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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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먼저 봤다.

영화와 원작이 많은 부분 일치한다. 그래서인지, 그냥 술술 넘기게 된다. 읽는데 영화 보는 시간 만큼 걸렸던 것 같다. 문장을 곱씹는 맛보다는 장면을 그리게 된다. 영화를 먼저 본 것의 폐해다.

천지의 선택이 여전히 난 공감이 안된다. 그럴수도 있겠지....가 잘 안된다.

착한 아이라서?

화연의 선택 역시 공감이 안 가는 건 마찬가지다.

외로우면 외롭다, 아프면 아프다, 싫으면 싫다, 왜 말을 하지 못하는 걸까?

두려움. 무엇에 대한?

관계가 이토록 중요한가? 인간의 삶에서.

그들의 두려움과 관계에 대한 염원의 그 밑바닥이 무엇인지를 볼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삶과 영원히 작별하겠다는 그 지독한 아픔의 근원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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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아이들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9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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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다! 이야기가 리듬을 타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줌 인, 줌 아웃, 클로즈 업과 롱 샷을 번갈아 가며 펼쳐진다. 글자들을 읽으며 저절로 장면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또 너무나 잔혹한 인도의 현대사들.... 학살, 독재, 억압... 이유가 뭘까?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저항하며 사라져 가야 하는 걸까? 살림 시나이가 자신의 능력으로 정말 역사를 전복하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은 무엇일까? 시대적 통찰, 그렇다면 살림 시나이가 어린 10대 아이들의 치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미망인에게 제압당했던 이유는 뭘까? 살림 시나이가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은 무엇이고, 그것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일까?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과의 관계가 너무 불안하여 세상을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대단한 상상력이다. 영화가 기대된다.

어떤 조건에서든, 어떤 환경에서든 사람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은 사랑 아닐까, 작가가 그런 이야기를 건네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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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4
제인 오스틴 지음, 원영선.전신화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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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인 오스틴의 <설득>

 영국인이 세익스피어 다음으로 좋아하는 소설가, 심리 묘사가 뛰어난 고전 등의 소개로 잠시 망설이다 책을 펼쳐 들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설득이라는 제목 때문에, 누가 누구를 어떻게 설득하는지 좀 자세히 알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보기 시작했다. 누가 누구를 설득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저 설득할 수 없는 자기 고집과 자기 세계를 가진 사람들만 나올 뿐이다.

 게다가 8년전 사랑을 만난 두 남년의 알 수 없는 눈빛교환이라니... 정말 내가 둔하긴 둔한 모양이다. 이런 섬세하고 야릇한 눈빛교환과 남녀간의 미묘한 감정교환에는 영 촉도 안 서고 재미도 못 느낀다.

 고전이라는, 남들이 다 좋다고 한다는 나름의 압박으로 언젠가 아주 기막힌 설득 장면을 만나게 되리라는 기대로 끝까지 읽었으나 끝까지 아리까리 할 뿐이다.

 앞으로 당분간은 제인 오스틴을 다시 읽기 어려울 듯 하다. 하지만 제인 오스틴의 소설의 제목들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오만과 편견, 감성과 이성. 내가 알고 싶은, 내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들인데.... 아마도 한참 뒤에는 다시 압박과 기대로 만나게 되겠지. 조금은 처연한 듯 한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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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5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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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문날의 삽화

핏줄이 뭘까? 박완서의 글에서 반복되는 이야기,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특히나 가족앞에서는. 그런 내가 두려운. 그래서, 가끔은 내 마음 속을 들킨 듯 하다. 그녀를 느낄 수 있다.

 

2. 저문날의 삽화

1980년대 후반. 젊은 대학생들 가운데 운동권이 아니면 바보라는 이야기가 떠돌던 그 때. 어떤 식으로도 작가는 운동권과 인연을 맺었을 것이다. 그 가운데는 제자의 남편처럼 철저하게 이중적이고, 비열한 운동권도 있었을 테지. 운동권 안에는 실제로 이념보다는 권력에 집중하는 사람도 많으니...

