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 세계의 산문 3-003 (구) 문지 스펙트럼 3
바실리 바실리예비치 로자노프 지음, 박종소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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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눈매, 냉소와 불만으로 앙다문 입, 이 불편한 인상의 아저씨를 어찌해야 할 지 몰라 사놓고 한동안 방바닥을 딩굴었던 책이다.
괴팍한 성격, 지나치게 직설적인 화법, 완전한 자뻑 증세, 발작적인 자기 비하, 게다가 신에 대한 절대적인 순종. 내가 아는 캐릭터 이론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복잡하기 짝이없는 인간. 처음 몇 장은 냉소적인 어조에 질려서 책장을 덮었다가 너무도 객관적인 척 잘난체하는 것이 어이없고 웃겨서 계속 읽게 되었다.

그런데, 글을 팔아 먹고 산다는 공통분모 탓일까, 어느 순간 이 아저씨의 신세한탄이 너무도 그럴싸하게 가슴에 박히기 시작했다. 내가 팔아먹고 있는 게 진실일까, 나는 정녕 사기꾼이 아닐까, 인생을 날로 먹고있진 않나... 어느 순간 내가 쓰고있는 세계와 내가 살고있는 세계가 혼돈 속에서 날조되고 있는 느낌, 거기에서 오는 우울하고 무기력한 기분, 실낱같은 존재감...

내용 뿐만 아니라 형식적인 면에서도 굉장히 파격적인 책이라고 하는데, 원서로 읽은 것이 아니라 형식은 잘 모르겠지만서도 100년 전에 살았던 사람에게서 나온 생각치고 기똥찬 것들이 꽤 있다. 스스로 고독을 택했다고 믿는 지친 영혼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줄 만한 책이다. 냉소적이고 불만이 잔뜩 들어있는 책인데 읽고나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허허, 한번 웃음이 날 지경이다. 희한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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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5-08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바로 사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