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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힘을 보낼게, 반짝 - 여자와 공간, 그리고 인연에 대한 공감 에세이
김효정(밤삼킨별) 지음 / 허밍버드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아시다시피(?) 나는 조금 까칠한 독자에 속한다.

 

너무 예쁜 책은 속 빈 강정 같아서 싫고

너무 유명한 책은 나만의 감흥이 떨어질까봐 싫고

너무 으스대는 책은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아 싫다.

 

 

 

그런 내가 이 책 <당신에게 힘을 보낼게, 반짝>을 만난 건 정말 우연이었다.

 

차와 요리와 사진에 관심이 많은 친구에게

어떤 책을 선물할까-를 마음에 담고 검색을 시작하던 중에 만난 책.

 

책은 꽤나 예뻤고 나름 유명했고.... 그야말로, 요즘 감각(!)이니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친절한(!) 상술에 걸려 - 2013년 달력도 준다는 말에- 홀리 듯이 산 책이다.

까짓거 밑져야 본전이지-하는 마음으로,

이런 '소녀틱한 책' 한 권 소장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하는 마음으로.ㅋ

 

 

 

짜잔~ 책 도착. 11월 29일 목요일.ㅎㅎ

책이 왔다, 밤삼킨별 님이 쓴 책.

그 분이 찍은 사진들로 이뤄진 달력도 왔다.

 

'너무 예쁜 책인데? 이거....은근히..땡겨. 내가 갖는 걸로 할까?'

마음을 30% 정도 뺏겼다.

너무 예쁘고 '요즘 소녀틱'한 이 책에.


함께 온 달력은 2012년 11월분부터 프린팅 되어 있었다.

이 그림은 2012년 12월용 사진.

손글씨가 참 예쁜 밤삼킨별 님.


 

늦은 밤.

잠들 기 전의 무료함을 돕겠노라,

이 책 <당신에게 힘을 보낼게, 반짝>을 펼쳤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새벽 몇 시이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 책으로 인해 이런 분을 만나게 되었구나. :) '

말 그대로 딱 그 기분이 들었다. 묘하게 행복했다.

이 책은 이렇고 저렇고 트집잡고 싶은 게 아니라,

-어머 이 언니는 이런 생각을 이렇게 했던 거구나

-나도 그 때 그랬는데. (끄덕끄덕...)

-참 좋은 인연들이 많다, 부럽게.ㅎㅎ

-나도 그 카페 이층에 가보고 싶어.

-아, 저 부엉이....어쩜....>_<

 

마음을 100% 빼앗긴 것이다.

(-_ -줄을 놓았다 싶게, 책 한권에 무장해제 되어 버렸다.)

두근거림과 떨림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뭐랄까-이 사람 참 좋은 사람이다,하는 기분?

 

그리고 아침이 되어, 그 분께 몇몇 오탈자 지적을 핑계삼아 메일을 보냈다.

감사하다고, 기쁘다고, 책이 너무 좋았다고.

 

사실 그 분께 보낸 메일에서도 썼듯이

'어찌보면, '방/공간/카페'로 이어지는... 사람 밤삼킨별 님의 이야기일 뿐인데도'
그 카페가 만들어지기까지 밤삼킨별 님의 한 결같은 올곧은 생각과 뜻이

즐겁고도 명쾌한 어조로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나는 이 예쁜 책을 속 빈 강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속 빈 강정은 저리가라고!

 

비유컨데, 재료를 직접 가꾸듯 선별하고 속을 가득 채워 맛을 살리고

내어주기 직전의 플레이팅까지 완벽하게 이루어 낸, 완벽한 일품요리* ?!

(질문: 위에서 쓴 '일품요리*'의 뜻은 다음 중에 어떤 뜻을 의미하는 걸까요?ㅋ)

 일품요리: 명사
1 . 각각의 요리마다 값을 매겨 놓고 손님의 주문에 따라 내는 요리.
2 . 가장 맛이 뛰어난 요리.
3 . 주식과 부식 따위의 한 끼 음식을 그릇에 담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
 (출처: 네이버 제공 국어사전)

  

 

 

 

 

 

 

 

 

 

요즘 책 중에는 간혹

'(이것이 정녕)에세이집인지, 사진집인지 구분이 안되는' 책들이 많다.

