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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해를 바라보며 그는 울었다 (도종환)

차고 푸른 수평선을 끌고 바람과 물결의  

경계를 넘어가는 북해를 바라보며 그는 울었다 

내일 학교 가는 날이라고 하면 

신난다고 소리치는 볼 붉은 꼬마 아이들 바라보다 

그의 눈동자에는 북해의 물방울이 날아와 고이곤 했다 

 

폭 빠져서 놀 줄 알아야 집중력이 생긴다고 믿어 

몇 시간씩 놀아도 부모가 조용히 해주고 

바람과 눈 속에서 실컷 놀고 들어와야 

차분한 아이가 된다고 믿는 부모들을 보며 

배우고 싶은 내용을 자기들이 자유롭게 정하는데도 

교실 가득한 생각의 나무를 보며 

그는 피요르드처럼 희고 환하게 웃었다 

 

아는 걸 다시 배우는 게 아니라 

모르는 걸 배우는 게 공부이며 

열의의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거나 늦으면 

학습목표를 개인별로 다시 정하는 나라 

변성기가 오기 전까지는 시험도 없고 

잘했어, 아주 잘했어, 아주아주 잘했어 

이 세 가지 평가밖에 없는 나라 

 

친구는 내가 싸워 이겨야 할 사람이 아니라 

서로 협력해서 과제를 함께 해결해야 할 멘토이고 

경쟁은 내가 어제의 나하고 하는 거라고 믿는 나라 

나라에서는 뒤처지는 아이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게 

교육이 해야 할 가장 큰일이라 믿으며 

공부하는 시간은 우리 절반도 안 되는데 

세계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보며 

그는 입꼬리 한쪽이 위로 올라가곤 했다 

 

가르치는 일은 돈으로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므로 

언제든지 나랏돈으로 교육을 시켜주는 나라 

청소년에 관련된 제도는 차돌멩이 같은 청소년들에게 

꼭 물어보고 고치는 나라 

여자아이는 활달하고 사내 녀석들은 차분하며 

인격적으로 만날 줄 아는 젊은이로 

길러내는 어른들 보며 그는 눈물이 핑 돌았다 

 

학교가 작은 우주라고 믿는 부모와 

머리칼에서 반짝이는 은빛이  

눈에서도 반짝이는 아이들 보며 

우리나라 아이들을 생각하며 

마침내 그는 울었다 

흐린 하늘이 그의 눈물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경계를 출렁이다가도 합의를 이루어낸 북해도 

갈등이 진정된 짙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이들의 

가슴도 진눈깨비에 젖고 있었다 

 

 

아이들 성적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때... 이 시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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