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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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남미 문학!

사랑 이야기를 요리에 빗대 표현한 수작.

우리에게 '규방문학'이 있었다면 이들에겐 '요리문학'이 있다.

이모할머니 '티타'의 사랑얘기를 손녀 '에스페란사'가 전해듣고 옮긴 이야기. 문학에서 '구전' 형식이 잘 살아있는 나라들의 전통이 무척 부럽다. 우리의 '귀로 듣는 문학'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달콤하고 또 쌉싸름하기도 한 맛난 이야기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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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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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의 상상력에서 우리 소설의 미래를 보았다,는 다소 격앙된 친구의 말을 듣고 당최 어떤 상상력이길래- 살짜쿵 삐딱한 시선으로 읽기 시작한 책. 1/3까진 뭐야 이거? 싶고 2/3까진 보르헤스랑 마르케스 좀 봤구만, 하다가 책장을 다 덮고났을 땐 젠장, 난 그럼 뭘 하라는거야! 분노케 만든 이야기 한 편. 문학동네소설상 10년 역사의 괄목할 사건이라 불리는 이 자는 놀랍게도 혹은 뻔하게도 영화쟁이였다! 바야흐로 모든 것이 모든 것을 향해 횡단하고 유목하는 이 시대, 영화쟁이가 우리 소설의 새로운 장을 연 것이 기실 놀라운 일도 아니라면 아닐 터. 어쩜 우리 영화의 미래는 어떤 공학자나 혹 어떤 의학도에 의해 한순간 도약할 지도 모른다.

<고래>는 등장인물의 내면이라든가 배경에 대한 묘사라든가 문체라든가 고전적인 소설에 쓰였던 장치를 거의 배제하고 오래 끓인 액체의 결정처럼 남은 '이야기'가 전부다. 그래서 400쪽 짜리 소설을 읽은 기분이라기보단 40일에 걸쳐 밤마다 세헤라자데 공주한테 옛날 이야기 들은 기분이랄까. 영화 시나리오를 써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건 가히 3편은 족히 나올 시리즈 영화의 트리트먼트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트리트먼트를 쓰다보면 이걸 확 소설로 내버려? 하고 유혹을 느끼는 경우가 더러 있다. 완성도 있는 트리트먼트는 웬만한 소설보다 재밌으니까.) 

암튼, <고래>는 입담 좋은 영화감독 지망생이 술자리에서 안주 삼아 풀어놓는 이야기 하나를 뼈대로 이리저리 가죽을 덧대고 살을 붙여 만든 상당히 독특한 뻥이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역시나 플롯의 힘! 당신 영화도 도끼눈 뜨고 지켜보겠다. 하지만 그 전까진 당신한테 반했다고 말하지 않을테니 기대도 하지 마시라.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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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얀 마텔 지음, 황보석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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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이야기'를 무척 좋아했던 터라 기대했던 차기작.

텔레비전도 안보고 산책하고 요가하면서 글만 쓰는 사람이라 그런지 작품이 무척 진지하고 사못 엄숙하기까지 하다. 430쪽에 달하는 소설의 130쪽 정도를 읽을 때까지 별 재미를 못붙이다가 어느 순간 이야기에 흡인되면서 300쪽을 하룻밤에 읽어치웠다.

 이 얘기는 남성의 이야기였다가 여성의 이야기가 되었다가 다시 한 인간의 이야기가 되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함의가 많은 진지한 작품이다. 요즘 영화든 드라마든 소설이든 모든 것이 가벼워만 지는데 미간에 내 천자 새겨가며 재미있는 소설, 오랜만에 본 것 같다.  

어떤 면에선 폴오스터와 유사한 듯 하면서도(사는 곳도 한 사람은 뉴욕, 한 사람은 몬트리올) 폴오스터처럼 매끄럽고 세련되지는 못했지만 조금 더 근본적이고 조금 더 영적인 느낌이 드는 작가다. 미국과 캐나다의 차이가 이런 것일까? 배우고 싶은 부분과 배워야 할 부분이 있다. 

근데 정말, 이 소설은 밤에 읽기 난처한 글이다. 세계와 우주,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들 때문에 내 밤은 또 하얗게 샜다. 그래서 낮에 강추, 밤에는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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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음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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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가나 어떤 작품을 '좋아한다'고 말할 때, 나는 과연 어떤 잣대를 쓰는 걸까? ...단 하나의 질문으로 축약하자면 '구원이 있느냐'는 것일게다. 그래서 작품 속에서 일체 구원의 여지가 없는 박찬욱보다 단선적이고 편견에 가득찬 김기덕의 손을 들어주는지도 모른다. 

얀 마텔을 읽으면서 책장 구석에 박혀있던 이 책이 생각나서 집었다. 첫장을 읽을 때부터 얀 마텔의 길고 무거운 문장에서 벗어나 가볍고 산뜻하고 세련된 문체에 마음이 끌렸다. (공교롭게도 번역자가 같았다) 고르게 포장된 뉴욕의 골목길에서 풍겨오는 갓 볶은 커피냄새가 이런 느낌일까, 폴 오스터의 주인공들은 부랑자거나 노숙자거나 사기꾼이라도 하나같이 지적이고 세련된 아우라를 풍긴다. 모든 등장인물이 맨 처음 '달의 궁전'에서 만났던 신선한 그와 닮았다. 책의 삼분의 이 쯤은 가볍게 유쾌하게 자기 주인의 픽션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 허무한 느낌은 나만 그런 것일까? '현대인의 고독' 어쩌구 저쩌구 하는 작품들은 죄다 맘에 안드는 결말을 갖고 있다. 따지고 들면 이 소설 한 권은, 아니 이 삶 전체가 이 세계랑 우주 전부가 한 바탕 환타지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기왕에 이 세계에 환타지 하나를 펼쳐놓기로 했다면 좀더 시원하고 좀더 통쾌한 것을 내놓을 수도 있었을텐데. 폴오스터의 대단한 재능을 인정하면서도 그가 인생의 뼈아픈 맛의 정수를 접해본 작가는 아니라는 생각에 살짝 씁쓸한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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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보물을 찾아서 - 삶과 죽음의 연금술 수피즘
피르 빌라야트 이나야트 한 지음, 이현주 옮김, 마리 이나야트 그림 / 삼인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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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정목스님이 종교에는 나이가 있는데, 그 종교가 아직 젊고 혈기 왕성할 때엔 다른 종교를 배척하고 다른 종교와 다투기도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땐 참 재미있는 생각이다 하고 웃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같은 수피 신비가들 사이에서도 존재하는 생각의 차이가 기독교와 불교, 가톨릭 사이에도 있음을 보았다. (내가 경험하는 세상에는 이 세 종교 외에 잘 알려진 종교가 드무므로) 그래서인지 공부를 깊이 못해봤지만서도 나이가 제일 오래된 불교가 그나마 가장 성숙하고 깊이있는 세계관, 우주관, 인간관을 갖고있구나 싶다. 알면 알수록 참 매력있는 세계다. 결국 가톨릭이나, 힌두교나 기독교, 불교, 그리고 수피즘이 속해있는 이슬람교- 이 모든 것이 결국 신께로 향하는 여러 갈래 길 중 하나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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