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캄과 메오 초승달문고 9
김송순 지음, 원혜영 그림 / 문학동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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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지나다가 나보다 하얀 피부를 바라보는 내 마음과 검은 피부를 바라볼 때의 내 마음이 같다고 할 수 있을까.  황인종이라는 나를 기준으로 열등감과 우월감으로 늘 양분되곤 하는 어리석은 세상 나누기...

'모캄과 메오'는 가난한 나라에서 온 검은 피부라는 이유로 온갖 학대를 당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아픔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못된 오리농장 주인을 통해 나의 그릇된 인종차별이 부끄럽게 투영되고 있다.

동화라고 하면 흔히 밝은 이야기로 꿈과 사랑을 심어줄 수 있다고 하고, 화려한 색채를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의 빛이 어둠을 통해서 진정 그 빛을 발할 수 있듯이 어두운 그늘의 이야기를 통해 가슴으로 스며든 감동이 아이들의 가슴을 끝내 따뜻하고 밝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한낱 짐승인 고양이가 가슴 아프게 지켜보는 검은 모캄을 바라보면서 사람인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고양이가 아닌 사람의 가슴에 그들을 따뜻하게 품어안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피부색이 아니라 저마다 어떤 이유로든 모두에게서 소외될 수 있다. 검은 피부로 사람의 높고 낮음을 규정지으면서 나는 외모나 성적이나 부유함 따위로 소외되고 멸시되고 있지않은가. 

'슬퍼요...'라는 딸아이의 한마디로 나는 작가에게 감사하다.  가장 어두운 곳에서 세상의 가장 밝은 빛과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작가의 따뜻한 사랑과 감성이 우리 아이에게 전해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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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6-16 11:00   좋아요 0 | URL
아..피부색만으로 차별이 끝난다면..그러나 우리들의 세게의 차별 너무 심해요..
모캄과 메오..정말 한마디로 슬픈 현실..

씩씩하니 2006-06-16 12:09   좋아요 0 | URL
이쁜 배꽃님..마음이 봄 바람에 향기를 뿌리는 배꽃처럼 흩어지네요...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6년 5월
품절


험난한 길을 선택한 인간은 길을 가면서 자신의 욕망을 버리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평탄한 길을 선택한 인간은 길을 가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일에 즐거움을 느낀다. 전자는 갈수록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후자는 갈수록 마음이 옹졸해진다.-42쪽

그러나 자신이 소망하는 길을 타의에 의해 유보시킨 자에게는 오랜 방황이 형벌처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 때 부모님은 왜 모르고 계셨을까-122쪽

50대에...(중략)돌이켜보면 술은 절망의 촉매제였고 고통의 치료제였다. 불행의 초대자였고 위안의 동반자였다. 만약 술이 없었다면 내 인생은 얼마나 무미건조했을까. 그러나 이제 마음속에만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 소설 하나만 간직하고 살기에도 버겁고 눈물겨운 인생, 어느새 나는 길섶에 피어 있는 풀꽃 한 송이를 보아도 절로 뼛속이 투명해지는 나이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132쪽

모든 성현들이 진리는 마음을 통해 깨달아지는 것이라고 설파한 적이 있다. 그러난 오늘날 학교로부터 시행되는 진리탐구는 마음보다 머리를 중시하는데, 건전하고 아름다운 세상이란 머리로써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교육은 머리가 좋은 사람을 양산해 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좋은 사람을 양산해 내는 것이다.-181쪽

너희가 진실로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만물을 남보다 사랑하는 경쟁에서만 뒤떨어지지않으면 된다. 나머지 경쟁에서는 선수가 되려고 노력하지 말고 심판이 되려고 노력해라-186쪽

소설은 문학이고 문학은 예술이다. 예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위이다. 아름다움은 서술되어질 때보다 묘사되어질 때 더욱 선명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202쪽

(전부)
근심은 알고 보면 허수아비이다. 곡식이 익어가는 들판으로 가서 허기를 채우려면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 밖에 없는 복병들이다. 하지만 어떤 참새라도 그 복병들을 근심할 필요는 없다. 허수아비는 무기력의 표본이다.(중략) 근심에 집착할 수록 포박은 강렬해지고, 근심에 무심할 수록 포박은 허술해진다. 하지만 어떤 포박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1백퍼센트 소멸해버린다.-226-227쪽

만약 그대가 어떤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어깨 위에 소리없이 내려앉은 한 점 먼지에게까지도 지대한 관심을 부여하라. 그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가장 하찮은 요소까지도 지대한 관심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랑의 계단으로 오르는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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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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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의 다른 얼굴일수도 있겠지만 나는 타인에게 보여지는 나의 모습에 민감한 편이다. 때로는 배려라는 이름이 되고 때로는 자격지심으로 비하되기도 한다. 그런 나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이외수는 언제나 기인일 수 밖에 없었다.

