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아홉살 한 아이가 운동회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대회에 나가 동상을 받았다.
생애 처음으로 받은 상에 놀라고 기뻐했는데 며칠 후, 그 그림이 액자에 담겨 복도에 떡 걸리기까지 하자 그 아이는 뿌듯한 마음에 일부러 그 복도를 뻔질나게 걸어 다녔다.
상이라는 것이 그토록 흐뭇하게 좋은 거라는 걸 속물스레 눈치를 챈 것인지
아니면 진지하게 그림 그리는 자체가 좋아서 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한 번도 스스로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조차 해본 적 없던 그 꼬마는
그날 이후로 장래희망을 '화가' 라고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교 옆에 붙어 있던 나래미술학원에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다.

아홉살이던 나이가 열 한살이 될 때까지 2년동안 그 아이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묻는 어른들의 질문이나 학년 초 써야했던 가정환경조사서의 장래희망란에도 지속적으로 화가라는 일관된 대답을 고수했다. 어느 날인가 누군지 모를 어느 어른의 한 마디 말을 듣기 전까지, 그 아이는 자신의 희망이 그저 좋았다.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네! 화가요!
......그래.
......참, 그거 되게 배고픈 직업인데. 왜 하필 화가가 되고 싶니?

집이 잘 살지 않아서 였을까. 그래서 스스로 벌지 않으면 굶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을까. 아니면 재능이 없다는 걸 기특하게도 일찍 눈치채서 였을까. 그도 아니면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야심이라도 은근히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4학년 그 아이는 휘청, 흔들리며 장래희망을 급선회해야 했다.
화가요! 라고 자신만만하게 얘기해서는 왠지 비웃음을 살 것만 같은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배고플거라는 그 한마디가 그렇게도 무서웠나.
집은 쓰러져가고 배는 곯고 살았나.
그렇지도 않았으면서, 그 아이는 왜 그렇게 그것에 연연해야 했는지.
표정이 굳어지고 머리 속은 복잡해진채 왜 잔뜩 주눅이 들어야만 했는지.

그러던 어느 날 위인전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숙제가 그 아이를 찾아 왔다.
위인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녀석, 가장 만만해 보이는 슈바이처를 골랐다. 그리고 뻔한 독후감의 공식에 입각하여 마지막 줄을 멋지게 장식했다.

저도 커서 슈바이처처럼 훌륭한 의사가 되어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돌봐주고 싶습니다.

일기장의 끝이 항상, '참 좋았다' '참 재미있었다' 등등으로 비슷하게 마무리되던 그 때, 독후감의 끝 또한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혹은 '본 받고 싶습니다'로 정해진 공식인양 따라하던 그 시절에, 그 아이는 문득 놀라고 말았다.
아, 이런 뜨거운 반응이라니. 예상치 못했던 주변 사람들의 이 열광이라니. 그렇구나. 그런거구나.

그 아이, 의사가 되기로 결심을 한다.
화가라고 말했던 예전보다 엄마가 더 좋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본인의 결정이 주변 어른들의 칭찬에 의해 탄력을 받는 것을 느낀다.
tv속에 하얀 가운을 펄럭이는 멋진 의사들이 등장한다.
스스로도 머리 속으로 상상을 하며 잔뜩 고무된다.
정말로 슈바이처처럼 아프리카로 떠나리라 다짐까지 한다.
그렇게 그 아이의 꿈은 결정되었다.

하지만 예상하다시피 그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저 열심히 해서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어른들이 말할수록 그 아이는 다시 예전처럼 슬슬 그 꿈을 입안에 감추고 있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무척이나 작은 아이가 농구선수가 되고 싶어요- 라고 한다거나 못생기고 뚱뚱한 아이가 미스코리아가 될거에요! 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그 꿈을 가만히 들어주질 않는다.
어느새 중학생이 된 그 아이는 장래희망란에 의사라고 또박또박 적는 것은 웬지 허황되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정말로 이루고 싶은 것이라면,
코피 터지게 공부해서 성적을 올리면 되는 것이 아니냐
그 정도로 노력하지도 않고 어떻게 꿈을 이루려고 하느냐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거라면 진정으로 원한 것이 아니지 않겠느냐,
누군가 말할 수도 있겠다. 정말 맞는 말이다.
그 아이가 진정 원했던 것은 아무데도 없었다.

