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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폴리스 1 -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김대중 옮김 / 새만화책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흥미로운 만화책이다. 만화를 만나기도 전에 만났던 글이 하나같이 새롭고도 낯선 것이었으므로.
‘이란Iran'이라는 말은 ’아이리아나 바에조Ayryana Vaejo'에서 유래한 것으로, 아리안족의 시원始原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반유목민적인 이 사람들은 메디아인과 페르시아인의 조상이었다. 메디아인들은 기원전 7세기에 처음으로 이란 국가를 세웠다. 그리고 키로스 대왕의 침략으로 멸망했다. 기원전 6세기 키로스 대황은 고대의 가장 큰 제국 중 하나가 되는 페르시아 제국을 건설하였다. 이란은 1935년 마지막 샤*의 아버지인 레자 샤갸 국호를 ‘이란’이라고 부르게 하기 전까지 보통 그리스식 명칭인 ‘페르시아’라고 불렸다. (p.4)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의 말대로 이 거대한 문명의 나라는 과거의 명성과는 무관하게 기억되고 있다.
‘폭력’과 ‘혼란’으로 기억되기 이전에 그곳에는 분명 폭력과는 무관한 다수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걸 우린 잊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물음은 검은 베일에 대한 기억을 술회하는, 1권의 첫장면에서부터 강하게 울려진다.

나는 온전히 신의 정의이며 사랑, 그리고 응징이고 싶었다.(p.15)
그녀 여섯 살 때부터 장래희망은 선지자였다.
매일 밤 하느님과 대화를 했고 자신이 경전을 만들기도 했다, 비록 그 책의 존재는 할머니만 아는 것이었지만.
잠재적인 강간의 위험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은 여성이 의무적으로 베일을 써야 한다고 선포했다.
(TV) 여자의 머리카락은 빛을 내어 남자들을 흥분시킨다. 그게 여자가 베일로 그들의 머리를 가려야 하는 이유이다. 만약 베일을 쓰지 않는 게 더 문명화된 것이라면, 동물들이 우리보다 더 문명화됐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아빠) 말도 안 돼! 놈들은 남자는 다 변태 성도착자로 생각하나 보군!!
(엄마) 당연하죠, 그들이 바로 변태니까!(p.80)
이 얼마나 무서운 강요인가. 이런 이상한 나라에서 마르잔은 여자였고 때문에 베일을 써야 했던 것이다.
십대의 나이에서부터 남자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최초의 방어라는 것이 베일이었고
그걸 거부하는 여성들은 손가락질 받거나 -오해받는 것은 다행이다-위원회애 회부되거나
되먹지 못한 남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녀의 엄마는 언어폭력에 시달리기도 했다.)
(마르잔) 하지만 공정해지자구. 만약 여성이 베일 쓰는 걸 거부해서 감옥에 가야 한다면, 남성들 또한 서구의 상징인 넥타이를 하는 게 금지되어야 해. 그리고 여성의 머리카락이 남성을 흥분시킨다면, 그와 똑같이 남성의 드러난 팔뚝에 대해서도 같은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거지. 그렇다면 남성들은 긴팔 옷만 입어야 한다구. 무엇보다도 우선 좀 공평해야겠지.(p.81)
마르잔은 선지자의 자질이 다분한 아이인지도 모른다.
나는 마르잔의 이 말을 들으며 왠지 모를 기대를 하게 되었다.
고작 열 살 남짓의 나이에 이런 반박을 할 수 있다면 ‘혹시’!
여자애들은 군용 방한모를 만들었지만, 남자애들은 예비병사로서의 준비를 해야만 했다.
(엄마) 나스린 씨, 괜찮아요? 안색이 좋지 않네요.
나스린 아줌마는 우리 가정부였다.
(엄마) 말해 보세요. 안 좋은 일이라도…?
(마르잔) 괜찮아요?
(나스린) 아니요, 좋지 않아요. 우리 아들 녀석이… 이게 뭔지 아세요?
(엄마) 금색 칠한 플라스틱 열쇠군요.
(나스린) 아들 녀석이 학교에서 이걸 받아 왔지 뭐예요. 전쟁에 나가 운 좋게 죽는다면, 이 열쇠가 천국으로 이끌 거라고 그랬대요.(p.105)
그러나 마르잔은 아직 어렸던 걸까.
가난한 아이들이 열쇠를 목에 걸고 지뢰밭에서 천국으로 날아오를 때,
마르잔은 파티에 참석할 때 구멍이 송송난 스웨터와 쇠사슬에 징이 박힌 목걸이가 방을 가득 메우고 있는 펑크록과 어울려서
기분이 날아오르고 있었을 뿐이다.
전쟁에 어린 아이들을 동원하기 위해 군인은 못할 짓을 한다.
가난한 동네에서 온 아이들에게 사후의 삶이 ‘디즈닐랜드보다 낫다’고 교육시키고
끝없이 노래를 부르게 하여 세뇌시키는 것이다. 최면에 걸린 그 아이들은 전장의 총알받이가 되게 하는 구조.
조지오웰의 <1984>에서의 세뇌 역시 그런 것 아니었나.
끝없이 어떤 믿음을 주입하는 것, 자신의 생각을 갖지 못하게 끝없이.
1984년.... 이 혁명적 기질이 다분한 소녀는 14세가 되었고 ‘아무 것도 더 이상’ 그녀를 ‘두렵게 하지 못했다(p.149)’
장신구를 금하려는 교장과 몸싸움을 하기도 하고
학교의 잘못된 가르침을 듣고는 선생님은 왜 진실을 가르치지 않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부모님은 이 종교적이며 여자에게 지나치게 억압적인 이란에서 딸이 더 위험해질 것을 깨닫고
오스트리아의 프랑스 학교로 유학을 보내기로 한다.
그녀, 그곳에서 선지자로 자랄 수 있을까?
-2권에 대한 이야기 및 책에 대한 전체 총평은 2권 리뷰에 적도록 하겠다.-
http://blog.aladin.co.kr/ohho02/688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