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태일이 3 - 평화시장
최호철 그림, 박태옥 글, 고래가그랬어 편집부 / 돌베개 / 2008년 7월
평점 :
<전태일평전>을 읽으며 커다란 충격을 받았던 젊은 날이 기억난다. 고등학생이 된 내 아이에게 얼마 전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하면서 반응이 참 궁금했다. 나보다 앞선 시대를 살았던 전태일의 삶을 내 다음 세대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아무 말이 없었다. 한번 물어봐야겠다 싶다.
이 책은 <전태일평전>과 또 다른 책을 바탕으로 새롭게 구성한 만화이다. 처음 만화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참 궁금했다. 만화로 어떻게? 만화에 대한 선입견이랄까, 일종의 고정관념이 있기에 너무 가볍지 않을까, 너무 건너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그런 차에 3권을 가장 먼저 읽게 되었고, 결론은 1,2권과 4,5권도 찾아 읽어야겠다는 것이다.
3권의 제목은 <평화시장>. 어려운 유년기를 보내고 청년기에 접어든 전태일이 노동자로서 성장하는 부분이다. 평화시장에서 시다에서 미싱사로, 재단보조에서 재단사로 승급하는 전태일. 그 과정은 ‘고되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가혹하다’고 해도 전부를 말해줄 수 없을 것 같다. 만화로 그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기에 책보다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평화시장의 작업환경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너무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
재단사가 되기까지 너무나 가혹한 시절을 보냈지만 그래도 비교적 짧은 시간에 노동자들이 선망하는 자리에 오르게 된 전태일. 그가 고향인 대구를 다녀오는 것으로 3권은 끝난다. 평화시장에서 잘못된 노동조건을 인식하기 시작한 전태일이 4권부터는 본격적으로 노동자의 의식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이 그려지겠지. 책을 번갈아 읽은 초등학생 딸아이와 남편이 3권 말고 더 없냐고 한다. 21세기에 다시 만나게 된 태일이가 너무나 반갑고, 소중하고, 눈물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