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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키즈 -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 젊은 날의 자화상
패티 스미스 지음, 박소울 옮김 / 아트북스 / 2012년 9월
평점 :
왜 그런 책이 있지 않나. ‘읽어야 할 책들‘의 목록들 사이에 늘 상위권을 지키고 앉아 있으면서도, 어쩐지 읽을 기회가 닿지 않는 책들. 패티 스미스의 이 회고록도 그런 책들 중 하나였다. 웃고 울면서 책장을 넘기다 남아있는 페이지가 줄어드는게 아쉽고 안타까워서 한숨이 나왔다. 조금 더 일찍 읽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타이밍에 이 책을 읽었다는 기쁨이 공존한다.
십대 시절, 지산 록페스티벌에 패티 스미스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호기심에 앨범 <Horses>를 찾아 듣던 기억이 생생하다. Jesus died for somebody‘s sins but not mine 이란 첫 가사를 듣는 순간 이 음반이 내 인생의 음반들 중 하나가 될 것을 예감했다. 정말이지 <Horses>와 <Easter>는 내 십대 시절을 회상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앨범이 되었고, 그즈음 미국과 유럽의 힙스터 청년ㅋ들 사이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는 패티의 신간 소식이 들려왔다. 언젠간 읽어야지 하며 뒤로 미루다가 책을 읽기까지 무려 7년이나 걸릴 줄은 몰랐다.
나는 패티-나는 이제부터 그녀를 패티라고, 나의 절친한 벗처럼 부를 것이다-를 더 잘 알고 싶어서 이 책을 폈는데 뜻밖에도 책이 나에게 남긴 것은 1960,70년대 뉴욕에 대한 끔찍한 그리움이다. 허름한 식당에서 앨런 긴즈버그를 만나 샌드위치릇 얻어먹고, 상심한 재니스 조플린에게 어깨를 빌려주며, 윌리엄 버로스와 농담 따먹기를 하다가, 돈이 궁해지면 헌책방을 뒤져 헨리 제임스 전집이나 윌리엄 포크너의 사인이 실린 초판본을 찾아 비싼 값에 되팔며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곳. 패티와 로버트를 기다리며 첼시 호텔 로비에서 빈둥거리는 상상을 한다. 19세기 말의 빈, 20세기 초의 파리와 함께 1960,70년대의 뉴욕을 꿈의 도시 목록에 올려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