안그래도 한참 사춘기라는 괴물을 만나
나는 누구냐 어디로 가느냐 옆반의 용팔이는 왜 순이만 좋아하느냐
하는 질풍노도같은 생각들로 머리가 터질 것 같던 그 아이는 그제서야 진정으로 슈바이처를 존경하기 시작했다. 그의 삶이 그저, 본 받고 싶습니다,라는 문장 하나로 본 받아 지는 것이 아님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 아이의 최대의 장점이자 최대의 단점은 바로 그것,
포기가 빠르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꿈은 사라졌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그 아이에게 더이상 커서 뭐가 될테냐 따위의 질문도 사라진지 오래였다. 대신 그 질문의 친척뻘쯤 되는 무슨 과에 가고 싶냐, 가 등장하긴 했지만,
그 아이는 순간순간 그 때의 기분에 따라 떠오르는 대로 대충 대답했다.
결국 아무 대학 아무 과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제서야 비로소 아홉살에 시작했던 꿈의 여정을
제대로 반추해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시절로부터 20년이 가깝게 지난 지금, 그 아이는 아무 것도 되지 못했다.
화가나 의사. 다른 아이들의 장래희망으로 단골이었던 선생님, 간호사, 과학자, 대통령등등
심지어 그 당시에는 등장조차 별로 하지 않았던 평범한 회사원도 되지 못했다.
한 때는 가정법을 남용하며 자신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지 않았나,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누구보다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 어떤 과정을 겪어야 했든 결국 그 아이에게는
뭔가가 되기 위해서나 이루기 위해 혹은 그저 삶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라도 가장 필요한
'열정'이 결여되어 있다는 걸 스스로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이제 어른이라는 껍데기를 둘러쓴 아이는 예전과 달리 열정에 불을 지피는 방법을 조금은 터득했다. 그리고 누군가 찬물을 끼얹더라도 개의치 않고 계속 지펴나갈 힘을 기르고 있다. 그것이 단지 이기심이라는 뻔뻔한 껍데기에서 나온 것일망정 더이상 그 아이가 착한아이컴플렉스에 빠져 있지 않길 바란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 것도 되지 않았다고 해서
스스로가 미미한 존재라고 느끼지는 말기를, 바란다.

그리고, 죽음이 코 앞에 오기 전까지는 삶이란 항상 현재진행형인 것을
내내 상기하기를, 정말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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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8-09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즈리턴 보러 하이퍼텍 나다에 갔다가 10분 늦어 입장을 거절당했을 때
울고 싶었었지요.
아이가 원에서 돌아오는 시간 때문에 다음회 보지도 못하고...
보고싶은 영화 못 보게 되어 늙수그레한 아줌마가 울뻔했다면 믿어지세요?
인생은 알 수 없는 거랍니다.
조금 엉뚱한 얘길 늘어놓았나?ㅎㅎ

hanicare 2004-08-09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나란 존재가 과연 있는가? 나는 밖에서 주입되고 강요된 욕망의 복사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urblue 2004-08-09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에서 몇 번인가 선택의 순간이 있었지요. 지금의 삶을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이렇게 살 줄 알았다면, 그 때 다른 선택을 했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답니다.

