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다 썩은 떡 초승달문고 14
송언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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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오십 살 먹은 선생님이 계신다고? 말도 안돼! 이 책의 주인공, 무심코 내뱉은 말 때문에 ‘썩은 떡’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초등학교 2학년 슬비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질문을 해봐도, 백오십 살이 맞다고 선생님은 누누이 말씀하신다. 아무렴, 선생님이 거짓말을 하실 리가 있나? 그리하여 백오십 살 먹은 선생님을 매일 만나게 되는 썩은 떡.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백오십 살 선생님’은 슬비처럼 2학년 딸아이를 둔 나로서는 100%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우리 아이는 엄마에게 자신의 행동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감시 카메라’가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언제 엄마가 그런 소리를 했던가? 아니다. 아이가 혼자서 지레짐작하고 엄마에게 몇 번 확인하더니 이제는 굳게 믿고 있는 것!


  초등학교 2학년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 서있는 시기라고나 할까. 물론 빠른 아이들은 이미 현실에 완전히 눈을 떴겠지만, 믿을 수 없는 일을 믿을 수 있는 때가 바로 이 때라는 생각이 든다. 썩은 떡 또한 백오십 살 도사 선생님의 존재를 믿지 못하면서도 또한 믿었기에, 끊임없이 그 증거를 요구하고, 그 모습에서 어쩔 수 없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하여 도사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바로 그 일, 즉 뭉게구름을 타게 되는 놀라운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어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어른도 깜빡 속아 넘어갈 뻔 했던 그 사건이 궁금하다면 아이와 함께 이 책을 넘겨 보시라. 밝고, 유쾌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아이의 동심을 엿볼 수 있는 즐거운 이야기 한자락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단 백오십 살 어른의 존재를 절대 믿을 수 없는 아이라면 가급적 읽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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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는 맛있어 어린이 들살림 1
도토리기획 엮음, 양상용 그림 / 보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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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나 아이나 고구마를 매우 좋아하지만, 도시에서만 생활했기에 자연 상태의 고구마를 본 적이 없다. 가게에서 깔끔하게 포장된 세척 고구마만 보았을 뿐, 도대체 이것이 땅 속에서 어찌 자라나기 시작하여 어떤 모양으로 완성되는지(!) 도통 그림이 떠오르지 않았다. 고구마와 감자는 비슷할 것 같은데, 고구마와 마찬가지로 감자도 땅 속에서 자라는 모습을 봤어야 말이지.

          

  보리의 어린이 살림 시리즈로 만나게 된 <고구마는 맛있어>는 고구마가 어떻게 자라서 우리의 식탁에 오르고, 얼마나 귀중하게 사용되는지 보여준다. 어린이 살림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자연과 생태에 문외한인 엄마도 아이와 똑같이 새롭게, 뿌듯하게, 감사하게 읽을 수 있는 책. 특히 이 책은 좋아하는 먹거리인 고구마에 대한 책이라 더욱 관심을 갖고 읽게 된다.


  고구마를 키우려면 고구마가 필요하다. 고구마를 골라 싹을 틔워 고구마 순을 키우고, 이것을 심어 정성껏 키우면 알이 굵은 고구마가 나온다. 겨우내 삶아 먹고, 구워 먹고, 밥에 얹어 먹고, 엿 만들어 먹고... 고구마순 김치와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있다고 하니 군침이 꿀꺽 돌지 않을 수 없다. 고구마 중에서 조금 썩은 것은 도려내어 삶아 먹고, 너무 썩은 것은 쇠죽 끓일 때 넣고, 너무 썩은 것은 거름으로 쓴단다. 고구마는 그야말로 버릴 것이 없는 보물단지나 마찬가지다.  


  가게에서 그저 모양 좋고 맛나게 생긴 고구마만 열심히 골랐는데, 어떤 고구마든 이런 손길을 거쳐 우리에게 온다고 생각하니 흠집이 난 고구마도 다시 보인다. 공장의 완제품 마냥 산출물 상태로만 보고 구입하는 농산물들이 저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에 식탁 위에 오르는구나. 자연이 바탕이 되어 사람의 정성으로 만들어지는 농산물들. 새삼 소중하게 보이고 감사하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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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남의 일이 아니야 -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지침서 인성교육 보물창고 2
베키 레이 맥케인 지음, 토드 레오나르도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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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왕따’ 현상을 주제로 한 보기 드문 그림책이다. 책의 표지에는 흰 옷을 입은 한 아이가 두 아이에게 둘러싸여 곤경에 처하고 있다. 주먹질을 하려는 아이와 팔을 잡아끄는 아이. 그리고 그 모습을 뒤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한 아이. 이 책은 왕따의 가해자나 피해자의 입장이 아닌, 제 3자의 입장에서 왕따의 상황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을 그리고 있다.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따돌리는 이른바 ‘왕따’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옳지 못한 일이다. 그러나 호․불호의 감정이 뚜렷한 어린 아이들에게 왕따는 일부러 작정하고 하는 행동이 아닐 수 있다. 어떤 아이가 단순히 ‘싫어서’ 그 아이와 말을 나누고 싶지 않고, 때로는 놀리거나 못된 짓을 하고 싶은 충동을 아이들로서는 억제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런  행동을 적절하게 다스리는 교육도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리라.  


