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보수, 수구 세력이 수십년간 줄기차게 불러왔던 노래의 제목은 '상호주의'였다. 북에서 무슨 짓을 하든지 간에 우리의 목표는 '북진 통일'이라고 노래 부르며 '평화 통일'을 논했다는 이유로 진보당의 조봉암을 사형시켰던 이승만 정권 시절이나 체제 경쟁이 극심했던 박정희 정권 시절에 비하면 그나마 전향적인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의 '상호주의'란 것이 양보와 타협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늘쌍 조건과 제약을 앞세우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광복 60돌을 맞아 그들의 '상호주의'는 정체를 드러내고 말았다.
북한 대표단의 전격적이고 파격적인 현충원 참배를 둘러싼 이들 수구보수의 태도에는 자신의 생존권이 걸린 절박함이 느껴진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일제히 북 대표단의 현충원 참배가 즉각 남측 정부 대표단의 김일성 묘소 참배 요구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북측의 참배를 둘러싸고 그 의의를 논하기에 앞서 "도데체 왜?"라며 북의 진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에 바쁘다.
<동아일보>는 “이런 ‘북한 눈치보기’가 북한의 자신감과 오판을 키워줌으로써 진정한 남북 화해·협력에 대한 남한 내부의 광범위한 합의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으며, 우리들의 스타 조갑제 옹은 "대한민국의 혼을 빼려는 저주의 굿판과 분열의 깽판…"이라는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국가 보안법 폐지, 장기수 북송 문제 등에 대해 한결같이 "상호주의"를 앞세워 가며 대승적인 양보와 선 화해 정책에 강력히 반대 해 오던 그들이 북측의 예기치 못한 행동으로 말미암아 자가당착의 수렁에 깊숙이 빠져 버린 것이다. 대한민국 자유 민주주의 체제 유지(?)에 온힘을 다하고 있는 그들에게서 정작 체제에 대한 자신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들은 항상 북한의 이념공세에 대해 공포를 느낀다. 자신들이 그토록 금과옥조로 여기는 자본주의에 대해 왜 그리 자신이 없을까? (이것은 사실 그들의 연극이다. 민중의 공포심을 자극해 긴장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변화화는 국제 정세와 남북 관계의 진전에 따라 "북진통일"에서 "상호주의"로 간판을 슬쩍 바꾸기는 했지만, 그들의 본심은 여전히 "북진통일"을 외치던 5~60년대의 냉전적 시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그들은 결코 화해와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남북의 긴장관계와 위기 조성에 그들의 밥그릇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수구세력은 분단이라는 숙주에 기생하는 기생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