나 또한 처음에 이 책을 그런 류의 책으로 생각할 뻔 했지만...

이래뵈도 작가 밤삼킨별 님은 잡지 <PAPER>의 필진이시라 그런지

글 속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생동감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글귀들은 이 책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다음은 내가 반한 부분들. (책에 인쇄된 상태 그대로를 살려 옮겨 써본다.)

 

 

p.015~016                                                                                           

그렇다. 레이스와 꽃무늬가 가득하고 사랑스럽고 화려한, 그런 어여쁜 소녀 취

향의 방이 아니라 그저 무언가 은밀함을 갖고 싶었다. 혼자 펑펑 울어도 되는 방.

옷을 갈아입다가 깜짝깜짝 놀라지 않아도 될 테고, 남자아이에게 받은 편지를

혼자 오래오래 읽어도 들키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누군가 틀어놓은 TV 소리에

섞이지 않은 나만의 독서가 가능할 거라고 기대했다. 나에게 그런 공간이 생긴

다는 것이다.                                                                                    

 

 

p.079                                                                                                  

이제 이 공간은 계절의 생명력과 사람들의 공기를 담으며 그만의 이야기를 시

작할 것이었다. 설령 앞으로 매순간이 모두 행복하지만은 않더라도, 감격스럽

지만은 않더라도, 공사가 끝나 마켓 밤삼킨별과 마주하며 인사하는 그 순간은

오롯한 의미 자체였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서로의 인생에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p.232~0233                                                                                        

                                                                              내가 가졌을 때보다

상대방이 가졌을 때에 행복하고, 그가 행복하다면 그것은 내 것이 아닌 상대방

의 것이라는 생각이 그때부터 든 거 같다. 사진이라는 것, 마음이라는 것이 모

두 내 것이 아닌 누군가의 기쁨이 되었을 때 더 큰 것임을.                         

 

 

 

책을, 선물하기는 커녕....누가 잠깐 보겠노라 하면

당장 '대출 기록표'를 기록하고 가라고 할 기세.ㅎㅎ

이 책이 참 좋아졌다.


부엉이 소품들이 가득한 카페.

나도 부엉이에 꽂힐 뻔하다가 소품이나 아기자기한 것은 나와 맞지 않다(?)는 걸 깨닫고 마음을 접은 일이 있었는데.ㅍ

이 카페에 가면 꼭 부엉이들과 눈싸움을 진득하게 해야지.ㅎㅎㅎㅎ

 

 

 

 

 

 

 

아니....사실 나는.....

작가님께 메일을 쓸 때부터....

이 책을 칭찬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밤삼킨별 님을 응원하고 싶었다.   :)

 

 

이 책은, 책 자체만으로 내게 큰 의미가 되어줄 것 같다.

이 언니처럼 자신이 바라는 걸 하나하나 이루어가는 거라고,

그것이 남들이 보기에 아주 작고 소박해보이는 것이라 해도.

결국 그 전체는 한 가지의, 작은 꿈에서부터 출발하는 거라고.

 

이 책은 '방'을 갖고 싶었던 한 소녀의 성장 일기 같은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내게 빛이 마음에 가득차는 걸 느끼게 해 준 책이다. ^-^

 

 

 

(아까 적은....질문의 답은 뭘까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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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  이 소설을 읽고 쓴 "tv속 가상의 인터뷰. 그걸 흘려듣는 나"의 상황. 시작. -----

 

 

 

 

과거를 지운 여자, 그 분과의 인터뷰가 지금 공개됩니다!!

-인터뷰 타이틀 한 번 요란스럽다.

잠시 후, 인터뷰가 흘러나온다.

