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1987년 빈 신년 음악회 - Grand Prix
배틀 (Kathleen Battle) 노래, 카라얀 (Herbert Von Karajan) / DG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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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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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이여 안녕 창비세계문학 46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성은애 옮김 / 창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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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메라다. 셔터를 열어놓고, 생각하지 않으며, 수동적으로, 기록만 하는.˝

아무래도 이셔우드의 팬이 된 것 같다.

<베를린이여 안녕>은 나치가 집권하기 직전, 1930~1933년의 베를린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셔우드의 소설이다. 누구는 이 작품을 여섯편의 중단편 모음집이라고 여기기도 하고, 누군가는 한 편의 장편 소설이라 여기기도 한다. 어쨌든 이셔우드는 이 작품을 장편 <노리스 씨 기차를 타다>와 합쳐 <없어진 사람들>이란 제목의 연작 소설로 발표하러 했었다.

소설의 서술자이자 주인공인 ‘나‘의 이름은, 재미있게도, 작가와 똑같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다. 이셔우드는 작가의 말에서 ˝내가 이 이야기의 ‘나‘에게 내 자신ㅇ의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독자들이 이것을 순전히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나, 명예훼손이 될 정도로 등장 인물들이 실제 인물의 정확한 묘사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는 편의상 만들어낸 복화술사의 인형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으나, 그 자신의 베를린 체류 경험이 소설의 큰 거름이 되었음은 명백해 보인다.

‘나(크리스토퍼 이셔우드)‘는 나치즘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전후 베를린에서 영어 과외를 하며 살아가는 젊은 영국인 작가이다. ‘나‘가 교육 받은 엘리트 계급 출신이며 (하숙집 주인 슈뢰더 부인이나 노동 계급 출신 노바크 부인은 모두 ‘나‘같은 점잖은 신사가 가난하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한다) , 외국인이고 (특히 독일과 영국은 1차 세계 대전의 앙금이 남아 있었다) , 또 동성애자라는 점이 (작품 내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된 것은 아니나 작중 인물들과의 관계로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또 당시 베를린은 ‘게이 베를린‘이라 불렸을 만큼 성소수자 문화가 발달해 있었다) 서술자로서의 그가 독특한 위치를 갖게 한다. 그의 이런 소수자성과 타자성 덕분에 그는 바이마르 공화국 말기 베를린의 정치적 격동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었으며 작중 인물들-특히 여성 인물들-과 친밀하지만 성애적이지 않은 독특한 유대감을 나눌 수 있었다. ˝나는 카메라다˝로 시작하는 유명한 문장은 이셔우드 자신의 소수자성, 즉 퀴어스러움queerness 덕분에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크게 여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930년, 슈뢰더 부인의 아파트 하숙인들을 중심으로 패전 이후 경제 불황에 시달리는 베를린 서민들의 생활상을 그려낸 ‘베를린 일기‘ , 카바레에서 공연을 하고 여러 남자를 전전하는 배우 지망생 샐리와의 우정을 담은 ‘쌜리 볼스‘ , 영국 출신의 신경증적인 피터와 독일 노동계급 오토와의 일화를 쓴 ‘뤼겐 섬에서‘ ,노동계급의 가난한 다섯 식구 집에 잠시 하숙한 일을 담은 ‘노바크가 사람들‘ , 영어 교습으로 인연을 맺게 된 유대인 자본가 가족의 이야기를 묘사한 ‘란다우어가 사람들‘ , 마지막으로 나치 집권 이후,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유대인을 비롯한 소수자들에 대한 박해가 가시화 될 무렵의 베를린을 담은 ‘베를린 일기 1933‘이 그것이다. 지하 카페의 젊은 공산주의자들에서 부터 나치 신봉자 여가수, 가난한 노동계급 가정에서 부유한 유대인 자본가 가정까지, 작품 하나 하나 그 시절 베를린의 사회적 분위기와 여러 인간 군상이 잘 담겨져 있다. 경제 공황, 불안정한 정치 상황, 점점 수위를 높여가는 소수자들에 대한 폭력, 종말을 앞둔 것 같은 암울한 현실 인식 등, 1930년대 베를린에 대한 글이 2010년대의 한국에서도 상당히 시의성 있게 느껴진다.

