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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띠지에 '미국 아마존서점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는 광고가 적혀 있었지만, 책을 읽어보기 전에는 반신반의했다. 베스트셀러를 읽어서 실망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므로. 특히 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경우는 더욱 그랬다. 그리고 띠지에는 이런 내용이 문구도 있었던 것 같다. 슬퍼서 아름답고, 아름다워서 슬픈. 5백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읽고 난 평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절대 동의한다. 이 책, 최고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아주 피상적인 몇 가지 정보 뿐이었다. 1970년대 말에 있었던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슬람교 문화권, 최근의 기독교 봉사단원의 납치 사건. 이제는 여행 금지 국가가 된 아프가니스탄, 이유가 어찌 되었든 우리 동포를 억류하고 살해한 국가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매스컴을 통해서는 표면적인 정보 외에는 알 수 없었고, 그렇다고 심층적으로 알아볼 정도의 관심까지는 갖고 있지 않았다.
한 편의 소설이 주는 가치는 바로 이 점에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난 두 여성의 삶을 소설로 엮은 이 책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에 대해 ‘조금’ 알 수 있었다. 양과 깊이에 있어서는 ‘조금’이지만, 아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다가왔기에 아주 ‘많이’ 알게 된 느낌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현대사가 어떻게 진행되었고, 개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가져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도 단순히 개인의 삶에 투영된 국가와 민족의 운명만을 본 것이 아니라, 그 삶을 새롭게 만들 수 있는 희망을 보았다. 그래서 정말 슬프고, 또한 아름다운.
상당한 두께의 책이어서 읽기에 다소 부담이 되었고, 역자가 말했듯이 초반부가 조금 더디게 진행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니 금새 몰입이 되었고, 여행지에서 짬짬이 읽어 이틀 만에 완독할 수 있었다. 책장을 덮은 후에도 미리암과 라일리의 모습이 길게 남았다. 이 책의 결말을 해피엔딩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나, 한 사람의 희생으로 다른 사람이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는 점에서 그렇게 말할 수 있겠다. 책의 중반부터 이 책의 결말이 얼마나 궁금했던지, 만약 이 책이 완전한 새드엔딩이었다면 저자를 미워했을지 모른다. 한 편의 소설로도 훌륭하고, 표면적으로만 알고 있는 나라 아프가니스탄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