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인간을 해석하다 -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고, 분열하고, 만들어지는가
크리스천 러더 지음, 이가영 옮김 / 다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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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도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도 안 하지만....

단지 스마트폰을 쓰고 여기저기 인터넷 사이트를 기웃거리는 것만으로도 내가 얼마든지 노출될 수 있다는 걸 진작부터 알았지만, 알자고 들면 언제든 발가벗겨 질 수 있다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기분이 언짢아진다.

누군가는 그러겠지. 아무도 널 알고 싶어하지 않을 거라고. 넌 누군가가 관심갖고 알고 싶어할 만큼이나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미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이 세상에서 우린 끊임없이 자신을 노출하고 타인의 영향을 받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내가 또 누군가에게 알려지고 하는 걸 피할 수 없다. 그러기에 더욱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할 일이다.

인터넷으로 투명해진 세상은 정의를 알리고 구현하는 데 더욱 유리하겠지만 이 인터넷이라는 도구가 인간에게 인간적인 도구로 쓰이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인간의 역할과 능력이리라.

내가 흘리는 인터넷의 빵부스러기들, 그리고 나 자신의 삶을 브랜드로 만들라고 하는 유혹이 가지는 치명적인 위험들이 무엇인지, 무엇보다 인터넷 덕분이라도 내가 어디서 무얼 하려고 하는지 스스로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점점 더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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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의 거짓말 놀 청소년문학 22
발레리 쉐러드 지음, 김은경 옮김 / 놀(다산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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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싸이코패스들은 나름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이유를 얼마나 노출하느냐, 구성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유를 알면 훨씬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건 사실이다.

싸이코패스가 등장하는 아이들 책은 처음이다. 물론 아이들이라고 하기엔 나이들이 좀 있긴 하지만....

한번 잡으면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인간이 자기 중심을 가지고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그 안에서 정말이지 아니면 아니라고 말하고, 불의를 보면 저항하며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그것이 어렵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인간이 인간이라면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고, 불의를 보고 참아 넘기면 그것이 또 얼마나 참혹하고 불편한 일인지도 보여준다.

용기있게 살아야 겠다.

함부로 남의 이야기에 부화뇌동하지말고, 끌려다니지도 말자.

그러기 위해서는 천천히, 꼼꼼히 생각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용기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세상은 그만큼 좋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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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진흙 창비청소년문학 71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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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표지 그림에 뭔가 궁금증이 확 일어난다.

진흙이라고 해서 붉은 혹은 갈색을 생각했는데 그림에서는 초록색 진흙이다.

이건 뭐지? 게다가 에코 스릴러라니...

학교에서의 따돌림, 사랑이 부족한 아이들, 그리고 자신의 원칙과 소신을 용기있게 지켜 나가는 일의 어려움 들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벌어질 수 있는 피해 같은 건 아랑곳하지 않는 그러나 그 역시 마음이 헛헛한 어른들과 함께 믹스된다.

한 아이가 한 아이를 지독하게 미워하는 것이 생일이 같은데 다른 한 친구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엄마가 해 주고, 자기는 엄마한테 밥은 커녕, 따뜻한 말 한마디도 못 들었다는 이유가 될 수도 있음을.... 그런 이유가 절대 하찮지 않음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무섭지만 자신때문에 고통받을, 상대의 무서움과 배고픔을 생각하는 것이 진짜 용기이다. 인간됨이다.

타인에 대한 공감이 용기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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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조카 나니아 나라 이야기 (네버랜드 클래식) 1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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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세계를 어찌 믿을 것인가?

보이지가 않는데

그렇다면 보이는 세계는 믿을만 한가?

내 눈에 보인다고 그것이 보이는 게 다인줄 어찌 알겠는가?

본다.

혹은 보인다.

그것은 우리를 끊임없이 헛갈리게 만든다.

마법사의 조카는 어린이들을 위한 창세기의 판타지 버전이랄까?

아슬란의 창조의 원리는 노래이다.

아름다운 노래, 창조의 노래, 조화의 노래, 장엄한 노래.

그 노래 이후에 처음 등장한 농담.

보이지 않는 나니아 그 곳에 남자 아이 디고리와 여자 아이 폴리가 함께 간다.

