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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오히라 미쓰요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소위 '일진'이라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하나하나 엄마가 아직도 뽀뽀를 하려고 하면 피해다닌다는 둥, 노래방에서 누가 삑사리가 났다는 둥 수다떨듯이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폭력적일 것도 이상할 것도 없다. 소위 '왕따'라는 아이들도 그렇다. 하나하나 바라보면 아직도 여리고 고운 이파리를 가지고 있지만 자기도 모르게 병들어 버린 풀잎같다. 자기는 그냥 거기 살았을 뿐인데, 안쪽이 아니라 그저 길가에 뿌리내린 것 뿐인데, 거기 병충해가, 거기 모자란 물이, 거기 어디선가 날아온 흙더미가 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그'가 어떻게 살았는가에 관심이 갔다기보다 '그'의 부모와 선생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제는 부모로서 교사로서 이런 상황에 내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가 가장 큰 관심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보통 가정에 문제가 많은 아이들이 문제아가 된다고 하지만 의외로 가정 외적인 요인이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일탈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자신을 스스로의 힘으로 야물게 키우는 경우도 많듯이 부모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견뎌내는 아이들이 많듯이, 부모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아이들이 거친 세상에, 어쩔 수 없는 운명에 놓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오히라의 부모가 좀더 현명했다면, 아니면 그가 그토록 엇나갈 때 모질게 야단이라도 쳤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무엇이 정답이고 해결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아이가 그렇게 비뚤어질 때 야단 한 번 안치고 아이의 매를 맞고 있는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 사람은 참 강한, 독한 사람이란 생각도 든다. 원래 나는 강하고 독한 사람을 좋아했다. 자기 한 몸 지키지 못하는 나약하고 착하기만 한 사람이 싫었다. 그러나 어쩌면 그 사람의 그 독한 어떤 부분이 어려서부터 다른 아이들로부터 자신을 스스로 분리시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결국은 그 독한 기운 덕에 모든 고난을 이겨낼 수 있었다 하더라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한 이후였다. 사랑스럽고 온전한 가정이었고 아마도 어린시절부터 똑똑하고 재능있는 어린이였을 오히라는 얼마든지 더 많은 사랑을 받고 더 남들을 행복하게 하며 잘 자랄 수도 있었을텐데...
그래서 나는 그녀를 칭찬하기보다 내가 그와 같은 자녀, 혹은 제자들의 문제를 바라보아야 하는 부모와 교사의 심정으로 이 책을 아프게 읽었다. 제발 내 곁에 그렇게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못보고 지나치거나 우유부단하게 굴다가 그만 돌이킬 수 없게 두는 일이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