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수업 - EBS 다큐프라임 특별기획, 우리 미래가 여기에 있다
EBS <100세 쇼크> 제작팀 지음, 김지승 글, EBS 미디어 / 윌북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약 당신이 무인도에 홀로 살아간다면 나이로 인한 어떤 사회적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 말에 공감한다. 노인은 사회가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학교 선생님들과 상담연수에 쓰려고 질문을 만들어 보았다.

 

자신의 나이는 몇 살인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써 봅시다.

1. 생활나이(chronological age) - 살아온 햇수 법률이나 행정절차 관습의 기준이 되는 나이

2. 생물학적 나이(biological age) - 신체적 건강 수준

3. 심리적 나이(psychological age) - 경험에 근거한 심리적 성숙과 적응 수준

4. 감성 나이

5. 사회적 나이(social age) - 규범이나 지위

6. 당신은 몇 살부터 노인이라고 생각합니까?

7. 내가 스스로 늙기 시작하는구나생각했던 것은 몇 살 때입니까?

8. 저렇게 늙어야지, 싶은 롤모델이 있다면 누구입니까?

9. 늙음에 대해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 학교 교사들의 평균연령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이런 질문을 던지면 생각에 잠길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한국 사람들은 스무 살만 넘어가면 자기가 나이들었다고 생각하는 이상한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이가 일찌감치부터 나이듦에 대한 공포를 안고 80, 90세를 넘어 산다. 나이듦은 사실 상대적이다. 또래의 다른 이가 나보다 늙어보이거나 아프거나 무기력하게 살면 우쭐해진다. 비교하지 말고 내 인생에 매진해야 행복한데 그러지를 못한다. 나이를 고민하는 것 역시 문화와 상관이 있다. 경쟁사회에서는 나이도 우월감이고 열등감이 된다. , 부질없다. 객관적인 이야기에만 집중하면 좋겠다. 물리적 나이듦과 경제적 빈곤, 사회문화적 결핍 등에 대해 고민하고 모색하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달의 궁전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라마틱이라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소설이 또 있을까 싶다. 좀더 젊었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이런 구라스러운 말빨을 비판하면서 책을 읽다가 말았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처음에는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어떻게 끝을 맺는지 두고 보자는 심정으로 끝까지 듣게 만드는 약장수 혹은 싸구려 여행의 가이드가 펼치는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하긴 줄거리만 추려놓고 보면 오페라도 뮤지컬도 소설도 3류 드라마와 다를 것이 없다. 문학이라면 거짓말도 진실되게 믿게끔 만드는 문체나 이야기 구성의 치밀성 혹은 주제의식 등등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치밀한 심리 묘사와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사건의 개연성들이 놀랍다. MS 혹은 에핑 혹은 바버의 젊은 날의 초상이야기일까 싶다가 3대의 끈끈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인지 했는데 미국 황야에서 소멸해간 인디언 이야기 같기도 하고 한순간에 모든 것이 소진되어 버리는 인생의 허무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이렇게 3대가 내내 극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한 사람에게도 일어나기 어려운 모두를 가졌다가 모두를 잃는 일들의 반복이... 드라마틱한 삶을 원하지 않는, 벌레의 삶처럼 옹송거리며 얌전하게 살다 가고픈 1인으로서 뭐 이런 삶이 좋을 리도 없고 꿈꿀 일인들 있을까 싶다가도, 어쩌면 영화나 소설보다 더 극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현실을 조금만 모아 보면 소설 못지않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폴 오스터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것이다. 우리는 문학 작품에서 단 한 장면만 나의 이야기와 접점을 만나도 그 작품을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처럼 드라마틱한 작품이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였겠나.

 

