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디지털자료실 직원이 병가를 내서 하루종일 자료실을 지키게 되었다.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방과 후면 아이들이 물밀듯 밀어닥치는것이 보통이구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시끌벅쩍 몰아닥친 아이들에게 조용히하라구 몇번 잔소리를 하는 동안 아이들이 컴퓨터 하나씩을 차지하고 앉는다.
정영희의 '낮술'에 나름대로 빠져있다가 아이들 자판 소리에 문득 고개를 들고 참...기분이 묘하다.
컴퓨터에 얼굴이 닿을 듯이 빠져서 쉴새없이 자판을 두드리며 대화에 열심인 아이,
드라마 재방에 빠진 아이,
무슨 만화인지 만화보며 간간히 낄낄대는 웃음소리를 내는 아이,
가수 비 관련 기사를 읽는지 화면 가득 비 사진을 띄워놓은 아이,
분명 숙제는 아닐듯한 장문의 편지를 쓰느라 손가락도 보이지 않을만큼 빠르게 자판을 두드리는 아이...
괜히 디지털자료실의 역할에 대해서까지 아이들에게 운운하며 전자책읽기, 음악감상, 영화감상, 학습용 자료검색 등 건전한 용도로만 디지털자료실의 컴을 사용할 것을 종용하고 다시 테스트에 앉으니...참으로 허무한 생각이 든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이 책보다 컴퓨터에 빠져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10년전만 해도 도서관에 와서 열심히 책을 읽던 아이들이 도서관이 인터넷이나 하는 곳인줄 알게 된 것이 누구의 책임이랴,,,그리고 그 책임 소재를 따진들 무엇하랴,,,
사서인 나로서는 도서관이 진정 책 읽는 향기 넘쳐나고 감당하기 힘겨울만큼 대출양이 많아지는 그 날을 그려보지만 또 외부적으로 볼 때 도서관 사서가 제 일을 해내지 않으니 이렇듯 도서관이 엉망이라는 손가락질 면하기도 어렵지 않겠는가...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아이들의 등을 보니...참으로 우리의 미래의 희망이 어딨는가,,외치고 싶은 심정이지만,,,나의 걱정과는 별개로 저 아이들 어딘가에..훗날의 꿈들이 싹을 틔우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