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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봤다 - 심마니 ㅣ 삶을 가꾸는 사람들 꾼.장이 1
김명희 지음, 한태희 그림,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으로 내려가 때를 기다려라. 언젠가 맑은 기운을 가진 심마니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를 따라가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거라."
책표지를 넘기자 하늘님의 따뜻한 말씀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그 말씀에 따라 바위투성이 깊은 산에 떨어지는 환한 표정의 씨앗 하나. 이 씨앗이 맑은 기운을 가진 심마니를 만나 아프고 힘들 사람을 도와주는 멋진 일을 하는 그 날이 과연 오게 될까?
심마니에 대하여 어른인 내가 가지고 있던 인상은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었다. 값비싼 산삼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인생을 허비하고, 결국 한탕을 올리려는 사람들은 아닐까? 심마니에 대해 정확히 모르면서도 막연하게 이런 정도의 인상을 가지고 있었으니, 부정적인 관점에 더 가까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산삼을 발견하고 "심봤다"라고 외치는 말을 재미있는 소재 정도로 생각했었는지 모른다.
이 책은 간절한 정성과 기도로 산삼을 찾아 다니는 심마니의 세계를 그린 이야기 그림책이다. 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아이는 아직 '심마니'라는 말도, '심봤다'라는 말도 모른다. 모두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낱말들이었으니, 아이에게는 별다른 사전 지식이나 선입견이 없는 상태. 그래서인지 책을 읽어주니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호기심을 가지고 듣는다.
씨앗은 싹을 틔워 빨간 다알을 피우면서 맑은 기운을 가진 심마니를 기다린다. 그러나 멧돼지에게 밟혀 동자마니 삼은 땅 속 깊이 긴 잠에 빠져들었게 된다. 그리고 삼을 캐러 산에 오르는 어인마니와 소장마니. 경험이 많은 어인마니는 신참 심마니인 소장마니가 첫 삼을 보게 되기를 마음 속으로 빌고, 소장마니는 소박하지만 귀한 소망을 가슴 속에 품어본다. 그런데 삼을 찾던 중 어인마니가 갑자기 위급해 지는데..
심마니의 세계에서 쓰이는 낯선 말들이 어른에게도 어려운데, 아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가보다. 일단 이야기가 재미있고 결말이 궁금하니 얼른 뒷 장을 읽어달라는 표정이다. 결국 소장마니의 간절한 기도에 하늘이 응답하는 결말은 어느 일에나 간절한 정성과 바른 마음이 보답을 받는다는 메세지도 준다. 그리고 심마니의 생활에 대한 이해와 긍정적인 수용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삼을 구해서 어르신께 먹여야 한다고 기도하는 심마니와 나를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는 삼. 사람과 자연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 장면은 참 인상적이다. 심마니는 값나가는 자연의 소유물을 거저 얻어가려는 못된 심보를 가진 사람이 결코 아님을, 자연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진정으로 소용이 되고 싶어함을 보여주고 있다.
[국시꼬랭이 동네] 시리즈를 펴내고 있는 언어세상에서 새로 펴내기 시작한 [삶을 가꾸는 꾼, 장이] 시리즈의 첫 권. 아이가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똥떡"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국시꼬랭이 시리즈는 한권 한권 참으로 새롭고 알차다는 느낌을 주었다. 이제 우리의 역사 속에서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살았던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차례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으니, 또 하나의 좋은 시리즈를 더욱 알차게 만들어 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