2004-08-12 2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8-13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4-08-14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글이네요. 주말 오전을 컴 앞에 앉아 애들은 버려두고 있음이 좀 미안하긴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문득 아이의 장래희망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얼마전까지는 작가가 꿈이었던 큰녀석(9살이에요~) 얼마전부터는 과학자로 바뀌더니 이제는 별로 얘기가 없네요.. 제가 너무 무심한건지... 어쨋든 아이의 어릴 적 꿈이 자라면서 주위사람들의 조언(?)과 편견 등에 의해 사라져가는 아픔을 아이가 겪지 않았으면 합니다..

어디에도 2004-08-14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이는 나름대로 마음 속에다 좋은 꿈을 키우고 있을 것 같아요. 엄마가 훌륭하고 좋으신 분이니 아영이도 혜영이도 모두 님께서 걱정하시는 아픔은 겪지 않을 것 같은데요. ^^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심리적 경력 혹은 경험이 중요하다,는 글을 며칠 전에 어디에선가 읽었다.

정확한 문장인지조차 몰라서, 며칠을 계속 어디서 읽었더라 어디였더라 고민을 하고
검색까지 해봤지만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치매의 진정한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랄까.

저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에는 당연하지! 하는 말이 나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 나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이것저것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결국
'내가 글 못 쓰는 것은 어쩌면 이리도 당연한가' 하는 서글픈 결론이었다.
 
사실 나는 나이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심리적 경험이라면 왠만큼은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나의 환경은 평범하지만은 않으며 핵심적으로 나의 부모는 평범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기에 나도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으며 그 덕에 경력도 좀 쌓지 않았나, 생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지금 여기 서 있는 나는 거의 완벽하게 평범한 존재다.
평범해서 싫다는 게 아니라 나의 과거와 나의 기억만으로는 아무런 상상력도 발휘되지 않는다는
것이 못내 서글픈 것이다.

사실 이건, 변명이다. 글을 쓰고 싶은데 소재가 없거나
소재를 발굴해도 그것을 글로 짜 낼 실력이 모자라거나
아니면 결국 여차저차 귀찮거나, 한 요즘의 내 상태에 대한 우스운 위안이다.

종종 나는 머리 속으로 글을 쓴다. 하나의 꼬투리가 잡히면 그걸 물고 늘어져서
머리 속의 하얀 메모장을 한 줄 한 줄 채워나간다. 실제로 워드를 치듯 단어를 고치기도 하고
문장의 순서를 재배열하기도 한다. 혼자 멍하니 그러고 있다 퍼뜩 정신이 돌아오면
아, 이걸 놓치면 안되겠다, 얼른 옮겨야겠다, 생각하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 머리 속은 다른 표정을 짓는다. 백치처럼 배시시 웃기만 한다.

야! 웃지만 말고 아까 그거, 내 생각 내가 쓴 것, 그걸 내놓으란 말이야!
몰라? 먹었어? 배고파서 삼켰어?
야! 이건 또 뭐야. 아까 그게 아니잖아. 비슷하지도 않잖아. 이왕 뱉어낼거면 좀 닮은 걸
내놓는게 예의 아니냐. 뭐, 기억이 안나? 배째?

늘상 내가 진다. 머리는 지르르 울리며 쥐가 난다는 신호를 보내오고 나는 열받은 마음으로
꾸역꾸역 마침표를 위해 달려간다. 그리하여 결국, (예를 들면)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맛도 좋고 든든하다, 행복한 여름밤이여, 하고 쓰려던 글은
아이스크림의 속살을 묘사하다 슬슬 속이 터지고
맛을 써내려가다 입 안에 남은 단맛의 잔해에 기분이 상하고
든든한 기분은 아이스크림이 한 숟가락씩 엄청난 칼로리로 변신하는 과정을 거쳐 결국,
아- 아이스크림도 살도 여름도 다 싫어 하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 것이다.
내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이 나를 쓴다. 글이 제멋대로 형용사 하나 접속사 하나로 방향을 바꾸며 이상한 곳으로 흘러가버린다.
그래서 상상한다. 머리랑 컴퓨터랑 케이블로 연결을 해서
생각하는 게 바로바로 문장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머리 속에서 길을 잃는다.
좁은 길 하나로 우르르 나오려는 것들이 병목현상을 일으키기도 하고
폐쇄된 도로처럼 음산한 공동이 되기도 한다. 혹은
파도에 휩쓸려 멀어지는, 잡을 수 없는 쓰레빠 한 짝이 난무하기도 한다.

