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위대한 영혼을 낳기도 하지만 위대한 영혼 또한 자연의 정기가 되어 자연을 빛나게 한다.-22쪽
그럴 때마다 땅거미 같기도 하고 저녁밥 짓는 연기 같기도 한 부드러운 어둠 속에서 하체를 노곤하게 풀어놓은 마을의 집들이 보였다가 사라지곤 했다.(너무 아름다운 표현이라...)-33쪽
모든 것은 돌고 돈다. 가장 앞서갔다고 생각되는게 가장 처진 게 될 수도 있다. 지금 가장 낙후된 고장처럼 보이는 것이 가장 앞선 희망의 땅이 될 수도 있다. 발전이란 이름으로 만신창이가 된 국토에 마지막 남은 보석같은 땅이여, 영원하라.-48쪽
나에게만 중요했던 것은, 나의 소멸과 동시에 남은 가족들에게 처치 곤란한 짐만 될 것이다. 될 수 있으면 단순 소박하게 사느라 애썼지만 내가 남길 내 인생의 남루한 여행가방을 생각하면 내 자식들의 입장이 되어 골머리가 아파진다.-63쪽
그리하여 외국이나 외국인들 앞에서 마음을 도사려 먹지 않고 그저 부드러운 시선으로 남의 좋은 것이나 나쁜 것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새로운 경험이 될 터였다.-75쪽
이제야 진정코 부끄러운 것은 남의 도움을 받은게 아니라 받은 것을 더 낮은 곳으로 돌려주는 것을 잊어버리고 사는 거라는 생각에 도달했다면 너무 늦은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119쪽
이 곳 사람들의 오체투지라는, 엄청나게 체력 소모가 크고 고통스러운 방법을 통해 이루어지기를 마지않는 것도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라니, 온갖 안락과 사치를 누리면서 염세로 자살을 하거나 인간 혐오증에 걸리는 수가 많은 부자 나라의 실상과 비교해서 여간 아이로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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