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하詩겠습니까 2 - 중학생이 사랑하는 시 아침이슬 청소년 13
이상대 엮음 / 아침이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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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하시겠습니까>는 중학교에서 오래 국어를 가르친 이상대 선생이 국어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시를 고르고, 그 시에 감상을 달아 쓴 시선집이다. 고른 시도 중학생에게 이지만 덧붙여진 학생들의 감상이 귀엽고 재미있다. <시가 내게로 왔다>는 그보다는 좀 더 어른스러운 시들이 많다. 모두 시를 좋아하는데 어떤 시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책들이다.

 

누군가 묻는다, 시가 밥 먹여주느냐고. ‘시인이 되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소년을 마지막으로 만난 게 20년도 넘은 것 같다. 요즘 아이들에게 시는 돈도 밥도 되지 않는 그 무엇일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거꾸로 묻겠다. 세상에는 돈도 밥도 되지 않는 것들이 더 많지만 때로는 그런 것들이 우리를 더욱 행복하고 가치 있게 만들어 주지 않느냐고.

시의 가치는 하늘에 떠 있는 별과 비슷하다. 땅으로 내려와 밥풀도 되지 않는 별들. 그러나 밤하늘에서 별이 사라진다고 상상해 보라. 시는 땅 위의 별빛이다. 아이들이 그걸 알았으면 좋겠다. 나의 소년들의 별에도 아름다운 봄이 오고 그들 밤하늘에서도 별처럼 시가 빛나기를, 윤동주의 시를 빌어,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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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 특별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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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어디선가 들은 아름다운 구전가요가 있다.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이제는 날이 저물었으니

우리 모두 눈을 감고 생각하자

 

(중략)

산속에 사는 사람 감자 캐먹고

물가에 사는 사람 물고기 먹고

뒤뜰의 풀잎은 이슬 먹는데

별나라 사람들은 무얼 먹을까

 

쌍안경으로 별자리가 보이냐?

작사가도 작곡가도 알 수 없는 이 노래, 윤동주의 <눈 감고 간다>와 앞부분이 비슷한 이 노래가 나의 시심(詩心)과 우주적 상상력을 동시에 자극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나 역시 태양을 사모하고 별을 노래하는 아이였던 까닭이다. 6학년 교과서 거의 끝부분에 실렸던 지구과학은 신비롭고 흥미로웠다. 학습을 해야 할 내용 - 태양계 별들의 순서나 거리 따위 도 재미있었지만 덧붙여진 별자리 이야기에 매혹되었다. 진심으로 별나라가 궁금했다.

 

내가 다닌 국민학교가 과학연구학교였던지라 6학년 여름방학 내내 과학연수를 받는 교사들과 함께 과학교과서 전 과정의 실험을 다 해 보며 서울 어린이과학경진대회 준비에 매진했다. 그때는 나름 과학소녀였다. 그리고 그해 가을 무렵 지구과학을 배울 때에는 엄마에게 천체망원경을 사달라고 졸랐다. 어디선가 당시 신세계 백화점 맨 위층에서 학습용 천체망원경을 판다는 정보를 입수해 엄마를 설득했던 것 같다.

엄마가 어렵사리 사온 것은 그러나, 천체망원경이 아니라 고감도의 쌍안경이었다. 엄마는 그것도 무척 비싼 것이고 백화점에 천체망원경을 팔지 않아서 대신 사온 것이라고 하셨다.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갖고 옥상에 올라가 밤하늘을 보았는데 당연히 별이 보일 리 없다. 고개를 뒤로 꺾고 하늘을 휘젓던 내게 보인 건 달님. 그런데 놀랍게도 달의 분화구가 다 보이는 게 아닌가! 손을 뻗으면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달의 앞모습만 보는 게 지쳐서 그만 둘 때까지, 꽤 오랜 가을과 겨울의 시간 별자리 대신 달을 바라보면서 사춘기 초입을 지났다. 그때 엄마가 진짜 천체망원경을 사다 주셨으면 혹시 이과로 진학하고 천문학을 전공했으려나.

 

상상력이 풍부해야 과학을 한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다 보면 과학은 호기심에서 출발하여 정연함으로 끝을 맺을 것이지만 저자처럼 그 중간을 감성과 상상력으로 채우는 이들이 있겠다 싶다. 아니, 과학자야말로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설을 입증하는 그 과정은 상상력이 아니면 가지 못할 미지의 길이지 않은가.

