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 노트 - 프로파일링 기법을 확립한 전직 FBI 요원의
로이 해이즐우드.스티븐 G. 미초드 지음, 허진 옮김 / 마티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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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 사건을 조사하면서 몇 가지 기본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첫째, 인간이 다른 사람이나 자기 자신에게 저지를 수 있는 행동의 범위가 무한하다는 사실이다. 둘째, 인간이 성적 자극을 느끼는 요인이 무한하다는 사실이다. (...) 우리가 많은 범죄에서 어떤 유형이나 공통 요소를 찾을 수는 있지만, 다른 범죄자와 정확히 똑같은 방법을 쓰는 범죄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어두운 마음의 `어둠`은 정말로 무한하다.˝

무더운 여름날, 가볍게 읽기 위해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 그러나 전혀 가볍지 않았다. 저자 로이 해이즐우드의 문체나 설명은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에 별 무리가 없으나, 그가 책에서 소개하는 범죄의 유형이 너무나 극단적이고 잔혹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상당한 심적 충격을 느꼈다. 책에 등장하는 범죄 중 대부분은 가학-피학적 이상성욕과 연관되어 있으며 그 내용이 하도 기괴하여 읽으면 읽을수록 인간 심연의 끝은 어디인지, 이런 범죄자들의 심리를 분석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이들이 어떻게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로이 해이즐우드는 FBI의 행동과학부에서 22년간 재직한 베테랑 프로파일러(사실, 프로파일링이라는 기법을 그가 확립했다고 한다)이다. 해이즐우드는 이 책에서 `잭 더 리퍼`처럼 유명하거나, 재직기간 중 그 자신이 다루었던 살인/범들의 행동과 심리를 분석한다. 책에 등장하는 케이스들은 대부분 이상성욕과 관련된 성범죄-살인사건들이며, `그것이 알고싶다` 보다는 괴상한 C급 고어필름에나 등장할법한 잔혹하고 끔찍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이를 묘사하는 해이즐우드의 목소리는 침착하고 냉정하지만 나로서는 불필요하게 자세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 <의식적이고 가학적인 살인자>에서 저자는 범죄자들이 왜 범죄를 저지르며, 어떤 범죄 유형들이 있는지 등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2부 <신원 불명의 살인자를 찾는 프로파일러>에서는 수사 과정에서 프로파일링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실제 사례를 들어 소개하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프로파일링은 편리한 만능 마법이 아니며 모든 물적 증거를 찾으려는 노력이 선행된 후에 찾아야 하는, 최후의 보루와 같은 것이다. 범죄심리 전문가 표창원이나 이수정 교수 같은 이들이 유명해지면서 프로파일링에 대해 로맨틱한 개념을 가지고 있던 이들(예를 들면 나-_-)이 읽으면 의외라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전반적으로 끔찍하지만 흥미로운 책이었다. 다만 저자가 성에 대해 무척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는 ˝내 생각에 일탈 범죄가 증가한 주요 원인은 미국에서 한때는 무척 엄격했던 행동 규범이 점차적으로 느슨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사회 전반에서 정상적이라고, 혹은 용인할 수 있도고 여겨지는 것이 범죄 행동에 반영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서 배웠다.`˝ 고 쓴다.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포르노그라피의 증가, 애널섹스나 오럴섹스와 이물질 삽입에 대한 대중매체의 호의적인 시선, 심지어 피어싱이나 상호 합의된 완력이 동원되는 `거친 섹스`가 (그 자신도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하긴 하지만) 현대의 성범죄가 과거보다 더 폭력적이고 복잡한 이유들이라는 것이다. 나로서는 그다지 수긍이 가지 않는 주장이지만 , 그가 22년동안 프로파일링 작업을 하며 목격해왔을 시궁창들을 생각하면 별로 놀랍지는 않다. 그의 말마따나 어두운 마음의 `어둠`은 그 깊이나 넓이가 정말 무한하다. 알고 싶지 않았던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담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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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7-20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내 프로파일러 여전히 정부지원 제대로 못 받아 해외교육은 고사하고 스스로 인터넷 뒤져 논문 번역해서 본다는 실상을 듣고...참담했습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