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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힘을 보낼게, 반짝 - 여자와 공간, 그리고 인연에 대한 공감 에세이
김효정(밤삼킨별) 지음 / 허밍버드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아시다시피(?) 나는 조금 까칠한 독자에 속한다.
너무 예쁜 책은 속 빈 강정 같아서 싫고
너무 유명한 책은 나만의 감흥이 떨어질까봐 싫고
너무 으스대는 책은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아 싫다.
그런 내가 이 책 <당신에게 힘을 보낼게, 반짝>을 만난 건 정말 우연이었다.
차와 요리와 사진에 관심이 많은 친구에게
어떤 책을 선물할까-를 마음에 담고 검색을 시작하던 중에 만난 책.
책은 꽤나 예뻤고 나름 유명했고.... 그야말로, 요즘 감각(!)이니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친절한(!) 상술에 걸려 - 2013년 달력도 준다는 말에- 홀리 듯이 산 책이다.
까짓거 밑져야 본전이지-하는 마음으로,
이런 '소녀틱한 책' 한 권 소장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하는 마음으로.ㅋ
짜잔~ 책 도착. 11월 29일 목요일.ㅎㅎ
책이 왔다, 밤삼킨별 님이 쓴 책.
그 분이 찍은 사진들로 이뤄진 달력도 왔다.
'너무 예쁜 책인데? 이거....은근히..땡겨. 내가 갖는 걸로 할까?'
마음을 30% 정도 뺏겼다.
너무 예쁘고 '요즘 소녀틱'한 이 책에.
함께 온 달력은 2012년 11월분부터 프린팅 되어 있었다.
이 그림은 2012년 12월용 사진.
손글씨가 참 예쁜 밤삼킨별 님.
늦은 밤.
잠들 기 전의 무료함을 돕겠노라,
이 책 <당신에게 힘을 보낼게, 반짝>을 펼쳤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새벽 몇 시이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 책으로 인해 이런 분을 만나게 되었구나. :) '
말 그대로 딱 그 기분이 들었다. 묘하게 행복했다.
이 책은 이렇고 저렇고 트집잡고 싶은 게 아니라,
-어머 이 언니는 이런 생각을 이렇게 했던 거구나
-나도 그 때 그랬는데. (끄덕끄덕...)
-참 좋은 인연들이 많다, 부럽게.ㅎㅎ
-나도 그 카페 이층에 가보고 싶어.
-아, 저 부엉이....어쩜....>_<
마음을 100% 빼앗긴 것이다.
(-_ -줄을 놓았다 싶게, 책 한권에 무장해제 되어 버렸다.)
두근거림과 떨림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뭐랄까-이 사람 참 좋은 사람이다,하는 기분?
그리고 아침이 되어, 그 분께 몇몇 오탈자 지적을 핑계삼아 메일을 보냈다.
감사하다고, 기쁘다고, 책이 너무 좋았다고.
사실 그 분께 보낸 메일에서도 썼듯이
'어찌보면, '방/공간/카페'로 이어지는... 사람 밤삼킨별 님의 이야기일 뿐인데도'
그 카페가 만들어지기까지 밤삼킨별 님의 한 결같은 올곧은 생각과 뜻이
즐겁고도 명쾌한 어조로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나는 이 예쁜 책을 속 빈 강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속 빈 강정은 저리가라고!
비유컨데, 재료를 직접 가꾸듯 선별하고 속을 가득 채워 맛을 살리고
내어주기 직전의 플레이팅까지 완벽하게 이루어 낸, 완벽한 일품요리* ?!
(질문: 위에서 쓴 '일품요리*'의 뜻은 다음 중에 어떤 뜻을 의미하는 걸까요?ㅋ)
일품요리: 명사 1 . 각각의 요리마다 값을 매겨 놓고 손님의 주문에 따라 내는 요리. 2 . 가장 맛이 뛰어난 요리. 3 . 주식과 부식 따위의 한 끼 음식을 그릇에 담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 (출처: 네이버 제공 국어사전) |
요즘 책 중에는 간혹
'(이것이 정녕)에세이집인지, 사진집인지 구분이 안되는' 책들이 많다.
나 또한 처음에 이 책을 그런 류의 책으로 생각할 뻔 했지만...
이래뵈도 작가 밤삼킨별 님은 잡지 <PAPER>의 필진이시라 그런지
글 속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생동감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글귀들은 이 책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다음은 내가 반한 부분들. (책에 인쇄된 상태 그대로를 살려 옮겨 써본다.)
p.015~016
그렇다. 레이스와 꽃무늬가 가득하고 사랑스럽고 화려한, 그런 어여쁜 소녀 취
향의 방이 아니라 그저 무언가 은밀함을 갖고 싶었다. 혼자 펑펑 울어도 되는 방.
옷을 갈아입다가 깜짝깜짝 놀라지 않아도 될 테고, 남자아이에게 받은 편지를
혼자 오래오래 읽어도 들키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누군가 틀어놓은 TV 소리에
섞이지 않은 나만의 독서가 가능할 거라고 기대했다. 나에게 그런 공간이 생긴
다는 것이다.
p.079
이제 이 공간은 계절의 생명력과 사람들의 공기를 담으며 그만의 이야기를 시
작할 것이었다. 설령 앞으로 매순간이 모두 행복하지만은 않더라도, 감격스럽
지만은 않더라도, 공사가 끝나 마켓 밤삼킨별과 마주하며 인사하는 그 순간은
오롯한 의미 자체였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서로의 인생에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p.232~0233
내가 가졌을 때보다
상대방이 가졌을 때에 행복하고, 그가 행복하다면 그것은 내 것이 아닌 상대방
의 것이라는 생각이 그때부터 든 거 같다. 사진이라는 것, 마음이라는 것이 모
두 내 것이 아닌 누군가의 기쁨이 되었을 때 더 큰 것임을.
책을, 선물하기는 커녕....누가 잠깐 보겠노라 하면
당장 '대출 기록표'를 기록하고 가라고 할 기세.ㅎㅎ
이 책이 참 좋아졌다.
부엉이 소품들이 가득한 카페.
나도 부엉이에 꽂힐 뻔하다가 소품이나 아기자기한 것은 나와 맞지 않다(?)는 걸 깨닫고 마음을 접은 일이 있었는데.ㅍ
이 카페에 가면 꼭 부엉이들과 눈싸움을 진득하게 해야지.ㅎㅎㅎㅎ
아니....사실 나는.....
작가님께 메일을 쓸 때부터....
이 책을 칭찬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밤삼킨별 님을 응원하고 싶었다. :)
이 책은, 책 자체만으로 내게 큰 의미가 되어줄 것 같다.
이 언니처럼 자신이 바라는 걸 하나하나 이루어가는 거라고,
그것이 남들이 보기에 아주 작고 소박해보이는 것이라 해도.
결국 그 전체는 한 가지의, 작은 꿈에서부터 출발하는 거라고.
이 책은 '방'을 갖고 싶었던 한 소녀의 성장 일기 같은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내게 빛이 마음에 가득차는 걸 느끼게 해 준 책이다. ^-^
(아까 적은....질문의 답은 뭘까요?ㅋ)
블로그 동시 게재 http://ohho02.blog.me/1001728617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