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웹에서 우연히 한 시구를 맞닥뜨렸다. ˝원하는 방향으로 삶이 흘러가는 사람들은 / 어떤 사람들일까... / 함박눈 내린다.˝ 때는 마침 함박눈이 쏟아지던 매서운 겨울 밤이었고, 이후로도 나는 오래 이 구절을 잡고 놓지 못했다. 작고한 이연주 시인의 시집을 구할 길 없어 갈증이 나던 찰나에 그의 시전집이 출간되어 기쁘고 놀라웠다. 과연 어두우면서도 환하고, 참혹한 와중에 찬란하며, 남루하고 또 아름다운 시들이었다. 이번 시전집엔 시인의 절판된 시집, <매음녀가 있는 밤의 시장>과 <속죄양, 유다> 외에 동인지에 발표한 시들과 시극도 수록되어 있다. 작고한 시인의 시를 갈무리한 유가족과 그가 생전에 활동하던 동인의 회원들, 그리고 이를 출간한 출판사 ‘최측의 농간‘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