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을 시간도 영화 볼 시간도 없다. 신문만 열심히 읽는다. 생각의 층위는 얕아졌으나 행동은 재바르게 되었고 말의 깊이는 줄었으나 속은 단단해졌다.

 감기에 걸려 며칠간 골골대다가 선배한테 갈굼을 당하기도 하고 친구와의 술 약속을 파기하여 개욕을 먹기도 했다. 선배는 원래 좋은 사람 같으니 그러려니 하고 친구는 속정이 깊은 아이니 오히려 정겨웠다. 지금도 콜록대는 기침 때문에 고역이지만 견딜만 하다. 수월하지 않은 밥벌이의 아득함을 느끼며 내 미욱함을 바라본다.

 덕분에 글도 변했다. 미문(美文)을 즐겨 사용했으나 언어는 딱딱해지고 누군가가 읽기 편하게 수정되었다. 내일은 쉬는 날이니 요양을 하며 감기를 다스리고선 영화나 책을 보며 핍진한 영혼을 어루만져야겠다. 자아가 흘러내린 곳엔 새로운 내가 싹튼다.

 이제 하루하루는 지극한 봄이다. 봄의 들머리에 뒤돌아보며 겨울을 느끼는 아둔함을 보여선 안 되겠다. 엄마가 해 준 봄나물이 그립다. 아직 홀로 서지 못한 미천한 의지를 북돋운다.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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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29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오셨군요. 바밤바님.

누군가 읽기 편하게.. 이런건 과연 몰까 생각해봅니다. ㅎ

한참 우두커니 서 있다가, 저도 어머니가 해주는 봄나물이 그리워지네요. 그때 많이 먹어 둘걸 그랬어요. 봄날에 말이지요..

바밤바 2010-05-29 17:18   좋아요 0 | URL
그 시절엔 학교 앞에서 파는 쥐포랑 아폴로 같은 불량 식품이 맛있었지요. 양껏 먹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더 간절했던 먹거리 들이었죠.
어느 시절에나 간절한 먹거리들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의 봄나물이 어릴적 쭈쭈바보다 더 간절해 보이지만 기실 간절함의 층위란 상대적인 것이니 그저 웃을 따름이지요. ^^

반딧불이 2010-05-29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실고실 지은 따끈한 이밥에 쌀 찐 미나리무침을 얹어 맛나게 드시고 어서 감기 나으셔요. 미역국을 곁들이면 제법 먹을만한 한끼 됩니다.

바밤바 2010-05-30 14:14   좋아요 0 | URL
남들 다 멀쩡한데 나만 감기 걸린 것 같아서 서러운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 서러울 일도 아닌데 다 나같지 않게 너무 팔팔해보여서 잠시 시샘했나 봅니다.
시샘도 병인양 하여 양껏 미소지어 봅니다.^^

오늘도맑음 2010-05-29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은 좀 괜찮아지셨나요~?? 바쁠수록 좋은 것 많이 챙겨드시고 몸관리 잘하세요! 저도 먹고 싶은 음식이 달라지니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거 같아요~효효. 안본지 너무 오래된것 같아요. miss u..

바밤바 2010-05-30 14:12   좋아요 0 | URL
성돌이구나.. 누군가 했다.. ㅎ 지금 회사에서 당직 서고 있는데 골골 대고 있다. 부장이 맨날 술먹고 놀러다녀서 그렇다는데 억울하다. ㅋ 근데 우리 부장 참 좋은듯. 멋져부러~!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