화면 안엔 활기찬 인상을 가진 빨강머리 여자가

그녀의 에너지를 모두 다 쏟아 내게 주고 싶다는 듯

좀 오버스럽다 싶을 정도로 정열적으로 인터뷰를 '이끌어' 가고 있다.(진행자의 기(氣)를 넘어선 느낌?)

 

 

(샤를로타 마이바흐 인터뷰)

"오, 제게 그 일들을 그대로 얘기하라구요?

농담이시죠? 무슨 말을 해도 못 믿으실텐데.

참. 제 소개가 늦었네요, 샤를로타 마이바흐예요.

샤를로타라는 화려한 공주풍의 이름에 혹하진 마세요, 그냥 편하게 찰리라 불러요."

 

 

 

(나레이션)

고등학교 졸업 10주년 동창회의 초대장에

변변한 직업, 제대로 된 거주지 하나 올리지 못한 여자.

그녀가 바로 샤를로타 마이바흐다.

로비 윌리엄스의 'Feel'같은 노래가 없었으면 그저 그런 남자와 하룻밤을 보낼 일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영화 <매트릭스> o.s.t.의 'Clubbed to death'를 들으며 하루를 '버틸' 용기를 얻고,

첫사랑 모리츠를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재닛 잭슨의 'Again'이 머릿 속에 떠오르곤 하는 여자, 그런 평범한 여자다.

 

물론 낯설고 변변찮은 남자와 꿀꿀한 아침을 맞는 일이 빈번히 있다는 것과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남자들을 쫓아내는 아침엔

편한 -하필이면 '헤픈 여자'가 프린트된-티셔츠와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그녀가 속해있는 유일한 곳 '드링크스&모어'로 길을 나선다는 것만 빼면.

 

 

p.19

그는 늘 오래된 신문을 읽었다. 충격을 덜 받기 위해서라고 했다. 신문 기사를 읽다가 뭔가에 흥분하다가도, 이미 시간이 한참 흐른 일이라는 것을 알면 금방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샤를로타 마이바흐 인터뷰)

"전 드링크스&모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어요.

여기 사장이자 제 친구인 팀은 잘 나가던 엘리트였다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가게를 차렸어요. 팀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면....가만..저기 저 분 보이시나요? 저기 조금 촌스러운 교수님같이 생기신 분이요, 4주가 지난 일간지를 읽고 계시나 봐요.  게오르크씨세요. 우리 '드링크스&모어'에 딱 어울리는 분이랄까. 팀(사장)과 제가 아웅다웅 서로의 약을 올리느라 한참 기운 빼는 걸 보면서 유일하게 즐기는 분이예요. 저 분이 계산을 하려고 돈을 올려놓으면 번번히 아저씨 손에 다시 돈을 쥐어주는 사람이 바로 팀이구요.......이 가게 하면 팀과 게오르크씨가 떠올라요.(잠시 침묵. 그리고 웃음)

제가 이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걸 좋아했냐구요? 글쎄요. '그 일'이 있기 전까진......생각해보진 않았던 것 같군요"

 

-여자가 갑자기 조심스럽게 말소리를 줄였다.

흘리듯 듣고 있다가 괜시리 힐끗 그녀를 본다.

그 일이 뭔데? 과거를 지우게 된 일?

그래, 말이라도 해줘, 나도 과거 몇 개 좀 잊어보게.

 

 

 

 

(인터뷰 계속)

"어느 날, 헤드헌팅 회사에 갈 일이 있었어요. 그 곳에서 만난 어떤 여자가 과거 중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일들을 지워줄 수 있다는 제안을 하더군요.  처음엔 그 여자가 정신이 나간 사람인 줄 알았어요."

 

p.125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 놀이터를 지나다가 벤치에 잠시 앉아 담배를 피우며 아이들을 지켜봤다. 다시 저런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정말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 텐데. 오늘 날의 지식만 그대로 갖고 있다면. 아니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말을 조금 더 잘 듣는다면.

 

 

(샤를로타 마이바흐 인터뷰)

"생각해보니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사건들이 열가지 정도는 떠오르더군요.

