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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 - 리처드 리키가 들려주는 최초의 인간 이야기 ㅣ 사이언스 마스터스 4
리차드 리키 지음, 황현숙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6월
평점 :
책 내용 그 자체로서는 별 다섯개가 아깝지 않았다. 인류학자 리처드 리키Richard Leakey가 1994년 The Origin of Humankind 라는 이름으로 출간한 이 책은, 그 당시까지의 과학적 발견들을 바탕으로 호미니드와 호모(사람속)의 출현, 언어와 정신과 예술의 기원에 대해 쉽고도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리키에 따르면 다윈의 다음과 같은 주장이 인류학 이론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첫째,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기원한다.둘째,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여러 특징(이족보행, 기술 사용, 큰 뇌 등등)은 한꺼번에 발전했다.
다윈의 첫번째 주장은 제국주의적이고 인종적인 편견 때문에 널리 받아들여지지 안힜다. 그러나 1959년 동아프리카에서 최초의 원시 인류 화석이 발굴되고(당시 이 발굴을 한 이가 저자의 어머니, 메리 리키이다) 다시 1년뒤 그곳에서 최초로 사람속인 호모 하빌리스의 두개골이 발굴되면서(이 발굴은 그의 형 조너선 리키에 의해 이뤄졌다-_-;;) 아프리카 기원설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다윈의 두 번째 주장은 오랜 시간 학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즉 사람과 유인원의 진화적 분화가 극히 초기에 갑작스럽게 일어난다고 본다면, 사람과 사람 이외의 동물 사이에는 현저한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동물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관점에서 위안을 얻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이후 이뤄진 일련의 과학적인 발견들로 인해 파기되었다. 1960년대 라마피테쿠스 논란이 대표적이다. 인류학자들은 라마피테쿠스의 어금니가 유인원보다 사람에 가깝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이 최초의 호미니드 종일것이라 추론했다. 이에 따르면 인류의 기원은 1500만~3000만년전에 시작되었다. 그러나 생화학자들의 혈액 단백질 구조 연구는 인류의 시작점에 대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이들에 따르면, 기껏해야 약 500만년전에 최초의 사람종이 진화했다(오늘날 이 시기는 약 700만년 전으로 수정되었다). 그 시기 어떤 진화적인 사건이 일어나 공통 조상이 사람, 침팬지, 고릴라의 세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생화학자들의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람과 유인원간의 유연관계는 인류학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운 것이다. 이후 몇년간, 인류학자들과 생화학자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오고갔다. 이 논쟁은 1980년대 초 온전한 라마피테쿠스 화석이 발견됨으로서 종식되었다. 라마피테쿠스는 원시 유인원의 한 종이었을 뿐이었다.
사람을 자연과 분리된 특수한 존재로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사람을 자연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관점의 대립은 책이 진행되는 내내 반복된다. `인류의 기원`이라는 주제 자체가 상반된 두 가지 관점의 대립을 통해 탐구되었기 때문이다. 전자의 철학적 계보는 멀리 창세기 저자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현대의 과학적 발견들은 모두 인류가 자연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이러한 발견이 인류의 특수한 지위를 위협한다 느껴져 불편하게 느껴질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로서는, 우리가 자연과 본질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앎이 주는 장엄함과 경이로움이 불편함보다 훨씬 크다.
책의 내용에 비해 짠 별점을 준 이유는 황당한 옮긴이의 말 때문이다.
옮긴이 황현숙씨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인류학자의, 인류의 기원에 대한 300여쪽에 달하는 친절한 대중 서적을 번역하고 난 뒤, 다음과 같은 서문을 썼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인간도 다른 생물로부터 진화해 왔음을, 다시 말해 인류의 조상이 원숭이임을 암시하였다.˝
˝그 속에서 우리는(...)역사학자 토인비의 말처럼 동물원 원숭이의 멍한 눈빛에서 진화에서 밀려난 진한 슬픔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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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을 설명하는 과학책의 역자가 이런 말을 하다니 너무나 당혹스러웠다. 인류의 조상은 원숭이가 아니다. 인류와 원숭이는 공통 조상에서 분화하여 각자 따로 진화해왔다. 따라서 원숭이는 원시 인류가 아니며 그들의 눈동자에서 `진화에서 밀려난 진한 슬픔`따위를 발견할 필요는 없다.
˝(...)그들(오스트랄로피테쿠스)이 두 발로 뒤뚱거리며 걷고 우리처럼 고통과 기쁨과 사랑을 알았으리라는 걸 인정하는 데는 참으로 많은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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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원시 인류의 감정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신의 기원을 설명하는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뇌가 구조적으로 유인원과 흡사하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하기도 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종의 생물학적 특성과 사회 조직을 통해 알게된 사실을 기초로 할 때, 그들은 본질적으로 두 발을 가진 원숭이었다.˝ 이들이 우리처럼-즉 인간처럼 고통과 기쁨과 사랑을 알았으리는 없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
책 뒤표지에 적힌 저자 약력에도 오류가 있다. 이에 따르면 리처드 리키는 1994년에 출생했다.
^^?
솔직히 좀 빵터짐. 이정도는 있을 수 있는 실수라고 생각한다. 내가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은 2014년도에 출간된 1판 3쇄 버전인데 오기가 바로잡혔음 좋겠다.
그리나 역자에 대해서는...차마 뭐라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