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피스트
헬레네 플루드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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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청소년들의 외롭고 기댈 곳 없는 마음을 헤아리고 싶어 '상담 심리' 분야를 공부하려고 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누군가의 이야기이건 곧 잘 들어주던 아이였고,

대학생이 되어 교육학을 공부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다가와 흥미를 끌었던 분야가 '교육 심리' 분야였기도 했다.

(수학을 가르치러 들어갔다가 인생을 가르치고 싶어 하며 나왔던 수학교사 시절의 기억도 작용했을 것이다.)

아주 의욕적으로 최종적으로 종사할 분야를 찾고 목표를 위한 과정을 찾느라 신이 난 내게 남편이 물었다,

'상담하는 것, 감당할 수 있겠어?'

... 그랬다, 버텨내지 못할 나였다.

냉정함을 잃지 않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내진자에게 필요한 방법을 제시할 상담가의 실제가 아니라,

힘이 들어 찾아온 누군가의 '손을 꼭 잡아주는' 조력자로서의 이미지만을 꿈.꿨.던. 나였다.

『테라피스트』의 사라 라투스씨는 그런 면에서 훌륭한 상담가였다.

3월 6일 금요일, 환자 세 명-베라, 크리스토테르, 마지막으로 트뤼그베(p.9)를 상담하기만 하면 주말 내내 혼자일 상담가.

기억력이 뛰어나고 언제나 모순을 그냥 넘기지 못하는 꼼꼼한 그녀의 성격은 상담하는 분야에도 탁월하게 작용할 것이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도 있다.

나를 이렇게 '닥터'라고 부르는 건 아이가 두 번째 상담 중에 시작한 행동이다. 베라는 심리학자와 신경정신과 의사의 차이를 물었고 나는 내가 의사가 아니라 심리학자라고-병리학적 측면만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인간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전문으로 한다고- 말했지만 아이는 내 대답을 물고 늘어졌다. "그럼 진짜 의사는 아닌 거네요?" 나는 짜증이 났고 그 말에 괴로워했던 것 같다. 나한테 있는지도 몰랐던 열등의식이 자극받은 것도 같다. 왜냐하면 나는-약간 방어적으로-내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여느 의사만큼 잘 안다고 대답했던 것이다. (p.24)

자기 자신의 장점은 잘 알고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도 충분하다, 그만큼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있는 것일테지.

이 완벽한 상담가에게 문제가 생겼다. "헤이, 러브"하며

자신이 친구의 산장에 도착했단 전화를 했던 남편이 사실은 그 친구들과 만나지 않은 것이다.

남편 시구르의 친구들이 물었다, 시구르의 행방을.

믿었던 남편은 연락을 받지 않고 사라져 버렸고 며칠 뒤 경찰은 시구르의 안부를 알려줬다.

"남편 분의 인상착의와 일치하는 시신이 오늘 오후 5시경에 발견됐습니다."(p.104) 시구르는 누군가의 총에 맞아 죽었다.

우리가 보아온, 그 냉정하고 유능한 심리치료사는....무.너.진.다.

그리고 사라와 사라 주변의 모두가 용의선상에 오른다.

과연 누가 시구르를 죽였는가.

사랑하던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 뒤로 하나씩 드러나는 과거와 현재의 사실들, 추측들.

사라는 엄마가 돌아가실 때의 어린 시절 그 소녀로 돌아가 있는 것 같다.

되려 언니 안니카 라투스만이 성숙한 어른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의 아버지 베가르 지네르만 보다 언니는 더 도움이 되는 조력자다.

하긴 고리타분한 사상이나 읊어대는 교수보다는 변호사가, 경찰에게 의심받는 사라에게 더 도움이 될지도?!

소설 속 사라를 만나고 나서, 나는 고독이란 단어를 떠올린다.

다른 사람의 아픔과 슬픔을 '헤아리는' 사람이 되기보단 '치료해야' 한다는 직업의 특성이

그녀를 사람에게 다가가는 보이지 않은 경계선을 만들고, 자신의 온전한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도록 옭아맨 것이 아닐까 하고.

『테라피스트』-이것은 심리 스릴러이자, 고독에 관한 그리고 진실을 마주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만의, 읽기와 담기-

(ohho02)마음을 읽다:

심리학자가 쓴 스릴러, 자신의 기억력에 자신감을 가지는 사라는

작가 헬레네 플루드의 습관이나 특성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겠지.

사라 안에서 조금씩 흔들리는 마음들이 아주 작게 일렁이다 결국 자신을 뒤흔들어 버린다.

심리학자는 사람들의 그런 '사소한' 변화에 집중하면서 연구할 것이다.

직업이 장점이 되어 이런 심리 스릴러를 만들어 내다니!

노골적인 피와 음모, 폭력이 드러나지 않고도 스릴러를 써냈다는 점이

헬레네가 북유럽 스릴러의 새로운 대세가 되기에 충분했던 것이리라.

#테라피스트 #북스타그램 #소설 #여름소설 #푸른숲 #심리스릴러 @prunsoop

(ohho02)마음을 담다:

처음에 읽을 땐 '범인을 알아채겠어' 뿐이었다.

마치 형사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취조를 하듯 한 줄 한 줄을 허투로 넘기지 않았다.

덕분에 빨리 범인을 알 수 있었지만, 책을 덮은 후 자꾸 남는 아련한 감정은 슬픔이다.

글을 쓰며 하동균의 노래, '그냥 나를 버려요'를 듣는다.

과거로 돌아간 어린 사라와 청소년 사라와 신혼이었던 사라... 모두를 떠올리며 노래가 콕콕 박힌다.

사라의 슬픔은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글을 퇴고하며 이젠 이적의 노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을 들어 본다, 『테라피스트』가 외로움에 관한 비극으로 읽힌다.)

#그냥나를버려요 #하동균 #이적 #거짓말거짓말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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