나는 오늘도 둥실둥실 멀어지는 그것을 잡으려 안간힘을 써본다.
적확하지 않은 것들을 뭉뚱그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화장실 벽의 낙서야말로 살아 있음의 증거가 아니겠는가, 결국 혼자서 위안한다.

 


 

 

뜬금없는 이 이미지는
영화 <내가 쓴 것>의 포스터.
글을 쓰다 보니 문득 생각이 났다.
나의 글과는 하등 상관이 없다.-_-

역시나 이 글도, 나를 먹어치웠다. 처음에 무슨 얘기를 하려던 것인지 기억이 까맣다.

나의 주절거림, 나의 낙서, 너는 정녕 어디로 가는 것이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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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8-09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랑 컴퓨터랑 케이블이랑 연결되면 좋겠다고요?
아이 무서워.^^;;;

▶◀소굼 2004-08-09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블 보단 무선으로 하심이^^; 중간에 날아가는 정보들을 쓱싹;

어디에도 2004-08-09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저도 쓰면서 생각했어요. 이거 머리통엔 꽂을 데도 마땅찮은데 을마나 게으르면 이런 생각이나 하고 앉았나-하구요. 무서워하지 마세요. 귀여우시잖아요.^^;
소굼님: 무선이라니! 역시 님은 한 수 위시군욥! 근데 쓱싹- 요것은 쓱싹- 가로채시겠다는 뜻인가요? 우호호 그러시다면 님이 원하시는 정보와 이미지들(뭉게뭉게;)을 날려드릴게요. 흐흐

urblue 2004-08-09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비슷하시네요. 밤에 잠 안 올 때면 저도 이런저런 문장을 만든답니다. 그러다, 이거 글로 옮겨야지, 하고 컴 앞에 앉으면 졸리고 글도 안나오지요. 아침에 일어나면? 물론 깡그리 잊어먹지요. ^^

tarsta 2004-08-11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이 어째서 정처없는 주절거림입니까.
<하려던 이야기끈을 자주 놓치게 된다>는 멋없는 주제를 요렇게 재밌게 말씀하시고서는.!

음..머리를 케이블로 연결하면 정말 좋겠어요 공각기동대를 보니까요, 생각만으로 의사전달이 가능하더군요.
...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것도 참 번거로운점이 있겠구나 싶습니다. 생각은, 마치 통제할 수 없는 꿈처럼 순식간에 자기 멋대로 이리저리 굴러가는데 그 중에서 이것은 전달할 것, 이것은 나 혼자 생각할 것으로 분류하는게 느릿느릿하고 그러면.. 역시 엉키지 않을까요. 분류하는 중에 고민하고 헤메다가 생각을 또 놓치고... ㅠ.ㅠ

어디에도 2004-08-1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스타님!! 그 생각은 제가 또 못했네요. 역시 단순.; 님 말씀을 듣고보니, 그렇게 하면 전송된 그 생각들은 글이 아니라 정말 무슨 파편 덩어리들일거 같네요. 그래도 님, 울지 마세요. 님의 파편들은 아름답잖아요.

