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착한 소녀의 거짓말 - 구드 학교 살인 사건
J.T. 엘리슨 지음, 민지현 옮김 / 위북 / 2020년 8월
평점 :
첫 챕터부터 구드학교의 교문에 시신이 달려 있다.
독자의 첫 눈앞에 시신을 들이미는 이 소설의 정체는 누가봐도 스릴러.
낯설고 무서운 이 밤에 나는 '구드의 학생들'처럼 마냥 바라보았다.
구드학교란 어떤 곳인지 한창 눈을 돌리고 있는데 낯선 장면이 포착된다.
또 한 여학생이 다가왔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가 학교와는 반대 방향인 마을 쪽에서 왔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아무도 통성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꾸 시선을 끄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때 처음으로 이름을 밝혀주는 누군가가 다가온다.
학장이 달려오는 것이었다. 바로 이 구드학교를 소유한 집안의 사람.
포드 줄리앤 웨스트헤이븐 학장. 학장은 어디에서 달려온 것인지
웨스트헤이븐 집안 소유의 벤틀리를 운전하는 루미와 함께 등장한다.
구드학교가 그리 넓었나, 학장의 방에서 여기까지 차를 달려올만큼?
어디선가 경찰차가 몰려오고, 폴리스라인이 둘러진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소녀들은 웅성거리듯 희생자를 추측한다, 애쉬 애쉬 애쉬.
죽은 아이가 애쉬구나. 어떤 애였을까.
왜 빨간 스카프가 목에 걸려 있는 것이지, 스카프는 어떤 상징이지?
내 호기심을 해결하지도 못하였는데 우왕좌왕할 겨를도 없이 챕터 2가 시작된다.
아주 생기 넘치는 소녀가 내 눈 앞에 생생하게 드러난다..
180센티미터에 윤기 흐르는 피부, 하나로 묶은 금발. 무릎께가 찢어진 검정색 스키니진에 녹색과 흰색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애쉬 칼라일은 흰색 아이다스 스탠스미스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편안하고 활동적인 여행복 차림이다. 영국항공 일등석 라운지의 남자 종업원이 방금 만든 차를 그녀의 자리로 가져다주었다. 그녀는 감사의 표시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가 얼마나 순수하고 행복해 보이는지 종업원은 쟁반을 떨어뜨릴 뻔했다. 순진 무구한 소녀의 미소.(p.13)
애쉬였다.
애쉬는 완벽한 미소를 구현했다. 연습의 결과다. 브로드 가에 있는 아파트의 우중충한 욕실에 서서 거울을 보며 치아가 드러나도록 수없이 입술을 좌우로 당겼다.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눈빛이 반짝이며 볼에 깊은 보조개가 생길 때까지. 눈이 부시게 희고 고른 치아가 드러나는 미소에 연회색이 감도는 파란 눈동자, 천연의 금발 머리는 치명적인 매력을 뿜어낸다. (p.13)
이 단정하고 화사한 미소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소녀는 우리가 방금 시체로 만난 그 아이란 말인가.
(너의 시체를 만나고 이렇게 눈부신 네 모습을 만나게 하다니, 작가는 참 대단한 사람이구나. 에효.)
책에서 보조개가 예쁘게 드러나도록 웃는 단정하고 예쁜 소녀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난 단번에 드라마 빨간머리 앤의 주인공 #에이미베스맥널티 #AmybethMcNulty 를 떠올렸다.
미소가 아름답고 단정한 소녀.
소녀의 첫인상을 보며 막연하게 믿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막연하게 '거짓말하는 아이구나'하고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우중충한 욕실에서 웃는 연습을 하는 소녀라니, 너무 애잔했으니까.
낙엽이 구르는 것만 봐도 꺄르르 웃는 것이 이 나이대 소녀일텐데,
너는 얼마나 힘들었기에 보여지기 위한 미소를 연습하고 있는 거니.