최악 중에 최악이라 다시 말하고 싶진 않지만...굳이 꼽자면, 10년만에 간 동창회에서 마이크를 쥐고 신나게 술주정을 한 일? 첫사랑 모리츠와 둘만의 비밀로 갖고 싶었던 차고 데이트(?)를 다른 사람에게 들킨 일? 어쩌면 이 일 때문에 동창회에서 저만 그렇게 '멘붕'이 왔는지도 모르겠어요. (웃음) 

아무튼 정말 깡그리째 날려버리고 싶은 '그것들'이 떠오르자 당장 달려갔어요. '찌질이'로 계속 살고 싶진 않았거든요."

 

 

 

-찰리라는 여자, 잘은 모르지만 의욕이 앞서는 사람같다.

저 여자가 말하는 '그 일' 이후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걸 어필하고 싶은 걸까.

목소리가 지나치게 격양되어 있다. 뭐랄까, 조금은 신나있는 것도 같고.

 

책을 읽어봐야겠다. 저 여자의 들뜬 목소리로는 제대로 집중하기 힘들 것 같으니.

자기 이야기가 어느 책에 있다고 했는데.

아, 여기있구나.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  이 소설을 읽고 쓴 "tv속 가상의 인터뷰. 그걸 흘려듣는 나"의 상황. 끝 -----

 

 

과연, 과거의 내 기억들을 지우는 걸로 나는 달라질 수 있을까?

만약 내가 '그 때, 그 일'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을까?

 

-소설을 읽으면서, 섬광처럼 불빛이 '펑'하고 내 눈 앞에서 터지면 모든 기억을 지워버리는 <맨인 블랙>이 떠오르기도 했고, 내가 사랑하던 사람과의 가억을 지우는 업체가 밤새 의뢰인의 머리에 장치를 연결하고 기계를 작동시키던 <이터널 선샤인>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지만, 영화가 떠오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작가 비프케 로렌츠를 얕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토록 진부한(?) 소재를 가지고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즐거운 소설을 만들어냈으니! 분명 '소설'이라는 장르를 가지고도 앞서 말한 영화들보다 더 활기찬 호흡을 보여준 건 작가만의 실력이다.(오죽하면 내가 위에서처럼 '가상 인터뷰'를 떠올릴 수 있었겠는가.) 물론, 간간히 주인공의 심정을 반영하는 노래/음악들 때문에 더 실감나게 읽혀지기도 했다.^^

 

 

찌질한 과거를 지운 찰리-아니, 미스 샤를로타-가 과연 어떤 인생을 새로이 시작할지 얼마든지 궁금해해도 좋다.

결과가 어쨌건 분명 읽는 이에게 주는 느낌(!)은 강렬하니까.

 

p.286

문득 어떤 생각이 분명해졌다. 이 한 가지 사건만을 삭제했다고 이렇게 된 것은 아니었다. 모리츠의 집 차고에서 내가 모리츠와 잠자리를 갖지 '않았다'는 것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그 이후로 내 인생은 완전히 다르게 흘러갔다. 

 

 

-책장을 덮고 난 후, 가만히 천장을 본다.

난 이럴 때 노래를 흥얼거린다. "알 이즈 웰*"                            *: 인도 영화 <3 Idiots(2009)>에 등장하는 신나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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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글감옥 - 조정래 작가생활 40년 자전에세이
조정래 지음 / 시사IN북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조정래 선생님께-

 

글을 써오신지 벌써 40년이 훌쩍 넘으신 선생님의 책을 두고 

제가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것이 황송하기만 합니다.

 

선생님께서 황홀하다 칭하신 '글감옥' 속에서 꿈꾸셨던 것을 

제가 조금이나마 알아채긴 한 건지,

작가 생활의 원동력이셨던 그 '산소'를 공급받긴 한 건지 ,

저의 독서가 '옳은 독서가 되었는지'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공간에 글을 적습니다.