최근에 영어공부 한답시고 프렌즈니 모던 패밀리니 하는 미국 드라마들을 보고 있다. 미국을 제국주의라 부르며 적개심을 불태우는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인문학도들은 미국 문화나 문학에 대한 거부감이 좀 있을 것이다. 나 역시 프랑스 문학이나 러시아 문학, 심지어 영국문학을 읽으면서도 미국 소설을 읽은 기억이 별로 없다. <달의 궁전>은 미국문화와 문학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다. 철학적이고 사색적이고 영적이고 범우주적이고... 그렇지는 않지만(그러기에는 폴 오스터의 입담이 너무 재미있다), 늘 하하호호하는 긍정 만땅의 미국인, 세상 최강대국가 국민의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마이너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정한 존중보다는 다 가진 자의 여유에서 나오는 거만한 너그러움, 심지어 제국주의와 패권주의자의 이미지에서, 그들 또한 슬프기 한량없는 한 마리 영혼을 가진 짐승들이며 삶의 비참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초라한 존재들임을 알게 해 주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충분히 의미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이다 - 운명을 바꾸는 "한번 하기"의 힘
김민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이런 류의 자기계발서는 많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이유는, 근거 없이 무조건 힘내라, 열심히 해라.”라고만 말하지는 않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주제는 제목 그대로 한 번 해봄’, 그러니까 “Why don’t you give it a shot?” 인데, 사람들이 그게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던 것에 경종을 울려준다고나 할까. 그런데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고 책을 덮으면 뭔가 한 가지는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 들게 된다는 점에서 좋은 책인 것 같다.

 

좋은 계획보다 한 번의 행동이 인생을 더 극적으로 이끈다는 사실

 

위 대목은 계획 세우는 과정을 즐기고 그걸 하나씩 했는지 안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또한 즐기는 내 입장에서는 약간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대목이긴 하다. 대부분의 계획형 인간들은 계획하면 거의 대부분 실천하는부류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대목은 계획만 세우는사람에게 들려주는 종소리이겠으나 그런 사람을 우리는 공상만 하는사람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다.

공감이 되는 장면 중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다.

 

심리학 용어 중 프랭클린 효과라는 말이 있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자기를 싫어하는 의원에게 집에 있는 귀한 책을 빌려달라고 편지를 보냈고 책을 빌린 후 우정을 쌓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당신이 도와준 사람보다, 당신을 도와준 사람이 더 당신에게 친절을 베푼다.’

 

이것은 내가 학교에서 학생들과 친해지는 방법이기도 하다. 도움이든 가르침이든 주는 사람이 권력관계에서 상위이며 자존감이 높은 게 정상이다. 그런 지위를 기꺼이 누군가에게 부여한다면 그 사람은 당연히 나와의 만남을 기뻐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것은 살면서 거의 저절로 터득하게 되는 지혜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들과 교감을 잘하는 성품을 지닌 사람들이 성공하는 이유도 이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교사 입장에서는 아이한테 적용하는 선택 전략으로 ~, 하지 마, 라고 지시하지 말고 밥 먹고 목욕할래, 목욕하고 밥 먹을래? 네가 선택해.”라고 하라는 내용도 눈에 띄었다. 아래 이야기는 내가 학부모들에게는 자주 들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아이를 바보로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옷과 가방을 골라주고, 숙제의 순서도 정해주고, 가까이 지낼 친구들도 정해주는 등 선택권을 박탈하면 된다. 문제해결능력, 갈등해결능력을 놓치는 방법이란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적어도 중학생이 되면 어떤 친구를 사귀고, 친구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고, 잘못을 저질렀을 때 어떻게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지 판단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부모 소득이 높고 학력이 높은 집일수록 대학생, 아니 그 이상까지도 자녀문제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챙겨주고 간섭하려 드는 경향이 있다. 어떤 집은 아이들을 방치하고 어떤 집은 자녀를 소유하려 들어서 문제다.

 

세상에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나름대로 다 의미와 무게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분명 삶에 활력과 계기를 부어주기도 한다. 그냥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니까. 이 책처럼 내 안에 무언가를 마냥 고이게 하려고만 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일단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 작가도 아마 그렇게 의도했겠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가 단지 그런 생각을 해보기만 했더라도 이 책의 목적은 달성된 것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투를 빈다 (10주년 기념 리커버 에디션)
김어준 지음 / 푸른숲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어준 방송을 들으며 재미를 느끼고, 감탄하고, 공감하고... 많은 즐거움을 느끼지만 특히나 좋았던 지점이 있다. ‘자존감이 높으면 저렇게 하지 않는다면서 막말하는 정치인인지 편파적이고 폭력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언론인지를 비판했던 장면. 대개 잘난 척하는 사람일수록 자존감이 낮고 인정욕구가 높다. 자신은 높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의식에 사로잡혀 있을수록 굳이 그것을 확인하려 든다. 그것을 개인 간의 관계에서가 아니라 정치인이나 언론의 태도에서 읽어내더라.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욕심이 없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이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고 아무 것도 두렵지 않, 가히 카잔차키스적인 사람.