가끔 자신의 우울의 끝을 우주로 날리는 학생들이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학생들 중에는 생각을 확장하고 확장하다 하늘과 별에 대한 궁금함으로 펼치는 이들도 있다. 상담실에서 만난 학생 중에 그렇게 우주에 대한 관심을 넌지시 드러낸 아이가 있다. 그에게 <코스모스>를 선물했다.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어른이 보기에도 너무 두껍다(보급판도 자그마치 719). 아무리 아름다운 문체에, 재미난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라 해도 과학의 기초 상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지루할 것이다. 나 역시 어떤 대목은 중학교까지 열심히 공부한 과학상식에 기대어 갑자기 튀어나오는 유클리드나 피타고라스를 겨우겨우 감당하며 읽어야 했으니, 공부가 싫고 학교가 괴로운 그 학생에게 과학책을 건넨 게 과연 잘한 일일까? 하지만 나는 아무 데나 펼쳤을 때 여기저기 보이는 행성들의 사진이나 상상화라도 들여다보라고 이 책을 안겨주었다. 혹시 또 아는가, 우울이 극심할 때, 그러나 우주로 날아갈 수 없을 때 상상으로 별나라를 여행하듯이 이 책의 아무 대목을 읽으며 그 소년도 우주여행을 할 수 있을지.

 

우울 따위 우주로 날려 버려!

케플러가 자기 어머니를 마녀사냥에서 구해내기 위해 책을 썼다는 이야기나 칼 세이건이 집필할 때 사슴이 집 앞 마당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어깨 너머로 그 원고를 들여다본(?) 이야기, 원시인들이 별자리를 보며 지구세상을 상상하는 이야기이며 인위도태를 설명하기 위해 인용한 일본 바다에서 잡히는 사무라이의 얼굴 모양의 게 이야기 들은 그냥 그 이야기만으로도 흥미롭다. 과학은 논리가 아니라 꿈꾸기에서 비롯된 희망임을, 그래서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모든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마치 문학도가 품고 사는 윤동주 시집처럼, 누군가의 손때 묻은 기타처럼, 어린 날을 위로해주던 그림책이나 애착인형처럼 그냥 품고만 있어도 따뜻하고 신비로운 그런 책이 될 수 있다. 누군가 이 곳이 아닌 먼 곳으로 가고 싶어 우울하다는 사람을 만나면 당장 이 책을 사서 베개로 삼으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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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들이 쏟아진다 창비시선 376
정재학 지음 / 창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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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학은 1996년 등단해 박인환 문학상을 수상한 유명한 시인이다. 그는 우리 학교 사회 교사이기도 하다. 그가 유명한 시인이라는 것을 동료교사들도 학생들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유명세를 떠나서 그저 순수하게 시만 읽어도 그가 얼마나 뛰어난 시인인지 알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모더니즘의 젊은 기수라는 평을 받는 그의 시는 결코 쉽지 않아 대중적으로 읽히는 편은 아니다. 게다가 초현실적인 꿈을 옮겨놓은 듯한 그의 시집 <어머니는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광대소녀의 거꾸로 도는 지구>는 어른도, 또 문학을 전공한 이들도 취향에 따라는 선뜻 읽기 어려울 수 있으니 중학생인 우리 학교 학생들에는 좀 난해할 것이다.

 

때때로 학생들이 따라와 묻는다. 정재학 선생님이 정말 시인이냐고. 그렇게 묻는 학생들에게는 그의 <모음들이 쏟아진다>를 권한다. 뭔가 괴이하기도 하면서 아름다운 이미지들이 가득한 앞의 두 시집보다 그의 세 번째 시집은 순해졌다. 학생들이 공감할 만한 학교 이야기<정재학 밴드>도 나온다. 그가 좋아하는 음악 이야기(그는 어렸을 때 음악을 전공하고 싶었단다)는 시 곳곳에서 곡조를 뿜는다. 주로 재즈와 클래식의 분위기이지만 한창 사춘기에 음악을 좋아하는 학생들의 감수성을 자극할 것이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흑판> 시리즈다. 교육문제에 대한 비판도 담겨 있지만 백일몽 같은 환상은 여전히 아름답다.

 

수업 중 판서를 하다가 갑자기 뭔가 물컹하더니 손이 칠판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흑판(1)>

 

수업을 하던 교사가 자신의 학창시절로 돌아간다. 또 다른 폭력의 현장이었던 학교의 피비린내는 21세기에도 근본적인 면에서는 지워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학생 개인의 비참함에 감정이입하는 교사의 시선은 그가 시인이라서 가능했을지도 모른다(대체 우리가 얼마나 더 죽어야 어른들이 정신 차릴까 - 흑판7). 때로는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사람으로 자라나라고 부추기는 것 같은 학교, 혹은 교육 시스템, 혹은 교사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회의하고(여러분은 친구들에게 어떤 종류의 식물과 같나요 - 흑판6 ), 환멸을 느끼기도 한다(사과는 더 이상 사과가 아니었다. 나무도 더 이상 나무가 아니었다 흑판5).