재일 재밌고 인상적으로 읽은 작품은 배우 지망생 가수 샐리 보울스(Sally Bowles. 창비 표기 쌜리 볼스)의 이야기가 담긴 ‘쌜리 볼스‘였다. 샐리가 어찌나 짖궃고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는지 읽는 내내 웃음이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고리타분한 가족을 떠나 배우가 될 각오로 영국에서 독일로 떠나온 샐리는, 밤에 삼류 극장에서 노래를 하고 변변찮은 남자들과 잠자리를 같이 하면서 생활비를 꾸려나가는 젊고 매력적인 여성이다. 그는 이기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서투른 거짓말에도 속아 넘어갈 정도로 순진한 면이 있기도 하고, 짖궃으나 아이처럼 악의가 없는 사랑스런 속물이다. 워낙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샐리는 이셔우드가 창작한 인물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쌜리 볼스를 읽으며 내가 궁금했던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나‘와 샐리의 독특하고도 친밀한 우정에 관한 것이었는데, 모두 가상의 이야기라는 작가의 말에도 불구하고, 나는 샐리 보울스의 실제 모델이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의 산물이라기엔 지나치게 디테일한 묘사나 사소한 에피소드가 많았던 것이다. 또 하나는 이셔우드의 샐리 보울스와 커포티의 <티파니에서의 아침을> 속 홀리 골라이틀리와의 놀라운 유사성이다. 이 두 작품 모두 나레이터인 ‘나‘가 동성애자라는 암시가 있으며(이셔우드와 커포티 둘 다 실제 게이였다) 샐리와 홀리, 이 두 주인공들은 직업이나 말투까지 비슷하다. 이셔우드가 1939년 이후 미국으로 이주해 쭉 그곳에서 살았고 유명한 오픈리 게이로 살았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커포티가 <베를린이여 안녕>을 몰랐을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이셔우드의 이 작품을 읽은 커포티가 홀리 골라이틀리를 창작하기 위한 상당부분의 영감을 받았으리라 확신했다.

찾아본 결과 실제 샐리 보울스의 모델은 존재했다. 진 로스Jean Ross라는 이집트 출신 영국인으로, 배우 일을 시켜주겠단 사기(-_-;샐리와 똑같다)를 당해 베를린에서 모델 일을 했었다. 로스는 이셔우드와 베를린에서 잠시 룸메이트였으며, 소설 속 샐리와 ‘나‘처럼 둘은 매우 친밀한 관계였다고 한다. 이 둘에 대한 옥스포드 인명사전의 설명이 웃겨서 소리내어 웃고 말았다.

˝Although Ross later claimed that she was not really like Sally Bowles, most of the more outlandish anecdotes Isherwood used in his portrait were based on fact. She insisted that she was a much better singer than Sally Bowles, but her family disagreed.˝
(출처 http://dangerousminds.net/comments/life_is_a_cabaret_christopher_isherwood_on_the_real_sally_bowles_berlin )

로스는 히틀러 집권 이후 다시는 독일에 돌아가지 않았으며, 런던에서 생활하는동안 공산당에 가입해 죽을 때 까지 당원으로 남았다고 한다.

샐리 보울스와 홀리 골라이틀리와의 유사성에 대한 내 예상도 맞았다. 사실, 커포티는 1947년 뉴욕에서 이셔우드를 만난 뒤로 그보다 스무 살 연상이었던 이 영국 출신 작가와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아마 그 무렵 커포티는 이셔우드의 작품을 읽고 홀리 골라이틀리라는 인물에 대한 구상을 시작했을 것이다. Open Monthly Letters에서 지적한 홀리와 샐리의 유사점을 일부 가져오자면 이렇다.

<˝The kinship is obvious: both possess charisma, insouciance and breathtaking style. They are also women of glaringly dubious means. Sally has vague acting aspirations but spends more time fretting about the hot and cold attentions of go-getting men. Her naiveté is both charming and unnerving: “Work comes before everything,” Sally explains gravely, “But I don’t believe a woman can be a great actress who hasn’t had any love affairs….” Holly, on the other hand, is more hardnosed, reading books about baseball and horse-racing to carry conversations with wealthy Gotham gents: “I can’t get excited by a man until he’s forty-two,” she says, typically cavalier. “I know this idiot girl who keeps telling me I ought to go to a head-shrinker; she says I have a father complex. Which is so much merde. I simply trained myself to like older men, and it was the smartest thing I ever did.”

