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짜리 조카애는 요새 또래들보다 조금 늦게 말문이 터져서, 한참 수다스러웠다.
그 나이 어린아이들의 상상력과 사고방식 속에서 만들어지는 적재적소에 터지는 말 한마디는 간혹 어른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개그를 선사한다.

추석 전날.

한 참 송편을 빚느라 (나는 옆에 앉아서 응원하느라, 잔심부름 하느라) 점심 준비를 따로 할 겨를이 없어서 중국집에 주문을 했다.
10여군데 전화를 해서 겨우 문을 연 중국집에 주문을 했더니, 배달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조카는 졸리는 지 현관문이 내다 보이는 문간방 한가운데에 문을 열어 둔 채 모로 누워있었다.

"띵동"

드디어 주린 배를 채우는 구나.
후다닥 나가서 문을 열어 주었다.
철가방을 내려 놓는 배달원 아저씨에게 조카가 모로 누운채 대뜸 말한다.

"안녕하세요?"

"응. 안녕"

자장면을 내려 놓으며 배달원 아저씨가 인사를 받아주자 여전히 누운 채 천연덕스럽게 하는 말.

"제가 졸려서 이래요"

누워서 인사하는 법이 아니라고 어디서 배웠는지, 줏어 들었는지.
짜식. 여자애가 넉살은 좋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노부후사 2004-09-30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가 똑똑하군요. ^^

oldhand 2004-09-30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걸요. 지네 또래 애들보다 성장이 더딘 놈이랍니다. 말도 느리고. ^_^

로드무비 2004-10-01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
애들은 뭘 해도 예쁘죠?^^

oldhand 2004-10-01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도 조카들은 정말 예쁘더라구요.
물론 떼를 쓰거나 칭얼거릴 때는 악마로 돌변하기도 하지만요. ^^

마태우스 2004-10-0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칭찬인지 비난인지 잘 모르겠음^^

oldhand 2004-10-04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조카들이란게 만날 때 반갑고 헤어질 때 더더욱 반가운, 그런 존재들이지요. 으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