 

사실....선생님의 뜻이 담긴 책을 읽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몹시 떨리고, 또한 기쁩니다. ^-^

 

 

 

 

 

 

작가 생활 40년 자전에세이

 

이 책은 대학생들이

작가 조정래 선생님께 궁금해하던 것들을 모으고 추려

84가지의 짧은 질문과, 그에 대한 선생님의 대답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질문은 대충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문학론· 작품론· 인생론. 읽어가다 보면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그 구분을 할 수 있께 될 것이다. 그 응답들을 형식을 달리한 나의 자전 소설로 읽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p.5 -작가의 말- 중에서


 

 

사실 나는 이 책에서 질문을 던진 독자만큼도 못 되는 사람이었다.


조정래 선생님은 내게 '이미지'로 남아 계셨다.

검은색 표지의 책 태백산맥, 한자로 쓰인 작가 조정래.

 

도서부였던 고등학생 시절, 서고 한 켠에 고이 모셔져 있던- 

대하소설『태백산맥』,『한강』,『아리랑』.

점심시간을 거의 서고에서 보냈기에 난 이 책들에 익숙했지만

그 내용은 하나 알지 못했다.

 

선생님의 어떤 책도 제대로 손에 쥐어본 적도 없던 내가,

황홀한,이라는 단어에 홀리고

그것이 글감옥,이라는 것에 감탄하여 책을 사게 되었다.

 

 

 

둔감해져 버린 내 코 끝에 와닿은 푸르른 산소

 

중고등학생 시절엔 정말 지겹도록 소설에만 빠져 지냈다.

해마다 발간되는 문학상 시상 단편집을 챙겨 읽고,

대대적인 광고를 하는 베스트셀러는 물론,

귀에 걸리는 제목만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구해 읽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세계 문학 전집/한국 문학 전집들로 고개가 돌아갔다.

질려버린 걸까, 왜 이렇게 재미가 없지?

음. 이제와 생각해보면,

소비되는 소설......들의 향긋하고 알싸한 향에 내 코가 둔감해진 게 아닐까 싶다.





 소설가의 산소 역할의 산소는 무엇이라. 그건 '진실'입니다. 사회적 진실, 역사적 진실, 인간적 진실을 옹호하고 육성하고 지키는 일, 그것이 바로 산소 역할입니다.

                                                                                                 p.34

 

소설은 시시한 것이 아니라 인간사에 남겨지게 되는 중요한 기록 중의 하나입니다.

                                                                                                 p.107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아프고 서글프고 힘들어 눈물을 뚝뚝 흘린다거나,

지금 당장 우리나라가 일어나지 않으면 큰 일이 날 것 같다는 애국심에 활활 타오른다는 등... 

소설들은 나를 질리게 하였던 것 같다.

 

그 와중에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몸 속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민초에게 산소를 불어넣어주는 사람.

그래- 소설가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아니, 적어도 오래도록 한결 같이 글을 쓰려면...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지.'

 

 

세상을 향해 올곧게 자라나는 사람이 되겠어 

 



 넋이 없는 인간이 제대로 사람노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문학은 그 넋을 감동시키는 작업입니다.

                                                                                                 p.185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자니,

온갖 일들이 그림처럼 머릿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겪지 않은 먼 옛날의 일들과,

내가 알 수 없던 또 다른 이면의 일들....

그리고 언젠가는 내가 보고 듣고 겪어야 할 어떤 흐름들까지.

 

운명처럼, 숙명처럼 나는 무언가를 생각해야만 했다.

 

 

 

행동까지는 못하여도, 옳고 그름은 알아야지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은 다름 아닌 사회 지도층의 솔선수범, 지배계층의 정직한 권력 수행, 지식층의 양심적 언행 등을 총괄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평소에는 세금 한 푼 안내고, 국난이 닥쳐와도 군대에 가지 않았던 우리의 옛 양반들의 행태와는 정반대의 정신이었던 겁니다.

                                                                                               p.376

이 땅에서 사는 당신과 나는 어쩔 수 없이 같은 운명, 한 숙명에 묶여 있습니다. 그걸 사회학에서는 공동운명체라 합니다.

