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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 나는 소설을 거의 읽지 않았다. 즐겨 읽는 추리 소설과 간혹 여름마다 한 번씩 집어 들고 읽는 삼국지를 제외하면 말이다.
순문학적 소설을 읽어본것이 얼마만인지. (98년에 읽었던 <아홉살 인생>이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은데..) 그것도 외국인 작가의 소설을! 평소에 "한국인에게는 한국 사람의 정서를 가진 소설가에 의해 한국어로 씌여진 소설이 번역된 소설보다 훨씬 생동감 있고 재미있다."라는 소신(아, 물론 즐겨읽는 미스테리 소설 등 장르 문학은 예외이다. 장르문학은 작가의 국적이 작품의 색깔을 나타내는 중요 요소라고 생각한다.)을 갖고 있었던 나로서는 이례적인 독서였음에 틀림없었다.
<적의 화장법>이라는 책에 대해서 듣고 "아멜리 노통"이라는 작가의 특이한 이름을 기억해 두고 있었는데, 그 작가의 처녀작이 나왔다고 알라딘의 대문에 큼지막하게 떠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쉴새없는 대화에 의해 진행된다는 소설에 대한 소개글은 끝없이 이어지는 젊은이와의 대화를 통해 진리를 갈파하는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야말로 탐정소설의 기원이라는 존 딕슨 카의 농 섞인 주장(모자 수집광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모처럼 특별요리를 먹는 마음으로 집어든 책은 과연 쉴새없이 품어져 나오는 유머와 독설, 그리고 문학에 대한 견해와 이름도 미처 몰랐던 구미 작가들(특히 프랑스 작가들)의 문학세계에 대한 피력등으로 섬섬히 수놓아져 있었다. 문학적 지식도 부족하고, 소설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내가 이 책을 완전히 소화했다고 생각하긴 어렵지만, 모처럼 읽은 순문학이라서 그런지 지루함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긴장하지 않고 그냥 술술 읽어도 등장인물들이 내뱉는 그 촌철살인의 대사만으로 보는 재미는 충분히 넘쳐흘렀으니까.
프레텍스타 타슈의 과거의 숨겨진 사건의 내막이 드러나고 그가 걸렸던 연골암 "엘젠바이베르플라츠 증후군"의 의미가 드러나는 부분은 이 풍자적이고 비판적인 주제를 갖고 있는 날카로운 이 소설을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중화시켜 주는 역할을 했고, 그러한 중화 작용이 이 책의 완성도를 한결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온것 같다. 처녀작 답지 않은 작가의 노련함이 베어나온다. 굳이 부족한 부분을 찾자면, 니나의 등장 이후 타슈의 급작스러운 태도 변화.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는 다소 무리한 설정이 아니었나 싶다.
아아.. 더 이상의 심도 깊은 리뷰는 내공이 부족해서 못할 것 같다. 어쨌든 재밌게 읽었으니 나는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