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는, 실패까지도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결국 문화로 성숙된다.

그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망각을 강요하는 것은 인간에게 동물이 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것은 정치와 언론이 행할 수 있는 가장 강하고, 가장 치졸한 폭력이다.(230쪽)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구질구질한 세계가 문득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그리고 싶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따뜻해 그의 영화가 궁금해졌다.

 

 

 

<환상의 빛> 1995

<원더풀 라이프> 1998

<아무도 모른다> 2004

<걸어도 걸어도> 2008

<공기인형> 2009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2011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 2015

 

남은 10월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로 채워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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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도 종류가 있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차갑고 스산한 바람,

비가 묻어나는 비린내가 살짝 감도는 들끈한 바람,

밖에 나서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바람의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무데뽀 바람 등등...

며칠 전 혼자 맞기에는 너무 아까운, 아주 기분 좋은 바람을 만났다.

그 시원함에 한참을 멍하니 바람을 맞고 서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수학학원을 가기 전 잠시 짬을 내 쪽잠을 자고 있었다.

이제 깨워야 하는데... 학원 보내야 하는데...

"딸, 일어나. 학원 가야지."

힘겹게 몸을 뒤척이는 딸에게,

"오늘 바람 정말 기분좋게 시원하다. 정신이 번쩍 들거야. 어서 일어나."

 

학원에서 돌아온 딸에게 오늘 수업은 어땠냐고 물었더니 대뜸 하는 말이.

"엄마, 오늘 바람 정말 좋더라. 정말 기분좋게 시원했어. 엄마 말이 맞았어."

 

뭐지 이 기분!

겨우 딸과 바람만 공유했을 뿐인데...  뭔가 대단하게 결속된 듯한 이 짜릿함.

살면서 알아줬으면 싶은 그런 것들 중에 하나를 내 딸도 조금씩 알아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저 고맙고 감사했다.

 

요즘 읽고 있는 이 책. 참 좋다. 정말 좋다.

 

 

 

 

 

 

 

 

 

 

 

 

 

엄마 공지영처럼 딸에게 요리 레시피를 줄 수는 없지만(난 요리에 젬병 ㅠㅠㅠ)

 

나는 딸에게 기분좋은 '바람'을 줄 수 있다.(고 스스로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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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립중앙박물관 '폼페이' 전을 보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렀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과 함께 택시를 타고 집결지로 향했다.

기본요금 2,800원이 나왔다. 만 원을 냈더니 택시기사님이 너무도 당당히,

"그냥 삼천 원 내시죠?"

하며 칠천 원을 거슬러준다.

이건 뭐지? 아침부터 4명이 꽉 채워 탔으니  더 내란 말인가? 아님 잔돈이 없어서?

짧은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으나, 그래 아침부터 따져서 뭐하나 싶어 그냥 그러마고 하고 내렸다.

 

2. 아이들이 출출하다며 편의점에서 파는 매운 소시지를 사달라고 해서 cu에 갔다. 

두 개를 사면 하나를 더 준다고 쓰여있었다.

"이거 두 개 사면 하나 더 주는 거 맞죠?"

아저씨는 바코드를 찍으면서 고개를 갸웃하더니 너무도 당당하게.

"재고가 하나도 없는데요."

그러곤 아무 말이 없이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한다.

숨을 고르고 다시 물어봤다.

"그럼 다른 비슷한 소시지라도 주시면 안 되나요?"

그렇게는 안된다고 한다. 자기들도 판매실적을 다 위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나.

그럼 소비자에게 마땅히 지켜야 하는 약속은 어겨도 된다는 건가.

내가 소시지 두 개 샀으니 하나 더 달라고 떼를 쓴 것도 아니고 자기들이 먼저 주겠다고 떡하니 써 붙여놓고는 재고가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그럼 그냥 두 개만 주세요."

나오면서 이웃엄마에게 말했다.

"오늘 정말 이상한 날이네. 아침에 택시비부터 시작해서..."

그냥 웃고 말았다.

 

3. 집에 돌아오니 알라딘에서 주문한 책이 도착해 있다.

기다렸던 정희재님의 <연필이 사각거리는 순간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를 펼쳐 들었다.

나는 연필을 좋아한다. 사각거리는 소리도 좋고, 냄새도 좋고, 깎을 때는 더 좋고...

오늘도 박물관에서 아들의 눈총을 받아가며 내가 쓸 거, 선물할 거 해서 연필을 한무더기 사왔다.

기분좋게 책을 읽었다. 내용도 쓱쓱 잘 넘어가는 편이라 어느 새 반 이상 읽어버렸다. 그러다 무심코 책의 뒷부분을 펼쳐보게 되었다. 이럴 수가! 

파본이다. 그것도 정말 기분 나쁜 파본이다. 책등이 까였다거나 책표지에 뭐가 묻어있다거나 하는 그런 종류의 파본이 아니다. 

 

 

 책 사이즈에 딱 맞게 치밀하게 접혀있었다.

 

 

 

펼쳐보니 요렇게 된다. 그렇게 접을 시간이 있었으면 가위로 잘라서 보내주던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사람의 짓은 아닌 것 같다. 기계의 잘못이겠지. 분명 그럴게야. 난 그렇게 믿고 싶을 따름이고. 

 

이미 포스트 잇을 붙여가며 책은 반 이상 읽었는데... 이걸 반송해서 다시 새 책을? 그런 수고를?

 

그냥 오늘 하루는 이런 하루인걸로 마무리짓기로 마음먹었다. 내 정신건강을 위해.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로...