 

3. 저문날의 삽화

계급이 사라진지 어언 오래라지만 사람들 사이에 여전히 계급이 존재한다. 가진자가 주인이고, 가지지 못한 자는 알아서 기는 그런 사회다. 우정과 배려와 동정과 선심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늘아래 사람이라면 모두가 똑같이 평등하다는 그 천명을 왜 자꾸 잊게 되는거지?

 

4. 저문날의 삽화

자동차를 운전하는 남편. 이 글을 썼던 시기가 작가의 아들의 교통 사고 다음인지, 그 전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이라면 앞날을 예지했던가, 뒤라면 아픔을 글로 승화했던가, 그 두 경우 다, 감탄스럽다. 

 

5. 저문날의 삽화

새로 지은 집 이야기. 그리고 전화. 교통사고.

 

6.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

지금이 딱 그렇다.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진실이 어지러운 거짓들 사이에서 고사하는..... 모두다 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닫는. 아!

 

7. 가.

예전엔 그랬지. 집 한채 가지고 있으면 몇대가 살았지. 우리 어머니 때에만 해도 그랬지. 터잡고 벽돌 쌓아 올려 집 만들고, 늘려가고, 세 주고, 하숙 치고, 그러면서. 집이 곧 목숨이었지.

 

8. 우황청심환.

손님과 생선은 3일만 지나면 냄새가 난다고 그랬다지. 어느날 찾아온 중국 친척. 그리고 은퇴. 작가가 계속 묻는 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 듯.

 

9. 여덟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죽어가는, 죽기전 남편의 모습을 잔잔하고도 아프게 담아 내고 있다. 이렇게 차분히 써 내려 갈 수만 있다면 슬픔도, 분노도, 회한도 다 녹아 내릴 듯 하다.

 

10. 오동의 숨은 소리여

아들 내외와 함께 사는 시아버지. 가족 안에서 진실이 가장 드러나기 어려울 때가 있다.

 

11. 티타임의 모녀

위장 취업한 운동권 남자와 결혼한 여자와 그 엄마. 엄마는 파출부. 그들이 살아가는 답답한, 참으로 답답한 현실. 돈, 명예, 지위 같은 것들로 치장한 한심한 인간들... 중요한 게 뭐냐고? 왜 그렇게 살아야 하냐고?

 

12.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13. 가는 비 이슬 비

이 역시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세심하고 적나라한 고찰이다. 사랑하여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결혼했지만 결국 아내가 처녀가 아니라는 막연한 의심 때문에 파국으로 이른 결혼. 결혼을 해도, 혼자 살아도 스스로 당당하지 않으면, 불행일 수 밖에 없는. 행복한 삶을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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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해후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4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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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이산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원가족, 친척들과의 만남이 별 의미가 없어진다. 어떤 인간적 교류도 없고, 다만 일상의 삶에 현실적 이득이 되거나 소용이 닿을 때 가끔 연락하는 그런 사이거나 아님 누군가 몹시 잘나간다면 가끔 대외 과시용으로 써먹는.... 이산가족이라고 해도 다를게 없을 것이다. 그러니 오래 헤어졌다 다시 만났다 한들, 그 만남이 현실적으로 소용이 닿지 않을 때 다시 헤어지는 것도 얼마든 있을 수 있는 일. 왜 그런가. 소용을 따지기에 그러하겠지. 소용이란 무엇인가. 이득이란 무엇인가. 물질적 이득을 중심으로 한 삶이 그렇게 만드는 거겠지. 마음을 잃고 사는 거겠지. 마음을 챙기면 나도, 가족도 챙겨지는 거겠지....

 

울음소리

칠년전 삼주일 산 아기를 낳고, 툭하면 아랫도리를 다 벗고 돌아다니는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며느리, 그의 귓가에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 울음소리 끝에 남편을 만난다.

솔직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잘 모르겠다.

 

움딸

세상 모든 아이는 다 좋아해도, 남편의 아들은 좋아할 수 없는 이유는 뭘까? 그 여자의 심정, 그리고 그 아버지의 친구의 딸에 대한 질투....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

진실로 진실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욕망을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되 타인의 욕망을 어떤 기준으로 비난하고 평가할 때, 자신의 욕망의 순수성은 오염된다.

