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아침, 출근길이었다.
차로 출근할 때면 언제나 듣게 되는 MBC FM.
김성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굿모닝 FM" 시간이었다.
금요일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꼭지가 있나 보다.
한 기자(문화면 담당이겠지 영화잡지 기자일지도)가 나와서 이런 저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우주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영화의 줄거리와 주인공인 톰 크루즈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하더니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합니다. H.G. 웰즈라는 작가가 원작 소설을 썼다고 하는데요. SF 소설로는 아주 고전에 손꼽히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블라 블라 ..."
<우주전쟁> 정도면 어린 시절 아동판으로라도 제목이나 작가 이름은 익숙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내가 너무 앞서 나간건가.
그래도 명색이 신문기자(기자라면 박식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나의 이 직업적 편견도 만만치 않다)인데, 조지 웰즈와 소설 <우주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 영화 이야기를 하기 위한 사전 자료 조사에서 처음 접해 본 듯한 저 말투라니. 조지 웰즈가 하루키나 알랭드 보통, 파울로 코엘료 보다 훨씬 더 친숙하고 유명한 작가라고 생각하는 내 관점(이게 문제라니까)에 비추어 볼 때 우리 나라 장르 문학의 길은 아직도 척박하기만 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자의 말.
"세기말의 암울한 미래관과 외계에 대한 두려움이 지배하는 원작과는 달리 스필버그는 이 영화에서 잊혀져 가는 가족간의 사랑을 뒤돌아 보게 하는데요.(아주 새롭다는 말투로)"
OTL 이다 정말 OTL.
"원작과는 달리 스필버그는.." 하는 타이밍에 나는 "설마 가족애?"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치의 오차도 없는 그 단어가 튀어나오는 순간 나는 민망하기 까지 했다. 스필버그여. 이제 좀 바꿀때도 되지 않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