제목에서 말하는 그 착한 소녀가 이 아이이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 믿어야 하나,
갈팡질팡하는 순간 '이것이야말로 반사회적 인격장애 아니던가? 자기를 위장하는 것. 티 없이 밝고 감사와 우아함이 가득한 미소만큼이나 훌륭한 위장술이 또 어디 있겠는가?'
나와 함께 애쉬를 바라보던 누군가가 그렇게 말한다.
넌 누구지? 왜 넌 애쉬의 걸림돌이지?
책을 읽고 싶어서 종이책을 두고도,
(이 코로나19로 인한 두 아이 가정보육) 시간이 없어 전자책으로
-녹음된 기계음이 조합하는 단어들로-소설 대부분을 들었다.
내용을 정리하며 종이책을 넘기다 챕터별로 시간이나 관점이 바뀐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전자책에선 '6월 옥스포드'같은 설정이 없었다, 듣기의 단점이었다.)
소설은 재미있다, 너무나 재미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단순히 애쉬만의 이야기가 아니니까.
애쉬와 그녀의 룸메이트 카밀과, 학생 대표 베카와,
집안의 일이었기에 이 학교의 학장이 되어야 했던 포드와,
10년 전 살인 사건을 벌인 아버지를 둔 루미와, 그리고....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이 매력적이다.
물론 도구적으로 쓰인 듯한, 비중이 약한 케이트가 있기도 하지만
그녀도 작가의 분신인 듯 침착하고 탐구적이며
자신의 직업에 몰두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잘 숨겨놓은 스릴러의 구조도 좋은데,
구드학교라고 하는 오랜 전통을 가진 학교도 매력적이고
그 안에 함께 숨쉬는 대부분의 사람들 모두가 각자의 인생이 있어 좋은 것.
작가가 모두에게 이야기를 심어 주어 더욱 풍부해진 소설.
그래서 추천하고 싶은 소설.^^
『착한 소녀의 거짓말』 속에는 수많은 반전이 있고 누구이건 감추고 숨기고 거짓말을 한다.
그건 어쩔 수 없다, 모두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애쉬도 베카도 포드 학장도 카밀도.....캡터별 화자도... 그런 식이다.
거짓말이 너무 많다고 벅차하진 말자, 범인은 결국 이 안에 있다!
-나만의, 읽기와 담기-
(ohho02)마음을 읽다:
한마디로 '굿(good)'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좋은 학생들이다. 구드(Goode)의 학생들 앞에는 훌륭한 미래가 펼쳐져 있다. 그런데 왜 그들은 어긋날까. 겉보기엔 재력가 집안의 자재들이지만 결국 그들도 미성숙의 청춘들이고 제각각의 감수성이 있어 작은 일에도 상처받는다. 그리고 그 상처는 자기치유를 위해 조금씩 변형된다. 애쉬가 거짓말을 해야 했던 것처럼. 나는 애쉬를, 카밀을, 베카를, 과거의 포드와 지금의 포드 모두를 이해할 수 있다.
#착한소녀의거짓말 #북스타그램 #소설 #스릴러소설 #위북
(ohho02)마음을 담다: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다, 다음 챕터가 궁금하다. 물론 책터별로 변주가 되어 있어 한번씩 멈칫하긴 하지만 그게 나름의 트릭. 이 재미나고 좋은 이야기가 영상화된다면 얼마나 멋질까. 작가의 묘사는 생생하고 거의 모든 캐릭터들은 각자만의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조금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책을 다 읽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그것에 대한 연출만 보완한다면 흥행에 성공할 작품. 할 수 있다면 앞서 말한 '에이미배스 맥널티' 추천. 작가님이나 작가님의 에이전시에 귀뜸해줘야 하나? ㅎㅎ (한편의 영화가 아니어도 16회 드라마로 뽑아가도 가능할 것 같다. 책을 다 읽었지만-그래서 큰 트릭을 다 알지만- 드라마로 나오면 난 볼 거다.)
작가님의 구성력이 부럽다. #작가지망생 #망생이 #노력해야지 #챕터별 #구성이좋은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