They each drop “darlings,” possessing idioms all their own. Holly speaks bastardized French. Sally’s German pronunciations are so unlikely that “You could tell she was speaking a foreign language from her expression alone.” They are strikingly beautiful and over-candid about their sex lives, Sally with mischievous provocation, Holly with jaded self-awareness. Their jaunty appeal leaps beyond the words that conjure them, as though they were flesh and blood, on the periphery of your acquaintance. How both arrived at their unconventional autonomy seems a matter of personality rather than biography. Both women are only 19 years old.˝>
(출처 http://www.openlettersmonthly.com/short-novels-breakfast-at-sally-bowles/ )

이런 유사점들에도 불구하고 ‘쌜리 볼스‘와 <티파니서 아침을>은 매우 다른 소설이며, 어떤 부분에선 이셔우드의 성취를 뛰어넘는 작품이기도 하다. 바로 그 점이 커포티를 일류 도둑으로 만든다.

홀리와 샐리라는 매혹적인 두 여성 인물을 창조한 두 작가가 게이 남성이라는 사실이 우연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일단 이성애자 남성이 이런 소설을 쓸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목적을 위해 자신이 가진 성적 매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당차고 세속적인 젊은 여성‘ 에 대해 그들은 기껏해야 인물을 포르노적으로 대상화 하거나, 피해자적 분노에 휩싸여 그에 대한 도덕적인 심판을 내리려 들 것이다. 여성 작가들은(이성애자이거나 성 소수자이거나)대상화나 도덕적 심판을 내릴 위험은 훨씬 덜하겠지만, 같은 성별을 공유하기 때문에 샐리와 홀리, 두 인물의 매력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모호함이나 비밀스러움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그러니까, 남성이자 동성애자인 ‘나‘와 샐리/홀리의 우정처럼 친밀하면서도 묘한 거리감이 있는 관계를 묘사하기 힘들 것 같다는 뜻이다.

어쩌면 이제 나레이터는 불필요한 존재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시대가 바뀐 만큼 샐리와 홀리는 직접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섹스 앤 더 시티>같은 드라마는 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샐리와 그의 부류Sally and Her Kind(이셔우드 자서전 크리스토퍼와 그의 부류 패러디;)>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미국 드라마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주인공의 ‘게이 bff‘의 원형을 여기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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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로버트 K. 레슬러 지음, 손명희 외 옮김 / 바다출판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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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로버트 레슬러는 FBI의 범죄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정립한 인물로, 1970년대에 영단어 Serial killer 를 처음 고안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찰스 맨슨과 같은 악명높은 살인범들과 면담을 나눴고, 레슬러의 이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는 살인을 유형화 하고 살인범들의 심리를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존 유저 Michael J. Tresca는 ˝미국 시민들은 로버트에게 많은 빚을 졌다˝고 말했는데, 범죄 심리학에 대한 그의 선구자적 통찰력과 헌신을 생각해보면, 그에게 감사를 표해야 할 이들은 비단 미국인들 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살인자들과의 인터뷰>의 원제는 <Whoever Fights Monster>로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 등장하는 유명한 문구에서 따온 것이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 격언의 경고대로, 레슬러는 시종일관 냉정하고 침착한 서술을 이어나간다. 연쇄살인을 다룬 대부분의 책들은 범죄 현장 등을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하며 선정적인 필치로 피해자를 대상화하고 그들의 고통을 전시하는데, 이 부분에서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는 어느 정도 윤리를 지킨 편이다. 실제로 레슬러는 책에서 피해자들의 비인간화와 살인범들에 대한 매체의 자극적인 보도 등에 대한 우려를 여러 번 표하기도 한다.