(우울하냐님. 일루 잠깐만... 님 머리랑 제 컴퓨터랑 좀 연결해야겠어요. 부시럭부시럭)

아영엄마 2004-08-14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토미노커란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고 있는데, 그런 류의 이야기가 나오네요.. 자기는 다른 일을 하면서 생각(작가인지라 소설의 글이 되겠죠)이 타자기에 전송되어 저절로 쳐진다는... 내용상으로는 우주선의 약영향을 받은 탓으로 몸과 영혼이 잠식당하는.. 그다지 좋은 현상은 아니네요.쩝~

아영엄마 2004-08-14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러나..(더 써야하는데 저장을 눌러버렸음..^^;;) 실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한 것이 날라가 버리기 전에-귀찮다고 메모를 할 생각은 안하고..- 어딘가에 저장되었으면 하고 싶을 때가 많답니다. ^^* 아예 노트북이라고 끼고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어디에도 2004-08-14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저도 그 소설 읽어보고 싶네요.
사실 케이블 어쩌구 하면서 글을 쓸 때도 기계치인 제가 가당찮은 말을 늘어 놓는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몸과 영혼을 잠식당한다...는 그 소설은 웬지 섬뜩한 것이 재미있을 듯 해요.^^
아 근데 전 노트북이 있어도 케이블 어쩌고 하는 소리를 했을거에요. 결국은 제가 손가락 움직여서 키보드 치는 것조차 귀찮아 하는 게으름뱅이라는 결론이...^^;
 

소굼님 서재에서 퍼온 탄생일 사전,
참 오랜만에 이런걸 해보는 듯 하다. (...라고 말은 하지만 실상 이런 걸 무지 좋아한다는...)

 

당신은
한결같이 자신의 길을 나가며 자신의 뜻대로 행동합니다.
대인관계가 좋고 매력적인 인상을 주지만 실은 부당한 세파에 시달려서 습득한 강인함을 갖고 있는 덕분이지요.
빈정거리는 사고방식, 날카로운 통찰력, 뛰어난 유머 등은 현실에 직면하여 필사적으로 살아 남으려고 한 자세에서 나온 것입니다.
일을 원활하게 진행하려고 하지만, 자신이 고른 방법에 구애 받고 있는 것이 확실하지요.
자신의 권위를 자연스럽게 행사하여 은근히 지휘합니다.
늘 온화하고 관용한 것 같지만, 누구도 눈치 못 채게 실권을 잡고 있는 것은 상당한 책사이기에 가능한 일일지 모릅니다.
그래도 온화한 분위기에 주위 사람들은 호감이 생기고 좋은 기분을 갖게 되지요.

(빈정거리는 사고방식, 어떻게 알았지? -_-)

세상을 보는 눈은 색다르다고 말하기엔 좀 그렇지만 상당히 유니크입니다.
그러나 그 독특한 사고방식은 남에게 받아들이게 되어 환영받기도 하지요.
강한 지지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주위 사람과 즐겁게 지내며 사교생활을 만끽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는 대단히 인간적이며 동료와도 끈끈한 정으로 맺어있지요.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성공하여 엘리트족으로 들어가거나 해도 남을 깔보는 듯한 태도를 취하지 않습니다.

그 한편으론 위험한 일을 무엇보다 좋아합니다.
위험에 대한 의식도 다른 사람과는 달리 그것이 목숨을 위협할 일, 나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요.
위험한 상황에 빠진 것은 부주의 때문이지 위험 그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입니다.
리스크가 있어도 필요한 준비와 훈련을 한 뒤에 도전합니다.
등산, 스쿠버 다이빙, 행글라이더 등 무엇에 도전해도 잘해냅니다.


가족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자식이 없는 경우에도 조카들에게서 사랑을 받으며 애정 깊은 남편, 또는 부인이 되지요.
교제의 달인이지만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혼자서 일을 하게 되면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이 가장 좋은 증거이지요.

야심이 부족하여 즐겁고 쾌적하며 마음이 편한 길을 선택한다는 것이 결점이라면 결점입니다.
아름다운 것에 둘러싸여 온화하게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지요.
거친 세파를 살아갈 만큼 힘이 솟지 않을 때는 의욕을 일으킬 것 같은 자극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가진 약점, 장애, 직장에서의 반대의견, 권력자의 횡포 등은 이 날 생일인 사람의 투지를 분기하게 만듭니다.

