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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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판 포레스트 검프-『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100세 생일을 코앞에 둔 할아버지가 있다. 갑자기 창문을 넘어 요양원을 탈출한다, 실내화를 질질 끌면서. 어디론가 가고 싶었을까 요양원에서의 일상이 힘들었나 그리운 누군가와의 마지막 재회를 하고 싶었을까. 이 소설의 장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창문을 가볍게 넘는 이 노인을 따라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알란 칼손은 평범한 노인일 수가 없었다. 폭발물 제조에 뛰어난 재주를 보였던 죄로 정신병원에 가야했을 때 알아챘어야 했다. (아니 그를 담당한 의사를 보고 알아챘어야 했을까?) 말은 많았지만 그만큼 겪은 일이 많아서 였고, 학력이라고는 평생을 두고 단 2년의 초등학교 생활이 전부이지만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면서 깨달은 것이 많았기에 부족함이 없다(아빠의 ‘사상’ 변화를 보고 들으면서 조차 ‘정치’의 위험성을 간파했으니 똑똑한 아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그가 왜 낯선 청년이 맡긴 트렁크를 들고 가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가는 길에 트렁크가 따라왔고 그 트렁크 때문에 성난 청년들이 꽤나 폭력적으로 노인의 뒤를 따랐다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p.47)이므로 그냥 지금의 상황에서 옳은 판단을 -단숨에- 내리는 것이 그만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몰랐던 세계사의 흐름을 알 수가 있다. 적어도 이 노인이 살아온 백여년의 시간에 대한 급박한 세계 정세는 단숨에 잘 읽힌다. 나라와 정치색 따위와 무관하게 알아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


간간히 칼손의 주변인물, 특히나 정치나 종교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지나치게 장황하게 늘어놓는 인물들을 만나는 지점에선 좀 느리게 읽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블랙코미디에 가까운 이 모든 상황이 읽는 이를 유쾌하게 만든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자꾸 읽게 될지도 모른다.


알란 칼손이 어떤 나라에(행선지를 밝히지는 않겠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것을 직접 찾아보길) 비행기를 착륙시켜야 할 때 아무렇지 않게 자신에게 맡기라고 말한다. 나는 이 노인의 입에서 조종사의 언어가 나왔다면, 지금까지 읽은 분량과 무관하게 이 모든 이야기는 지나치게 허구이며 이 뻥을 끝까지 읽어내려갈 수 없다며 소설을 집어 던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알란은 영리한 노인이다.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진 채 눈을 껌뻑 느리게 감았다 뜨며 “뭐 문제 있수?”하고 내게 반문할지도 모른다. “아니요, 없어요. 할아버지. 전 할아버지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요.”


영화화되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다. 수다스럽고 천역덕스러운 알란 칼손 역에 우디 알렌은 어떨까. 

어떤 영화가 만들어지건 소설 속의 상황을 잘 재현해 내기 위해선 꽤 많은 돈과 노력이 들어야 할 것 같다. 유쾌상쾌통쾌한 100세 노인의 기구한(?) 삶이 궁금하다면 이책을 읽어보길. 엔돌핀이 필요한 시점이라면 더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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