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짜리 조카애는 요새 또래들보다 조금 늦게 말문이 터져서, 한참 수다스러웠다.
그 나이 어린아이들의 상상력과 사고방식 속에서 만들어지는 적재적소에 터지는 말 한마디는 간혹 어른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개그를 선사한다.
추석 전날.
한 참 송편을 빚느라 (나는 옆에 앉아서 응원하느라, 잔심부름 하느라) 점심 준비를 따로 할 겨를이 없어서 중국집에 주문을 했다.
10여군데 전화를 해서 겨우 문을 연 중국집에 주문을 했더니, 배달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조카는 졸리는 지 현관문이 내다 보이는 문간방 한가운데에 문을 열어 둔 채 모로 누워있었다.
"띵동"
드디어 주린 배를 채우는 구나.
후다닥 나가서 문을 열어 주었다.
철가방을 내려 놓는 배달원 아저씨에게 조카가 모로 누운채 대뜸 말한다.
"안녕하세요?"
"응. 안녕"
자장면을 내려 놓으며 배달원 아저씨가 인사를 받아주자 여전히 누운 채 천연덕스럽게 하는 말.
"제가 졸려서 이래요"
누워서 인사하는 법이 아니라고 어디서 배웠는지, 줏어 들었는지.
짜식. 여자애가 넉살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