그 불가항력 때문에, 이 땅의 지식인이기 때문에 당신은 싫더라도 지식인의 책무를 짊어져야 합니다. 그러니까 어차피 져야 할 짐이라면 보기 좋게 솔선해서 지십시오.

                                                                                              p.378

참된 지식인의 삶은 고달프나 그 의미와 보람은 하늘의 넓이입니다.

                                                                                              p.379


선생님은 질문을 던진 어떤 대학생에게 '지식인'으로서의 사명을 말씀하셨다.

 

삼사십년 전의 고등학교가

지금의 대학교 쯤으로 취급되는,

'대학생으로서의 위엄과 책임감'을 깨닫지 못하는 이 시대의 대학생들에게...

'대학생이니 지식인'이라고 불러주시는 선생님의 말씀 속에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책임지고 바른 마음, 맑은 정신을 갖추라는 의지(?)가 보이는 듯 했다.

 

 

 

 

황홀한, 황홀할 수 밖에 없는... 하나뿐인 '글'

 

작가 조정래 선생님은, 에너지 가득한 폭포수 같은 분이시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뜻을 굽히지 않으셨기에 수 많은 대하소설들을 써내셨고,

한결같이 사십여년 오직 '글'만 생각하시며 주색잡기 어떤 것에도 눈을 돌리지 않으셨다.

 

우리가 보기에 대쪽같고 과격한......그 감옥.

사실은 그래서 글감옥은 황홀한 것이다.

일생을 '글'에 몰입하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상태에 이르셨으니.

 

 

 

 

 

 

나도 활홀하게 빠져들 그 무언가를 찾아야지.

나는 '활홀한 대지(大地)'라 할까나,

이 세상 곳곳에서 모든 것으로부터 열정을 얻을 수 있게?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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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드림 - 성공하는 사람들의 비밀스런 꿈꾸기
스티븐 라버지 지음, 이경식 옮김 / 북센스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루시드 드림> 2011.04.16.주문/ 04.20. 수령.

 

나는 '꿈을 다스리고' 싶어했다

 

4월, 이 책을 찾아 헤매던 그 즈음...

나는 일상에서 받은

'가장 나쁜 기억'을 꿈에서 다시 만나곤 했다.

 

한창 꿈과 계획이 많아져서

24시간을 잘게 쪼개어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일을

거의 같은 깊이와 농도(집중력)로 하고 싶어했던 시기였는데,

오히려 꿈 때문에 일상이 어그러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루를 2배로 살 수 있어

 

대학 시절, 한 친구는

하루 종일 끙끙 앓던 문제를 잠들어서 꿈에서까지 보았다는데

꿈 속에서 자연스럽게 집중하기 시작했고 핵심 아이디어를 찾았다고 했다.

 

'자기가 무슨 멘델레예프야?

꿈 속에서 주기율표 찾는 소리하고 있네-'하고

당시에는  삐죽거렸지만...

난 알 수 있었다.

'아- 그게 내가 바라는 루시드 드림이었구나!'

 

 

우연히 기억난 '자각몽(Lucid Dream)'

그것은 내 로망이 되었다.

그리고 이 책 <성공하는 사람들의 비밀스런 꿈꾸기- 루시드 드림>...

대학가의 큰 서점을 뒤져도 쉽게 찾아지지 않던

이 녀석을 나는  더더욱 갈망(?)할 수 밖에 없었다.

 

 

빈약한 구성, 그렇지만 차분함

 

사실 이 책은 180 페이지 분량의 얇고 화려하지 않은 책이다.

검은 표지는 신비롭고 깔끔하다. 하지만 내용은 더 깔끔(?)하다.

'설명'을 맴돈다고 해야할까.

 

물론,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여서 비판적인지도 모르지만

'어디서 본 듯한' 설명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이 책을 찾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검색을 해보았는지...공감하잖아요?)

 

1~5장까지는 깊은 지식을

차근히- 그렇지만 적당히 반복적으로-

루시드 드림을 오해하지 않게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6장 루시드 드림 배우기...쯤 되면 방법론(?)은 시작된다.