김어준이 그런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대개 정치에 입문하고 권력에 발 들이는 이들도 처음에는 내 욕심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려는 욕심에서 출발하곤 하니까). 그런데 아직까지는 그래 보인다. , 개인적으로는 욕심 없어서 멋져 보이는 야인이 되기보다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세속에 발 담그라 권하고 싶긴 하다만.

 

자기는 가진 것 하나 없지만 세상 이치 꿰뚫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동네 형.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크게 될 것만 같은 형. 이야기 나누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얘기 술술 하게 되는 마력을 지닌 형. 대충 살어, 인마, 그래도 괜찮아, 쨔사, 그놈이 나쁜 놈이네, 근데 넌, 네 마음은 어떠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봤냐? 뭐 이런 멘트를 날릴 것만 같은, 그리고 그 허랑한 대화 끝에 촌철살인 놓치지 말아야 할 인간다움, 나다움을 붙잡게 할 것 같은 그런 조언을 날리는 형 같다.

 

자신이 멋지지 않다는 걸 인정하지 않고서 멋질 수는 결코 없는 법이란 걸 깨닫는 거 저절로 안 온다.

 

김어준의 가장 큰 매력은 자기가 멋지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갈의 아이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1
낸시 파머 지음, 백영미 옮김 / 비룡소 / 200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클론과 인간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둘 사이에는 어떤 차이도 없기 때문이지. 클론이 열등하다는 건 추잡한 거짓말이다.

 

 

선생님, 저는 누굴까요?”

부모와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아이들, 부모를 부인하고 싶은 아이들은 저런 질문을 할 것이다. 너무 이른 나이에 부모가 된 엄마의 아들이 있었다. 이제는 자신이 무엇 때문에 상처받았는지를 잊었지만 사실 너무 이른 연애와 출산에 떠밀려 결혼을 하고 곧 이혼을 한 부모 탓에 아버지 없이 자란 그 아이는 포근한 가정의 품을 제대로 맛보지 못하고 자라야 했다. 그리고 혼자 아들을 키운 엄마는 툭하면 아들을 붙잡고 신세타령을 한다.

 

상담 중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나의 부모도 꽤나 이른 나이에 나를 낳았다. 엄마가 스물하나, 아버지가 스물다섯에 나를 낳았으니까. 젊은 엄마는 맏딸인 나를 딸이 아니라 여동생쯤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아버지가 엄마 속을 썩일 때마다 엄마는 내게 힘든 속을 털어놓는다. 어렸을 때는 불쌍한 엄마를 내가 이해해야지, 맏이인 내가 집안 사정을 다 잘 알고 있어야지, 내가 어른스럽게 동생들을 챙겨야지, 자부심을 갖고 이렇게 생각했었지만 돌아보니 그게 나에게 커다란 무게였더라. 우여곡절 속에서도 부모 자리를 지켜주셨던 두 분 부모님께도 이런 원망이 드는데, 자기를 버리고 간 아버지, 어린 아이처럼 아들에게 징징거리고, 아들에게 투사된 남편의 모습에 감정을 이입하는 어머니가 못 견디게 싫은 아이라면 저는 도대체 누구인가요?”라고 묻고 싶어지지 않을까?

 

마트는 클론이다. 화학과 곤충학을 전공했다는 지은이 낸시 파머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쓴 이 소설에서 우리가 흔히 품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이라는 자기 정체성 제 11에 대한 의문과 속박은 산산이 부서진다. 마트는 부모가 없지만 건강하게 자란다. 유전자는 악인에게 물려받았지만(아니, 마트는 엘 파트론의 클론이므로 물려받은 게 아니라 바로 그 자신이라고 해야 맞을 테지만) 마트 자신은 건강하고 선량한 사람으로 자라난다. 생물학적 부모는 없고 심지어 암소의 자궁을 빌어 태어났지만 마트는 자신의 보모 셀리아를 엄마 삼아, 자신의 경호원 탬 린을 아버지 삼아 좋은 가치관과 바른 인생관을 습득할 수 있었다. 나는 이런 게 교육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유전의 힘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것을 너무 강조하면 교육의 가치를 설 자리를 잃는다. 학교는 왜 필요한가, 부모가 없는 아이들도 어떻게 훌륭하게 자랄 수 있는가, 부족한 부모가 있어도 좋은 사회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부모의 영향보다 더 큰, 스스로의 자존,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이 소설은 잘 알려준다.

 

선생님, 저는 누굴까요?”

꼭 부모 상처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춘기의 영적 방황의 갈래길 앞에 놓은 사랑하는 제자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