  이 책을 읽으며, 과연 왕따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갈 것인지가 가장 궁금했다. 사실 왕따가 나쁘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막상 왕따 현상이 나타나게 되면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고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친구가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교사에게 알려지고, 교장 선생님이 가해 학생들의 부모를 불러 따끔하게 반성하게 함으로써 완전히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방법이 참으로 명확한 해법이라는 생각과 함께, 과연 이 방법으로 왕따가 뿌리 뽑힐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떨쳐내기가 어려웠다. 책의 말미에 ‘알리는 것’과 ‘고자질’의 차이를 자세히 알려주면서 이것은 ‘알리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현실 속에서 그것들은 종종 뒤섞이게 된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나 왕따를 목격하는 아이 모두, 어른을 통한 해결이 쉽지 않음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1-3학년 정도의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그림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심판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어른에게 왕따 사실을 알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권하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어떤 방법들이 있을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것도 좋겠다. 특히 아이들 스스로 왕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자유롭게 의견을 물어본다면, 의외로 좋은 방법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때 왕따가 왜 옳지 않은지에 대해서 아이들이 완전히 이해하는 과정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왕따 문제에 있어서 가장 큰 피해는 피해 아동이겠지만, 또 다른 피해자는 이를 목격하는 다수의 아이들이다. “나는 그만두라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눈을 질끈 감고, 입을 꼭 다물고, 손으로 귀를 꽉 막고는 못된 말들이 사라져 버리기만을 바랐습니다.” 이 책의 화자처럼, 왕따를 당하는 친구를 눈 앞에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도움이 되어 주지 못하는 아이들은 계속적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것이다. 결국 왕따를 보고도 모른 척 눈을 감아버리거나, 무언의 동조자로 있는 것이 더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은 별다른 죄의식 없이 왕따의 가해자가 된 아이들도 마찬가지. 잘못된 인식과 행동을 낳는 왕따는 반드시 없어져야 하고, 특히 어린 시절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본다. 


 “왕따의 피해자들은 급우들과 어울리며 얻게 되는 사회적 성숙의 기회가 없어 또래에 비해 사회성이 떨어지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보았다. 사실,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에게는 무언가 문제가 있으리라는 선입견도 없지 않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누적되어지는 사회성 결핍이 한 사람의 일생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왕따는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틀림 없다. 특히 어린 시기에 교육이 꼭 필요한 부분이며, 이 책이 시의적절한 문제를 던져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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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이 아니야, 책임에 대하여 모두가 친구 4
레이프 크리스티안손 지음, 딕 스텐베리 그림, 김상열 옮김 / 고래이야기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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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몰라.

  그 애들은 여럿이었는데 난 혼자였거든.

  다른 애들이 먼저 그 애를 때렸어.

  그 앤 이상해. 정말 짜증나는 아이야.

  때리긴 했지만, 그냥 별 뜻 없었어. 모두가 때렸거든.

  그러니까 내 탓이 아니야.


  열 네 명의 아이들이 한 명씩 나와서 이야기한다. 그 앞에 얼굴을 가린 채 울고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 한 아이가 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아이는 없지만, 모두들 입을 모아 내 탓이 아니라고 한다. 여러 명의 아이들이 한 아이를 때렸구나. 정황상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다.


  펜으로 그려진 단순한 그림과 역시 단순한 스토리에 약간은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번갈아 내뱉는 말을 소리내어 읽을수록 속상하고 화가 난다. 잘 몰랐다고, 여럿이 그랬다고, 다른 아이가 먼저 그랬다고, 이상하고 짜증난다고 내 탓이 아니라니! 간혹 그 일의 시작을 잘 알고 있었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그 아이가 마음에 걸렸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기에, 이 모든 일의 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책을 다시 읽어본다.


  그 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애들은 여럿이었지만, 

  다른 애들이 먼저 그 애를 때렸지만,

  그 앤 이상하고 정말 짜증나지만,

  별 뜻 없었고, 모두가 때렸지만,

  진심으로 미안해.


  책의 힘이란 이런 걸까. 호기심으로 함께 책을 보던 아이는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충격적인 흑백 사진들을 보며 엄청난 관심을 갖는다.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 사진 앞에서 갑자기 ‘나는 안 그랬어’라고 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강에 일부러 폐수를 흘려보내는 공장 업주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겠지만, 세제를 많이 쓰는 우리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니 고개를 끄덕인다.


  아쉬운 점이라면, 책의 내용은 학교 폭력과 왕따에 관한 책임의 소재인데 제시하는 사진들은 전쟁, 기아, 환경 파괴 등 사회적인 이슈의 거대한 문제들이라는 점. 책의 내용과 밀접한 소재, 즉 학교폭력과 왕따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우를 암시하는 사진으로 시작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러나 사진 자체로도 큰 효과가 있었으니, 우리 아이에게 영양실조에 걸린 아프리카 소년의 충격적인 모습이 내내 기억에 지워지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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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동 선사주거지 : 신석기 시대 마을로 초대합니다 신나는 교과서 체험학습 76
김효중 지음, 심가인.강봉승 그림, 이이화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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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은 주로 부모의 손에 이끌려 이곳저곳 다닐 기회가 많다.
올해는 토요휴업일이 매달 2번씩 있다고 하니, 더욱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그 때 사전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가는 것과 없는 상태에서 가는 것은 천양지차일 것이다.
지금은 너무 유명해진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역사, 사회 분야에서만큼은 확실히 맞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암사동 선사주거지를 잘 다녀오기 위한 안내서에만 그치지 않고, 선사시대 전반에 관한 폭넓은 이해를 가능케한다. 석기, 토기, 집터 등 각종 유물들을 이해하는 것은 선사시대를 파악하는데 필수적인데, 이 책에서 그림과 사진, 모형 등을 통해 매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고학년이라면 한번 읽고, 저학년이나 미취학아동이라면 사진만이라도 같이 보고 가도 좋을 것 같다.  
날씨 좋은 날, 선사시대 사람들을 만나러 아이들과 함께 다시 한번 암사동에 가 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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