아이들이 보이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태도 안에는 어찌보면 흔히들 말하는 남성성, 여성성의 모습이 보인다.

안전장치가 중요한 꼼꼼한 여자아이 폴리와 호기심에 충천한 남자아이 디고리를 보면서 남자와 여자가 함께 어우러 살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는 듯 하다.

그리고 까마귀의 농담.

스스로 농담거리가 되었음에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까마귀.

<마법사의 조카>의 가장 큰 농담은 앤드류 삼촌이다.

내 생각엔.

호기심은 있으나 두려움은 많은, 이기적이면서 예쁜 여자한테는 약한... 사태 파악도 의미 파악도 되지 않는 앤드류 삼촌이 농담거리다. 혹여 내 안에 앤드류 삼촌이랑 비슷한 꼰대 어른의 싹수가 있는 건 아닌가 갑자기 소름 돋는다.

보이는 세계를 보자.

보이니까 믿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다.

보이는 세계는 사실 의심해야 한다.

내 눈에 보이는 게 다인지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의 의미는 무엇인지....

믿음이란 보이지 않으니까 필요한 거다.

보이지 않는 뭔가가 있음을 믿자.

그리고 내 삶의 지평과 시야를 넓히자.

지금까지 본 것만 가지고 살다 죽으면 재미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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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산 -상 을유세계문학전집 1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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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꼭 한번 읽어야지 벼르고 있었는데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다가 영적인 발전 단계를 보여 준다는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고 연휴에 도전했다. 1300페이지가 넘어 과연 연휴안에 읽을 수 있을까 염려했는데 막상 이틀만에 끝내고 나니 아쉽다. 이틀동안 베르크호프 요양원에서 7년을 보낸 한스 카스토르프와 함께 했다.

그곳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곳이다. 평지의 삶에서 보이는 역동과 욕망과 성취와 경쟁이 없다. 대신 평화와 질서와 규칙이 있을 뿐이다. 나른한 상태에서 오로지 자신의 몸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평화.... 사람들이 휴식과 여가에서 추구하는 진정한 쉼이 있는 곳이다. 세상의 모든 온갖 근심 걱정 다 내려놓고 그저 주어진 틀 안에서 안식을 누리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그런 쉼과 안식이 계속 이어진다면..... ? 무력함에 잠식 당하겠지.

공기가 희박한 고원지대라고 하지만 왠지 그곳의 공기는 접착력이 있을 듯 하다. 그 곳에 발들인 사람들의 발길을 한없이 붙잡는.... 그건 비현실적인 평화와 안전이 주는 나른함이다.

냉철하게 생각을 해 보자. 의미를 묻지만 않는다면 평지에 이루고 싶은 일도, 잊혀지지 않는 인연도 없다면 편안함과 질서와 규칙이 있는 그 곳에 머무르는 것이 왜 문제인가?

한스는 열려 있었다. 새로운 배움에 대한 갈급이 있었다. 세템브리니와 나프타, 그리고 페퍼코른의 만남에 적극적이었던 건 그냥 어떤 편견도 구체적 지향도 없이 스스로 즐겁게 배웠다. 그러나 그 배움을 써먹지 못했다고 해야 하나. 그들 보두 세템브리니와 나프타, 페퍼코른 모두 그저 흔히 말하는 세속의 성공과 영향력 같은 건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그냥 죽어갔다.

삶의 의미를 도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먹고 사는 걱정에서 해방된 상태에서의 자유로운 공부. 하지만 구체적 목표나 목적은 없다. 나쁘지 않지 않은가? 무엇을 꼭 이루어야 하고, 자신이 공부한 걸 어디다 써 먹어야 하고, 뭔가를 알려 주어야 하고....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한스가 그 위에 머물렀던 건 쇼샤 부인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랑이 떠나가고도 그는 남았다. 내려가야 할 이유가 없기에. 그렇다면 전쟁터에 나가 총알받이로 쓰러지는게 그의 목표가 될 수 있었으려나.... 아마 그곳이 전쟁터였기에 떠날 수 있지 않았을까?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한스는 어느새 저승에 더 가까이 가 있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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