 

 

 

 

 

의식하지 않아도 '나의 꿈'이 더욱 또렷해지는 아이러니

-여기서의 꿈은 자면서 꾸는 꿈일까? 일상의 간절한 바람인 꿈일까?-

 

 

이 책을 읽은지 3개월이 지난 지금.

매일같이 루시드 드림에 집중 & 실전을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만나고 싶지 않은 누군가를 만나 분노 가득한 말 한마디를 외치다 깬다거나

피하고 싶은 감정 속에 다시 들어가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때문에 깨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어? 재미있다'하고 씨익- 웃다가  '아, 여긴 꿈 속이지?'하고 더 마음 편히 즐거워 하는 정도까지.

딱 그 정도로-알게 모르게- 루시드 드림을 즐기고 있다 할까나.

 

자각몽에, 꿈 자체에

깊이 빠지면서까지 현실을 놓치지 말기를.

생각보다 손 쉽게 루시드 드림의 방법/비법들을, 알아낼 수 있을 테니!

 

 

 

 

 

 

+

 

참. <루시드 드림> 이 책에  모든 것이 있다고 기대하진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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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 - 개정판
베티 스미스 지음, 김옥수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

꿋꿋하고 아름답게,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이고 차분히 살아준 프랜시에게 박수를.

 

 


2.

거짓이나 과장이 없는, 진실한 성장소설.
저자, 베티 스미스의 자전적인 이야기라서 그럴까.

 

 

 

3.

 
"엄마, 나는 산타클로스나 요정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나 자신도 믿지 않는 걸 아이에게 왜 가르쳐야 하지요?"


"그건 저 아이에게 상상력이라는 놀라운 힘을 길러주어야 하기 때문이야. 저 아이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은밀한 세계를 가지고 있어야 해. 그러면 이 세상이 살기 어려울 정도로 추악해도 저 아이는 상상의 세계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 거야....(중략)"


"아이가 자라나면 내가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그러면 실망하지 않겠어요?"


"사람들은 그걸 진실을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말하지. 스스로 진실을 깨쳐 나가는 건 아주 좋은 일이란다. 처음에는 마음 속 깊이 믿고 있다가 나중에 믿지 않는 것 역시 좋은 일이다. 풍부한 감정을 가지고 앞으로 걸어가게 만들어 주니까. 여자로 살아가다 보면 실망스러운 일을 겪을 때가 아주 많지. 하지만 미리 실망하는 훈련을 쌓다보면 나중에는 그리 힘들지 않게 이겨나갈 수 있을 거야. 저 아이에게 고통을 겪어보는 것도 좋다는 것도 가르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린 부자라 할 수 있단다."

 


 

진실을 배워가는 과정,

실망도 해봐야 강해지는 것이고.

 

그래도 최소한의 '상상력'은 지켜주신 프랜시의 어머니,

그리고 나의 어머니.

 

생각해 보니 나의 유년시절이 늘 아름답고 싱그러웠던 것은,

한창 맑고 밝아야 할 나를 지켜주신

나의 부모님의 섬세한 배려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내가 '알림장을 날려 배부하셨던 (국민학교) 담임 선생님'의 이야기를 했을 때

어머니가 만에 하나라도 '다른 내색'을 보이셨더라면....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고 존경하던, 나의 꿈- 성악가 조수미 선생님의

시덥지 않은 세간의 소문들(신문에까지 실렸던 '-카더라'류의)을 막지 않으셨더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죽도록 싫어하지 않았을까.

마음에서 '음악'을 갈갈이 찢어버렸지 않았을까.

 

 

 

4.

숫자가 이야기처럼 와닿더라는 이야기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는 즐거움을 찾던 장면에선,

 

'베티 스미스씨- 저도 글을 찾아갈 운명인가 봐요!'하는

이상한 혼잣말을 중얼 거렸다.

 

 

 

5.

조금 오래된 책이지만

<앵무새 죽이기>란 책 또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키우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성장소설.

 

두 소설 모두 담담하지만 진실한 문체여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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