 

......................................................................

 

이 일은 지난 수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문득 그 날이 다시 떠오르면서 여기에라도 이렇게 적어야 내 속이 시원해질 것 같아 이러고 궁상떨고 있다. 

쓰면서 또 화가 난다.

왜? 왜? 왜?

왜 그들은 나에게 그렇게 당당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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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든 꼭 흔적을 남기기로 한 나의 결심이 2014년을 꼭 한 달 남겨놓은 이 시점에서 흔들리고 있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흔적을 남긴다.

 

<귀향> 베른하르트 슐링크, 시공사

 

2014년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한 베른하르트 슐링크.

박경리 문학제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되어 가까이에서 베른하르트 슐링크를 보게 되었다.

엄청나게 큰 키, 와인을 좋아하고......(더 알아낸 게 없는 나)

이 책을 좀 더 미리 읽고 작가를 만났더라면 사인받을 때 뭐라고 말이라도 좀 붙여보았을텐데.

그저 "Hi~" 라는 인사에 "Hi~"라는 수줍은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는.

 

아무튼 작가를 직접 만나보고 이 책을 읽어서인지 왠지 베른하르트 슐링크가 우리말로 옆에서

조곤조곤 읽어주는 느낌으로 이 책을 보았다.

'카를의 귀향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하여 중간에 읽기를 멈출수 없었고, 반전있는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져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란달의 시네마 레시피> 정영선, 미호

 

요리에 관심이 없는데도 이 책을 읽었던 이유는 영화때문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영화의  대부분이 이 책에 모여 있었기에 망설임없이 도서관 신간 코너에 꽂혀있던 이 책을 덥석 채가지고 왔다.

 

너무 깊지도 너무 얕지도 않은 영화 이야기를 아주 느긋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곁들어 영화와 관련된 요리도 눈으로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하면 거짓말! 요리에 젬병인 나로서는 아주 쉽다는 그 요리들이 그림의 떡이었다는 슬픈... 그래도 몇 가지 정도는 시도해 보고싶은 욕구가 생기기도 했다.

또 한가지 목표가 생겼다. 2015년에는 이 책에 나온 영화들을 다시 한번 보기!

 

 

<달팽이 안단테>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 돌베개

 

몇 달전에 딸아이가 달팽이 한마리를 길에서 주웠다며 가져 왔다.

그리곤 달팽이 상추 먹는 소리가 너무 귀엽다며 나에게도 들어보라고 권했다.

정말 그 소리는...표현할 수가 없을만큼 정말 귀여운 소리였다.

 

이 책의 원제목은 The Sound of  a Wild Snail Eating 이다.

 

귀를 바싹 기울였다. 달팽이가 먹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누군가가 샐러리를 매우 잘게 끊임없이 씹어 먹을 때 나는 아주 작은 소리였다. 나는 달팽이가 보라색 꽃잎 하나를 저녁밥으로 꼼꼼히 다 먹어치우는 한 시간 동안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았다.(26-27쪽)

 

 

갑자기 몇 달 전에 우리집에 왔던 그 달팽이의 근황이 궁금해져서 딸아이에게 달팽이의 안부를 물었다.

너무나 쿨하게, 죽어서 버렸다는...

그런데 정말 그 달팽이는 죽었을까? 

왠지 살아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겼다. 달팽이는 그렇게 쉽게 죽어버리지 않으니까.

 

달팽이는 그저 달팽이의 삶을 살았을뿐인데, 저자인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는 달팽이에게 크나큰 위안을 얻는다.

희귀병에 걸려 누워 있어야만 할 때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고 온몸으로 보여준 달팽이기에.

 

 <내 이웃의 안녕> 표명희, 강

 

<달팽이 안단테>와 함께 읽은 표명희 작가의 단편 '달팽이를 길러야 할 때'.

이 두 권의 책을 함께 보라며 소개해 준 이성미 시인의 센스에 탄복했다.

달팽이... 작다고, 느리다고 무시하지 않으리.

달팽이를 길러야 할 때가 내게도 도래한 것은 아닌지.

 

 

<누가 내 머릿속에 브랜드를 넣었지?> 박지혜, 뜨인돌

 

'청소년이 알아야 할 소비의 진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기업의 광고에 속지 말라는 이야기다.

마케팅과 소비에 관련된 다양한 개념과 이론, 전문적인 용어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실례를 들어 이야기하고 있다.

 

브랜드 추종자가 되지 말고 똑똑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 책은 십대를 겨냥해서 쓰여진 책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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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베개를 얻고자 그 많은 책을 사들였건만...

 

이제는 달력으로 사람을 흔드는구나.

 

그저 그런 달력이겠거니 하고 창을 클릭해봤더니.

 

헐..... 대박!

 

자그만치 3종류의 달력이... 어느 하나 포기하고 싶지 않은 달력이... 이런 알라딘!!!

 

* 큼지막한 크기의 백희나 그림책들로만 이루어진 벽걸이용 달력.

*피터 래빗 달력 / 책 읽는 명화 달력

 

이게 또 놀라운게 기존의 달력은 그림 따로 숫자 따로 되어 있어 그림을 볼 것이냐, 달력을 볼 것이냐로 고민을 해야 했었는데. 이제 그런 고민은 끝! 양면을 다 볼 수 있다는...

 

 

 

어쩌라구!!!!

 

달력 핑계로 또 책을 사야 하는...(왜 기쁜거지?)

 

달력 끝나면 이제 또 다이어리로 괴롭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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