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고향 38선 이북의 황해도 너머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수학여행과 가족과의 여행으로 이제 더이상 볼 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경주에서 콜롬비아의 화가 보테로의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녀는 나에게 알려준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여행기의 장점은 그녀가 소개해준 그 곳에서 나역시 나만의 색깔있는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그만큼 그녀는 여기서는 뭘 하고 뭘 먹어야 한다는 식의 여행을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여행을 하며 겪은 사적인 일들을 시시콜콜 풀어낸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그녀가 발 디뎠던 곳을 직접 여행할 수 있다는 정보를 알 수있다는 것이 이 책의 진짜 가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