[ 장 점 ]
취미가 좋다(취미가 좋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사교성이 있다
유머가 있다

[ 단 점 ]
독선적이다
고집이 세다
무모하다


[ 당신의 건강 ]
자신은 조심한다고 하지만 부상을 당하는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위험을 구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이 경향은 더욱더 짙어지지요.
특히 전락하는 일, 몸을 세게 부딪치는 일 등과 내장을 손상하는 일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섹스는 신중하게 해야합니다.
섹스에 밸런스감각이 없어지며 정신과 몸에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인생을 즐기며 담배, 커피, 술을 자주 입에 대는데 적당히 하든지 할 수 있으면 엄격하게 제한합시다.

[ 당신에게 권하고 싶은 것 ]
자기만족을 하고 있어서는 안됩니다.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계획을 세웁시다.
정신면을 소중히 생각하여 자신을 연마하는데 시간을 사용합시다.
의욕을 가질 것.

 

사실 난 이런거, 되게 좋아했었다. 처음 인터넷을 깔았을 때 검색창에 '심리테스트'라고 쳐서 이것저것 재미난 것을 섭렵하기도 했었다. 장난으로건 재미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게라도 맞으면 재미있었으므로, 맞지 않다고 해도 나라는 인간을 돌아본다는 건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었으므로, 난 언제나 무슨무슨 테스트에 혹 하는 인간이다.

나와 같은 날 태어난 수많은 인간을 이 한 페이지로 정의한다는 건 말도 안되게 우습지만
점쟁이가, 너 어렸을 때 큰 병 앓았지- 하고 말하는 것에, 네! 맞아요~ 어떻게 아셨나요, 하는게 우습듯이, 결과가 나와 대략 맞으면 난 즐겁다.

의욕을 가질 것! 이 얼마나 나에게 필요한 주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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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4-08-06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저도 덕분에 들어가봤는데 현실과 꿈의 경계를 자주 분실하는 유형으로 나왔네요.테스트라고 해보면 마음에 안드는 것 투성이얏.이라고 투정을 부리려다가 아쿠! 여기가 어딘고 하니 몰래 들여다 보던 서재였구나.인사를 이렇게 엉뚱하게 하고 나니 부끄러워서 휙 사라집니다.좋은 하루 보내시길(멋진 탄생일이군요.)

▶◀소굼 2004-08-06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빈정거리는 사고 방식;;저도 좀 그런데; 취미가 좋다는건...어디에도 님이 택하신 취미는 다 좋다는걸까요;

urblue 2004-08-06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거 할 때면 저는 항상 안 맞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어쨌거나 -- 한 번 해 봐야겠네요.

2004-08-06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8-07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명란님 서재에서 보고 퍼온,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

 1. 내 얼굴은, 뭉클뭉클

2. 내 신분은, 상승 중

3. 내 성격은, 소심과 변덕의 절묘한 앙상블

4. 내가 싫어하는 것은, 오이 비누

5. 내가 좋아하는 것은, 회 (결국 먹는 것으로 수렴되고 마는 서글픔;)

6. 나를 가장 기분 나쁘게 하는 것은, 발바닥에 밥풀 붙는 것

7. 내가 사랑하는 것은, 맥주

8.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후회

9. 내가 가장 후회하는 일은, 후회할만한 일을 저지르는 일

10. 나를 가장 괴롭히는 일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만 하는 순간

11.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지겨운 서울

12. 나의 성격은, 자꾸 물어보면 승질내는 성격

13. 나의 가족은, 가족일까

14. 내 친구는, 나를 아직도 기억할까

15. 우리 가정환경은, 평범과 기이의 극적인 반복

16. 나의 장래 희망은, 진정한 독립

17. 나의 친구들은 나를, 정녕 따돌리는가

18. 나의 형재(자매)는 나를, 애타게 찾는다(왜 전화는 안받고 지랄이냐)

19. 우리 집에서는 나를, 내논지 오래

20. 성공하려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성공하기는 하는 건가? 해야만 하는 것인가? 성공, 그런거 사실 바란 적이 없다. 이미 계속 살아가는 데 성공했으므로.

