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니 오늘은 아들의 유치원 졸업식날이다.
어제 저녁에 아들이 선생님께 쓴 감사카드를 보고 웃음이 나오는걸 겨우 참고, 참 잘썼다며 애써 태연함을 가장했다.
(웃었다가는 아들이 선생님께 카드를 아예 안드릴 것 같아서)
to. 선생님
1년동안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1년이 정말 빨리 지나가네요.
정말 아쉽습니다.
1년이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걸까요.
시간을 되돌리고 쉽네요.
1학년이 돼도 유치원에 놀러갈까요?
from : 곽용채
겨울방학 하루 전.
따끈따끈한 6학년 교과서를 딸아이가 가져왔다.
제일 먼저 국어책부터 살펴봤다.
이거 원래 딸애가 해야 할 일인데 항상 엄마가 먼저 설친다. 아이도 그러려니 한다.
<읽기> 교과서에 실린 작품 모아본다.
<듣기, 말하기, 쓰기>교과서에 실린 작품 모아본다.
밤 8시 30분경. 수학학원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늦은 저녁을 먹는다. 여태껏 놀았던 아들은 이제 막 학습지를 풀기 시작한다.
아들 : (투덜투덜) 아...왜 자꾸 공부를 해야 하는거야. 그냥 놀면 안되나...좀 더 놀다 하면 안될까요?
딸 : (동생을 지그시 바라보며) 용채야! 사람이 왜 태어나는지 아니?
아들 : (시큰둥하게) 몰라~~~
딸 : 사람은...공부하기 위해 태어나는 거야.
아들 : ........
공부나 많이 하면서 저런 이야기를 하면... 그런데 뭐지? 이 미안한 감정은...
외할아버지 제사에 참석한 아들. 모든 어른들을 향해 묻는다.
아들 : 사람은 죽으면 하늘나라로 간다는데...누가 경험하고 온 건가요?
어른들 : .......
모두들 바쁜 척하고 아무도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어떤 대답을 해줘야 하는거지?
분식집에서 라면을 앞에 놓고 쟁탈전을 벌인다.
딸 : 엄마, 용채가 나 놀렸어. 미친 누나라고!
아들 : 누나도 어제 밤에 나 놀렸잖아. 베이비똘똘이라고!
딸 : 그건 어제 얘기잖아. 난 지금 안놀렸다고.
아들 : 이따 밤에 나 놀릴거잖아. 그래서 나도 미리 놀린거야. 왜?
딸 :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