책의 1장은 리처드 트렌튼 체이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레슬러는 이 끔찍한 살인범을 잡는데 프로파일링 기법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설명하며, 이어지는 장에서 자신이 어떻게 범죄학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프로파일링은 왜 필요하며 어쩌다 살인자들을 면담할 생각을 했는지 등등을 얘기한다.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못지 않게 레슬러가 묘사하는 FBI라는 조직의 분위기도 흥미로운데, 저자는 FBI를 관료적이고 답답한 곳으로 묘사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범죄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개척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정성을 투자한 저자의 헌신이 놀라울 뿐이다.

4장에서 레슬러는 살인자들의 특징을 설명한다. 어떤 이들이 연쇄 살인자가 되는가? 이들은 모두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일찍부터 이상 행동을 보였다. 또 이들 모두 극도의 성적 컴플렉스를 지니고 있었고, 어릴 때 부터 폭력적이고 비정상적인 판타지를 품고 있었다.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어린 시절을 보내는 사람은 많지만, 대다수는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며 사람들을 죽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학교와 사회복지단체, 이웃들의 무관심이 더해진다면 아이의 문제는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다. 애정이 없는 어머니, 학대를 일삼는 아버지나 형제들, 손놓고 구경만 하는 학교, 있어도 소용이 없는 사회복지단체, 다른 사람들과 정상적인 성관계를 맺지 못하는 본인의 무능력 등은 이상성격자를 만들어내기에 딱 좋은 조건이다.˝

결국 범인의 개인적 기질 외에도 사회의 무능과 무관심이 연쇄 살인범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그 수가 늘고 있는 아동학대 사례들을 그냥 좌시해서는 안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폭력적인 가정환경과 이웃과 사회의 무관심, 그리고 아이의 병든 마음이 혼합되어 후일 더 끔찍한 범죄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6장에선 살인범들의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소개한다. 조직적 살인범과 비조직적 살인범, 그리고 이 두 유형의 특징을 공유하는 혼합형 살인범이 그것이다.
살인은 범행 전 단계->범죄 실행 단계->시체 처리 단계->범행 후 행동 단계, 이 네 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조직적 살인범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이들이 범행을 계획하는 것이며 충동이 아닌 계획의 결과로 피해자들을 죽인다는 것이다. 이들은 언변이 좋고 지능도 높은 편이며 피해자를 인격체로 인지한다. 이들의 특징은 ‘계획적‘이란 갓이기 때문에 , 살인의 단계별로 범인의 논리가 나타난다.
반대로 비조직적 살인범의 범행은 정상적인 논리를 결여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외향적이고 매력적인 조직적 살인범들에 비해 소극적이고 내향적인 아웃사이더들이다. 이들은 차를 몰 수조차 없을 정도로 심각한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책 초반에 소개된 살인범 체이스가 전형적인 비조직적 살인범이다.

나머지 장에서 레슬러는 프로파일링 기법을 실제 사건에 적용한 사례들을 들려주거나 면담 중 살인범들과 있었던 해프닝 등을 전한다. 재밌는 것은, 레슬러가 책의 후반부에서 여러번 사형제 폐지를 주장한다는 것이다. 1960년대 미국의 반전운동이나 반문화 운동에 대한 냉소적인 언급 등, 책을 읽으며 저자에게서 평생 공화당에만 투표했을 것 같은 보수적인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의외였다. 레슬러가 연쇄 살인범들의 교화 가능성을 믿는다던가 하는 윤리적 이유로 사형제 폐지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철저히 실용적인 연구자의 입장에서 사형제의 폐지를 주장한다. 한 명의 죄수를 사형시키는 데 드는 법정 비용이 막대하고 , 그러느니 차라리 그들을 살려두고 면담 등을 통해 그 심리를 연구하는 편이 훨씬 더 사회에 이익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사형제도가 범죄 예방의 효과를 내지도 못한다는 범죄학자들의 의견을 인용하며 ˝사형은 단지 복수를 원하는 희생자의 가족이나 일반 대중을 만족시켜줄 뿐˝ 이라고 냉정하게 말한다. 나는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

프로파일링 기법이 어떻게 확립되었으며 FBI가 이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는지, 또 이것이 어떻게 실제 살인 사건에 적용되는지 궁금한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지나치게 선정적이지도 않으면서 (하지만 주제가 주제인 만큼 잔혹한 내용은 피할 수 없다) 알찬 정보들이 많이 담겨 있다. 지난 2013년, 파킨슨 병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한 저자 로버트 레슬러의 헌신적인 노력과 공로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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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어두운 창고에서 - 세계적인 법의학자의 충격적인 범죄심리 보고서
마크 베네케 외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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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이 산만한 책이었다.