대학 시절 읽었던 그의 글들은 하나같이 다분히 모범생적인 나의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파격적인 것들이었고 그의 외형과 연결지었을 때 작품성보다는 괴팍함, 비도덕성 따위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괴물'이나 '바보바보'을 통해서 그런 그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벗겨질 기미를 보일 즈음 어떤 텔레비젼 프로에서 그와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갑자기 그에 대한 내 모든 편견을 허물어버린 것은 그의 말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의 수줍어보이는 말투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에서 나는 다시한번 그의 여린 감성과 세상의 모든 것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재확인한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세상 모든 일에 대한 그만의 가치 기준, 그것은 기인으로서의 특이함이 아니라 빛나는 특별함이다. 치통이나 운전배우기 등의 작은 문제로부터 가난과 알콜중독에 이르는 큰 문제에 이르기까지 그는 남과 다른 특별한 감성으로 모든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며 극복한다.  하루에 한번씩 머리를 감는 내게 그의 긴머리가 넘어설 수 없는 위생의 문제로 받아들여지듯이 그의 가슴 가득한 사랑의 감성 또한 흉내낼 수 없는 본질적인 문제는 아닐까.

그의 책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화내는 이외수이다. 그는 화를 내지 않는다. 고난도 있고, 고통도 있고 시련도 좌절도 있는데 이상하게도 그의 '화'를 느낄 수 없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늘 자신을 낮추고 자신의 잘남보다는 타인의 손길을 고마워하는 그가 어쩌면 도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기회가 된다면 세상적인 나와 세상 속에 가장 세상적이지 않는 그가 만나 세상 이야기를 한번 나눠봤으면 좋겠다. 그의 책 속에서 용해되고 희석되어 흐려진 나의 상처들이 그의 어눌한 말투 속에서 그처럼 따뜻하고 아름답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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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여행가방 - 박완서 기행산문집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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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위대한 영혼을 낳기도 하지만 위대한 영혼 또한 자연의 정기가 되어 자연을 빛나게 한다.-22쪽

그럴 때마다 땅거미 같기도 하고 저녁밥 짓는 연기 같기도 한 부드러운 어둠 속에서 하체를 노곤하게 풀어놓은 마을의 집들이 보였다가 사라지곤 했다.(너무 아름다운 표현이라...)-33쪽

모든 것은 돌고 돈다. 가장 앞서갔다고 생각되는게 가장 처진 게 될 수도 있다. 지금 가장 낙후된 고장처럼 보이는 것이 가장 앞선 희망의 땅이 될 수도 있다. 발전이란 이름으로 만신창이가 된 국토에 마지막 남은 보석같은 땅이여, 영원하라.-48쪽

나에게만 중요했던 것은, 나의 소멸과 동시에 남은 가족들에게 처치 곤란한 짐만 될 것이다. 될 수 있으면 단순 소박하게 사느라 애썼지만 내가 남길 내 인생의 남루한 여행가방을 생각하면 내 자식들의 입장이 되어 골머리가 아파진다.-63쪽

그리하여 외국이나 외국인들 앞에서 마음을 도사려 먹지 않고 그저 부드러운 시선으로 남의 좋은 것이나 나쁜 것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새로운 경험이 될 터였다.-75쪽

이제야 진정코 부끄러운 것은 남의 도움을 받은게 아니라 받은 것을 더 낮은 곳으로 돌려주는 것을 잊어버리고 사는 거라는 생각에 도달했다면 너무 늦은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119쪽

이 곳 사람들의 오체투지라는, 엄청나게 체력 소모가 크고 고통스러운 방법을 통해 이루어지기를 마지않는 것도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라니, 온갖 안락과 사치를 누리면서 염세로 자살을 하거나 인간 혐오증에 걸리는 수가 많은 부자 나라의 실상과 비교해서 여간 아이로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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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구판절판


내가 눈이 먼 다음에 다른 사람이 된다면, 내가 어떻게 그이를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무슨 감정으로 그를 사랑할까, 전에 우리가 볼 수 있었을 때도 눈이 먼 사람이 있었잖아요. 지금과 비교하면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지, 일반적인 감정은 볼 수 있는 사람의 감정이었고, 따라서 눈먼 사람들도 눈먼 사람들의 감정이 아니라 성한 사람들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어, 그런데 이제 눈먼 사람들의 진짜 감정들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어, 아직도 시작일 뿐이야-3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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