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복 - 개정판
버트란드 러셀 지음,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실망스러운 독서였다. 러셀은 이 책에서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 선별적이거나 작위적인 예시만을 든다. 예를 들어 러셀은 가상의 어느 사업가의 불행한 삶을 `경쟁은 현대인들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로 활용하는데, 그보다는 이에 대한 통계나 심리학 연구 결과가 훨씬 더 설득력 있었을 것이다. 어느 누리꾼의 말마따나 ˝It would probaly be better suited to a blog than a book˝. 어떠한 구체적인 자료도 없이 저자가 일방적으로 펼치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법이다. 저자가 버트런드 러셀이라 할지라도!

또한 러셀은 당황스러울 정도의 성급한 일반화를 저지르기도 한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소련의 청년들이 서구의 청년들보다 더 행복할 것이라 말한다던가 (`아직도 행복은 가능한가`)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직업과 관련되지 않는 일반적인 관심사를 갖지 못한다고 말하는 식이다(`일반적 관심사`). 나는 독서하는 내내 이 책이 1930년, 영국의 부유한 백인 남성 지식인에 의해 쓰여졌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계속 상기시켜야만 했다.

그래도 언제나처럼 러셀의 문장은 통찰력 있게 핵심을 찌른다. 결국 <행복의 정복>을 통해 러셀이 하고자 하는 말은, 인간은 자신에게 집착할수록 불행해지고, 세상을 건강하게 욕망할수록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삶의 유한성과 지구의 미소함을 깨닫고, 그 장엄한 흐름의 일부가 되면 행복은 자연히 따라온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진부하지만 옳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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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09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대해서 비판적인 관점으로 쓴 서평을 처음 봅니다. <행복의 정복>을 다시 읽을 때 슈퍼맨님의 서평도 참고해야겠습니다. ^^

csp 2015-06-10 00:15   좋아요 0 | URL
평소 러셀을 흠모해왔던만큼 아쉬운 부분이 눈에 들어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