 

해산바가지

아들, 딸 가리지 않고 정성껏 손주들을 돌보아 주었던 시어머니가 망령이 났다. 그 예전의 기억을 잃고 며느리는 노추한 육체, 망가진 정신을 미워하고, 천대한다. 그러다, 그 예전 기억을 떠올려준 바가지를 보고, 회심을 한다. 위선 떨지 않은체 시어머니를 있는 그대로 보살피는 며느리가 된다. 망령이 나 정신이 망가져도 그 사람은 그 사람인가... 여전히?

 

초대

뭘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하여간 사업을 하는 남편이 주최하는 식사모임에서 아내는 영 겉돈다. 있는 자들이 무턱대고 자기 과시를 늘어 놓는 그 자리에서 아내는 냉면을 보고 수채구멍을 막고 있던 머리카락을 떠올리고 토악질을 한다. 사람이 자신의 심연의 정신을 놓고, 계속 겉돌기만 한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일이 또 어디 있으랴. 편안함, 자기다움, 진실함, 그냥 나 다움, 그런걸 챙기며 살아야 하는데, 그런데 내가 나 다울 때 가장 편안할 수 있을 터인데, 그러고 살고 있는걸까? 나 말이야.

 

애 보기가 쉽다고?

덜컥 애를 보겠다고 나섰던 맹범씨, 아무리 경력 화려하고, 재산이 많다고 하더라도 더러는 그렇게 땡전한푼없이 더러운 몰골로 어딘가를 헤멜때가 있으니 그게 바로 애 볼때? 블랙코메디 같다. 맹범씨는 이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사람을 행색으로 판단해선 안된다? 아니면, 애보기가 쉽지 않다?

 

사람의 일기

이 단편선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든다. 박완서 특유의 도덕적 결벽증이 가느다란 현악기의 줄이 울려 소리가 나듯 작가 내면의 갈등과 회심이 작고 가늘고 여리게 울리며 내 마음의 현을 함께 울리게 해 준다. 결국 작가가 자신에게 들이댔던 것은 진실함, 비교우위에 따른 행복이 아니라, 진실로 진실로 참되게 기도하고 기꺼워하지 못한 자신의 위선에 대한 심판같은 것이다.  병원 안에서는 나보다 심한 사정의 사람들을 보며 위안을 얻으며 그 것이 기도에 대한 응답이라고 기뻐했으나 병원 밖에서는 계속 불행할 수 밖에 없는 작가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신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기도를 올려야 하는 걸까? 신의 마음으로?

 

저물녘의 황혼

꾀병. 두 아들을 외국에 보내고 쓸쓸한 노후를 보내는 주인공. 주인공은 자신이 심각하게 여겼던 병이 결국 꾀병으로 밝혀지자 자신의 두 할머니를 떠올린다. 중풍으로 쓰러진 남편 옆에서 똑같이 쓰러져 똥오줌 싸며 중풍환자 노릇을 했던 첩할머니, 정말 타고난 재능이던가 아니면 집념일 것이다. 맨정신에 기저귀에 똥싸는 거, 아무나 못할 노릇이다. 뭔가.... 고독, 늙은이의 고독, 직시하고 껴안아야 할 노릇이다.

 

비애의 장

개와 이산가족 그리고 교수. 진실이 사라진 관계에 대한 일갈. 이산가족도 지도교수도 그러하다. 그저 관계 때문에 체면 때문에 엮어지고 그 안에서 진실할 수 없는 것에 갈등하던 주인공이 개의 순수한 눈빛을 마주하고나서 비애에 북받쳐 통곡을 한다. 진실할 수 없는 자신을 위한 통곡이리라. 어떻게 하면 스스로 진실할 수 있을까. 자신의 본연의 마음에 충실하면? 그게 뭘까? 걷어내고, 걷어내면 만날 수 있을까? 나의 모든 욕망과 불안과 의심과 거짓을 걷어내고, 걷어내면, 그 안에 빛난는 순수가 있을까?

 

꽃을 찾아서.

장면환씨네에 세들어사는 지요코. 아주 간단한 부탁인데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여 매몰차게 부탁하는...사람 사이의 정, 그리고 정의와 안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의 안정과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며 산다. 그것이 결국 굴욕의 삶이 됨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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