첫 장을 히틀러의 유해 이야기로 시작한 것은-흥미로운 주제이기는 하지만-책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맞지 않아 생뚱맞게 느껴진다. 마크 베네케와 리디아 베네케 두 저자는 히틀러와 나치를 악마화하고 타자화 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들의 경우도 똑같다고 주장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저자들은 히틀러를 다룬 장에서 스탠포드 감옥 실험과 밀그램 실험을 소개하며 인간은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잔혹하게 행동할 수 있으며, 누구나 권위에 복종하며 폭력적인 명령을 이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나 아렌트 식으로 말하자면 이러한 ‘악의 평범성‘을 인지하고 범죄자들을 타자화 하지 않는 것은 범죄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책에 등장하는 연쇄 살인범들 모두 비슷한 성장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유년기에 끔찍한 정서적, 물리적 학대를 경험했다. 연쇄 살인범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는 없으며 살인을 행하기 이전 동물 학대와 같은 이상 징후를 보인다. 인간을 대상으로 참혹한 폭력을 저지르기 전에 사회가 이들의 문제를 인지하고 적절한 치료나 격리를 진행했다면 , 살인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책에 실린 여러 내용 중 소아성애증을 가지고 있던 한 범죄자의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고 몇몇 전문가에게 전화상으로 상담과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혐오감을 표시할 뿐 그에게 어떤 조언도 해주지 않았으며 결국 그는 강간 살인범이 되었다. 이런 사례를 읽고 나니 소아성애를 혐오하며 악마화하기 보단 그 성질을 이해하고(페도필리아-헤베필리아-에페보필리아 로 이어지는 일련의 스펙트럼이 있다)이런 질병으로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적절한 치료와 성범죄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편이 사회적으로 훨씬 더 이익이라는 저자들의 주장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성-특히 이상성욕-에 대한 저자들의 이런 개방적인 태도는 작년에 읽은 또 다른 범죄 심리학책 <프로파일러 노트>와 비교된다. 책의 저자 로이 해이즐우드는 포르노와 BDSM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피어싱이나 상호 합의된 거친 섹스 등등이 성범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라 썼다(물론 자신의 이런 주장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도 적었다). 마크 베네케와 리디아 베네케는 포르노가 성범죄를 증가시킨다는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으며, 또 대부분의 이상 성욕자들은 환상과 현실을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을 가졌다고 썼다. 개인적으로는 마크 베네케와 리디아 베네케, 두 저자들의 의견에 더욱 수긍하게 된다.

범죄심리학이나 법의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한번 쯤 읽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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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주 시전집 - 1953-1992
이연주 지음 / 최측의농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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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웹에서 우연히 한 시구를 맞닥뜨렸다. ˝원하는 방향으로 삶이 흘러가는 사람들은 / 어떤 사람들일까... / 함박눈 내린다.˝ 때는 마침 함박눈이 쏟아지던 매서운 겨울 밤이었고, 이후로도 나는 오래 이 구절을 잡고 놓지 못했다.

작고한 이연주 시인의 시집을 구할 길 없어 갈증이 나던 찰나에 그의 시전집이 출간되어 기쁘고 놀라웠다. 과연 어두우면서도 환하고, 참혹한 와중에 찬란하며, 남루하고 또 아름다운 시들이었다.

이번 시전집엔 시인의 절판된 시집, <매음녀가 있는 밤의 시장>과 <속죄양, 유다> 외에 동인지에 발표한 시들과 시극도 수록되어 있다. 작고한 시인의 시를 갈무리한 유가족과 그가 생전에 활동하던 동인의 회원들, 그리고 이를 출간한 출판사 ‘최측의 농간‘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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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28 1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두우면서도 환한 시. 정말 이 시집을 보면서 느낀 첫인상을 제대로 표현해주셨습니다.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csp 2016-12-29 14:07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Cyrus님도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새해 맞이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