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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까
Harold S. Kushner 지음, 김하범 옮김 / 창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궁금하지 않은가?
정말로 세상에 신이 있고 그 신이 선하다면 왜 착한 사람들이 이토록 많이 고통스러운지, 못된 놈들은 어쩜 그리 잘 사는 건지.
가뜩이나 가난한 마을에 하루 아침에 폭탄이 떨어져 온가족이 산산조각 나고, 어린 아이에게 먹일 젖이 없어 갓난쟁이가 말라 죽고, 불치병에 걸리고, 남의 손을 빌지 않고는 연명할 수 없는 장애를 안고 태어나고, 다섯 살 여자아이가 매춘을 강요당하는-
이 까닭없는 고통들을 이해하기 위해 인간들은 많은 생각들을 발명해냈다. 누군가는 하느님의 시험이라고, 누군가는 전생의 업이라고, 또 누군가는 자연의 방식이라고. 누구도 감히 이 모든 일이 '우연'이라고 흘려버릴 수는 없다. 그러기에 이 고통들은 너무도 잔혹하기 때문이다.
아들을 '조로증'이라는 희귀한 병으로 잃은 미국 어느 랍비는 자기보다 먼저 늙어죽는 아들을 14년간 지켜보며 이 말도 안되는 고통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의 결론은 역시나 '말도 안된다!'는 것이다.
오랜 성찰 끝에 그는 신이 '선하다'와 '전능하다'는 것은 양립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결론내린다. 신은 선하지만 전능하지는 않거나, 신은 전능하지만 때때로 악랄할 수도 있다는 두 가지 선택 중 택일해야 하는데 자신은 전자를 택하겠다는 거다. 인간에게 일어나는 고통은 인간이 자초한 것이거나 자연의 법칙일 뿐이지 신이 원해서 일어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로 신이 선하고 전능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게 일어난 고통을 이해하려면 어떻게든 내 머리로 이해되는 이야기여야 하기 때문에 저런 생각, 저런 선택이 가능했을 것이다. 나 역시 정말 오랜 시간을 신이 있는가, 신은 선한가, 신은 정말 전능한가를 고민하며 보냈다. 그럼에도 나는 신이 선하고 완전하다는 사실에 대한 기대를 버릴 수가 없었다. 그 기대마저 없다면 고통을 견디고, 내일을 맞는 것이 무의미해져버리기 때문이었다. 다만 우리는 지금 이 고통의 끝을 알지 못하는 것뿐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어왔고, 앞으로도 그리 믿을 것이다.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지만 그럼에도 이 책에서 공감할 수 있었던 한 가지는 고통에 대하여 '왜?'라는 질문은 무의미하다는 것이었다. 왜냐고, 대상도 없는 그 누구에게 아주 오랫동안 물어왔다. 하지만 단 한 번도 흡족할 만한 답을 얻지 못했다. 다만 내가 물을 수 있는 것은 '어떻게?' 뿐이었다. 어떡하면 이 고통 속에서 좀더 편안할 수 있을지, 어떡하면 이 고통에서 좀더 자유로워질지, 그 뿐이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내게 흡족하다. 왜냐고 물으며 분노하는 대신, 어떻게 할 것인지 방법을 찾게 되었기 때문이다. 쿠쉬너가 사실은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말도 이제 그만 '왜'를 놓으라는 말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