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그리스도교"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던, 그만큼이나 내용에서도 흥미를 느낀 책입니다.
이 세상 인구의 절반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지도층에는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훨씬 많습니다. 종교계도 예외는 아니지요. 왜 그럴까요? 이 책은 그리스도교 역사 속에서 여성들이 지나치게 낮고 부정적으로 평가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예수님 시대와 그 이후의 여성들의 역할에 대해 바라보고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아담과 하와의 원죄에 대한 해석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하와가 먼저 유혹에 빠졌다는 이유로, 여성은 원죄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 써 왔습니다. 이는 예수님 시대는 물론 그 이후까지도 계속되어, 여성들은 가정에서 또 사회에서 침묵하고 순종할 것을 강요당했습니다. 성경에서 예수님이 여성들을 차별했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저자는 여러가지 사료들을 들어 많은 여성들이 초기 교회에서 지도자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밝힙니다. 그러나 보수적인 견해를 가진 남성 지도자들이 여성들의 역할을 축소시켰고, 여성들은 교회 안에서 점점 할 일이 줄어들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신앙심이나 교회에 대한 지지는 식지 않았으며, 특히 초기 교회가 박해를 받던 시절에 여성들이 보여주었던 용기는 결코 남성들에게 뒤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더 깊은 차원의 신앙 생활을 추구하던 동정녀들이 모인 수도원은 여성들에게 공부와 선교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저자는 여러 수도원의 수녀들을 예로 들며 그들이 제한된 것처럼 보이는 수도원에서 어떻게 선교를 하고 당시의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설명합니다.
2000년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사회에는 아직도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것이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요. 남녀평등이란, 가까이 있지만 아직은 먼 것일까 하고 약간 실망스런 마음도 듭니다. 그러나, 지금보다 훨씬 더 심한 차별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신앙을 지키고 소신껏 삶을 살았던 여러 여성들의 삶을 접하며, 제가 지금 이 공간 이 시간에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약한 이들의 소리를 들어 주고 작은 목소리지만 보태 주는 것,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 주는 것은 선택이 아닌 저의 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