 

정재학의 시는 때로 아름답고 때로 신랄하다. 어린 아기에게도 아름답고 착한 동화만이 아니라 더 다양한 그림책을 읽어줘야 하는 것처럼 사춘기 소년들에게 정재학 시는 윤동주와 김소월에 머물던 교과서 시의 세계에서 그 외피를 넓혀줄 것이다. 특히나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라면 곁에서 따뜻하고 뜨겁게 숨 쉬는 시인 선생님의 시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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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풍경 - 글자에 아로새긴 스물일곱 가지 세상
유지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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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체에 관해 떠오르는 두 사람

글꼴에 관심이 많았던 제자가 있었다. 중학생 때 이미 타이포그래피 전시회를 쫓아다니곤 했다. 그리고 영어 공부를 하다가 그 유명한 스티브 잡스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 영상과 영문을 접했는데 거기서 남의 대학에서 청강(도강)한 타이포그래피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 외에는 학급문집이 만들 때가 아니면 글꼴에 관심 가질 일이 뭐 있었으랴. 다만 나는 이 책을 우연히 펼쳤다가 유지원의 글 솜씨에 매료되어 책을 집어 들었다. 공부의 깊이도 남다를 텐데(내가 모르는 영역에 이토록 해박하다니!) 세계 곳곳을 누비며 자기 공부를 입증할 현장을 찾아다닌다니 더더욱 매력적이다. 게다가 이렇게 글을 잘 쓰나. 그냥 문장이 훌륭한 수준이 아니다 제시하는 방향성도 좋고 감성도 뛰어나다.

 

훈민정음의 진보성

3 국어에서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가르친다. 복간본이 잠깐 나왔을 때 거금 20여만 원을 들여 그것을 사고 도서관에도 신청해서 사둔 적이 있다. 해례본의 어제서문은 왕이 직접 쓴 것이다. 저자는 한글창제는 지식 민주화를 의미한다고 했다. 한글 창제에 대해 진정한 백성 사랑이다, 아니다, 통치 수단으로 쓰고자 했다, 아니다 다양한 논쟁이 있지만 분명 백성의 힘을 고려하고 다가간 진보적 행위였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정인지의 서문을 보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주체적 사고방식이 돋보인다.

 

세종 집현전 대제학 정인지(14, 5세기) - 정인지 훈문정은 해례본 서문

사방의 지역마다 자연의 풍토가 다르다. 따라서 지역마다 사람의 발성과 호흡도 달라진다. 그러니 언어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글자 또한 서로 달라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억지로 같게 만들려고 하면 조화에 어긋난다.”

 

서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예술성

딸애가 영화를 보다가 웃는다. ‘헬베티카체로 쓰여진 간판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게 아마 우리 궁서체 비슷한 것인가 보다고. 그들도 우리처럼 고풍스럽고 조금은 진부하고 진지할 때 쓰는

서체가 있는 모양이다. 모든 예술작품도 결과물만이 아니라 만들어진 과정 자체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처럼 서체가 만들어진 과정, 그 노고, 거기 얽힌 사회문화적 이야기들, 그 속내를 들여다보는 일이 새삼 즐겁다.

 

유니코드 그 신비로운 과정

한글 워드를 쓰다 보면 유니코드에 접속하게 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관심을 둔 적 없었다. 이 책에서 유니코드에 관한 부분을 읽고 일부러 들어가 보았다. 세상 모든 글자가 다 들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진심으로 신세계를 발견한 듯하다. 사춘기 시절, 암호같이 신비로운 이국의 글자, 혹은 외계어에 접신하고 싶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써먹을 일 없을 유니코드 안 그 신비로운 글자들을 하나씩 베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스달 연대기>라는 드라마에서 작가들은 새로운 문자와 언어를 만들었다. 그 한계는 뚜렷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즐겁고 신비로웠을 것 같다. 퇴직하고 시간이 나면 꼭 해 보리라, 유니코드 따라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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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노트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80가지 생각 코드 지식여행자 11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석중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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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쿠나 짧은 애니메이션 같은, 적당히 아름답고 적당히 재치 있고 적당히 중립적인 책. 딱 일본스럽다.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좋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확실한 사람이 좋고 확실한 정치적 입장과 확고한 삶의 방향을 논하는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15프로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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