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북
귄터 아멘트 지음, 이용숙 옮김 / 박영률출판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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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간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는 성교육책이다.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제목하고는 다르게 사회적, 정치적 시각으로 바라본 성에 관한 책이랄 수 있다. 재미있고 유쾌한 삽화와 도판을 비롯해 대화체로 이루어진 문장이 기존의 '교육서'에 관한 선입견을 허문다.

동거문제, 동성애와 성도착에 관한 문제, 사랑과 가족에 대한 문제, 성숙과 미성숙 등 성에 눈뜨기 시작한 청소년들이 궁금해할 만한 그러나 주변에 있는 어른들이 선뜻 대답해주기 어려운 질문들이 조목조목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이 300쪽에 걸친 장광설과 충격적인 사진 등을 통해 전달하려는 것을 딱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성은 두렵고 위험한 것이 아니라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것"

우리나라에서 이 책이 출간된지 올해로 꼭 11년째 되는데, 그 11년간 우리 사회에도 성에 대한 개방적인 담론들이 확산되고 성교육에 대한 가치관이 새롭게 정립되어서인지 그렇게까지 충격적이거나 놀랄 만한 내용까진 없다. 근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까 역시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피부로 느끼는 것에는 차이가 있나보다. 처음 친구에게서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받았을 때, 노골적인 책 제목에 순간 뜨끔했던데다 책 속에 등장한 남녀의 적나라한 나신에 조금 당황했던 게 사실이니까. 나 역시 폐쇄적인 성담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중적인 대한민국에서 교육받고 자라난 '여성' 중 하나니까.

남녀의 적나라한 성기 사진이나, 나신의 정면 사진 등은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아 <원래 이 페이지엔 이러저러한 사진이 있었으나 검열에 의해 삭제되었어요. 뭐, 별수 있나요> 하고 쓰여있다. 아마도 그 부분 만큼은 가판대와 편의점 등 눈만 돌리면 널려있는 빨간잡지들의 도움을 얻어야만 할 듯 하다. ^^

몇 년 전, 구성애 아줌마가 대한민국 성교육에 새바람을 일으켜 온 나라가 떠들썩했었는데, 30년전 유럽에서 동성 결혼을 옹호하고 에이즈가 노이로제를 일으킬 만큼 전염성이 강한 병이 아니며(심지어 콘돔만 착용하면 에이즈감염자와 성교해도 아무상관 없다고 주장) 쌍방이 불쾌하지만 않다면 어떤 경우도 '변태'는 없다고 주장하는 책이 나왔다니, 놀라울 만 했을 것 같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출간된 지 30년이 더 된 교육서적의 참고 사진을 아직도 검열로 삭제당한 채 출판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잣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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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5-05-20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있었군요. 참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