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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일이 4 - 노동자의 길
최호철 그림, 박태옥 글, 고래가그랬어 편집부 / 돌베개 / 2009년 2월
평점 :
태일이 4권의 제목은 노동자의 길. 평화시장에서 드디어 재단사가 된 태일이는 ‘노동자’로 거듭나게 된다. 자신의 배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잘 사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그 계기는 ‘근로기준법’이었다. 근로자의 편을 드는 법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고, 어려운 한자 투성이의 법전을 읽고 또 읽는다. 대학생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가슴이 아프고 또 아프다. 초등학교만을 졸업하고 찢어지게 가난했던 그에게 한자를 가르쳐줄만한 친구는 단 한명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들을 친구로 불러 모았고, 바보회라는 모임을 결성한다. 그 댓가는 참혹했으니, 평화시장에서 더 이상 그를 써주는 공장이 없었고, 믿었던 근로감독관은 그를 외면했다. 구세주로 믿었던 근로기준법이 현실에서는 휴지조각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 태일이. 방황과 고뇌의 시간을 갖게 된다. 근로감독관을 찾아 갔던 관공서 화장실에서 환풍기를 처음 보고 놀라는 태일이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불과 40년도 안 된 시절의 이야기라니. ‘의류산업이 노동집약적 산업이고 60-70년대 우리의 주력 산업이었다’는 사회교과서의 진술은 그 이면에 있었던 열악한 노동자들의 삶을 보여주지 못한다. 만화로 만나는 그 당시의 상황은 그래서 더욱 생생하고 처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