 

 맥주 먹고 죽죽 대답해 가다가 15번에서 막혔다. 나를 키운 것은 정녕 8할이 외박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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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엉가 2004-08-05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정녕 8할이 외박이었읍니까?

urblue 2004-08-05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정.말.로. 좋아하시는 게 아닌지... 새벽 4시까지 또, 안 주무시고 맥주마시면서 이걸 쓰셨단 말입니까? 오늘 출근은 제대로 하셨나 ^^; (아니, 뭐 걱정되는 마음에..)
그나저나 이거 재미있네요. 저도 한 번 해볼까.

로드무비 2004-08-05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전화는 안 받고 지랄이냐~~
그게 가족인 거 같아요.^^

tarsta 2004-08-05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이비누! 저도 엄청 싫어해요. 오이는 괜찮은데 오이를 가공한 것은 다 싫어요. 각종 오이향 화장품과 비누가 나올때 넘 괴로웠어요. 동지가 계시는군요! (덥썩)

비로그인 2004-08-05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헤헤헤..어디에고님, 은근히 웃긴단 말쓈여요. 정체가 뭘까..이참에 미행을 함 붙여야겠어요..아그들아~(ㅡ_ㅡ^)옙! 성님! 스스슥..

▶◀소굼 2004-08-06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박하는 사람 쫓아다니는 것도 재미날 듯;;
 

생각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삶을 느리게 진행시킨다.
한 걸음 앞으로 디뎌 나가야 할 순간에 어느 쪽 발을 먼저 옮길지 따위를 고민한다거나, 마구 기뻐야 할 순간에도 몇 퍼센트나 기뻐해야 적당할 것인지 같은 것이나 따지고 앉았다면, 정녕코 피곤한 삶이 아닌가.

은희경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스스로를 바라보는 나보여지는 나 로 분리하려고 애쓴 적도 없건만 나는 항상 나를 바라보는 스스로의 집요한 시선을 느끼고 있다. 완벽하게 분리되어 고통 같은 것도 남 일 보듯 둔탁한 느낌으로 넘길 수 있다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겠지만.

어쩌면, 나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나를 바라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내가 먼저 경험하고 조금 그럴 듯한 모습만을 투과시켜 세상에 내보내려는 나의 허영일 것이다.

헤드뱅잉을 하고 싶다. 그저 박자를 맞춰 머리를 흔드는 것은 누구에게나, 머리통만 달려있다면 쉬운 일이다. 하지만 헤드뱅잉은 몰입이라는 단어의 동어반복이다. 음악에 머리를, 마음 전체를 내맡기고 빠져드는 무아지경이다.

머리를 연신 휘저어대면서도 머리 속으로는,
좌우로 흔들까 아님 오른쪽으로 돌려볼까
,  머리카락이 입에 들어가네, 좀 어지럽지 않나, 따위의 생각만 주구장창 해댄다면 그건 그저 머리 아니 목 운동에 지나지 않는 것이 된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의식과잉의 시발점이 아닐까. 그리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결국 누구에게나 좋은 인상을 주고 사랑받고 싶다는, 애정결핍의 발로가 아닐까.

버리고 싶다
.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고 싶다. 머리 속의 생각을 숨 들이키듯 멈추고 그저 삶을 빠르게 가로지르고 싶다.

많은 생각을 거듭하며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은
,
감정이 불같이 일어나 입에서 욕지거리가 발사될 것 같은 위험한 순간에만
유효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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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8-05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내가 객관성과 균형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라고 생각하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