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 뇌과학과 정신의학이 들려주는 당신 마음에 대한 이야기
전홍진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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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는 우울한 학생이 많다. 하지만 우리 학교같은 남학교에서 우울함은 흔한 상상과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가만히 있고, 무기력하고, 웃지 않고, 그런 양상도 있지만 더 까불고, 장난치고,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고, 소리 지르고, 그런 아이들도 많다. 그래서 남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나 부모들은 과잉행동을 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도 단순히 사춘기라서라거나 도덕심이 결여되어서, 혹은 크는 과정에 흔히 나타나는 일 등등의 반응 외에도 혹시 저 아이가 우울하거나 자존감이 떨어진 건 아닌지, 마음 깊은 곳에 상처가 있는 건 아닌지 헤아려 보아야 한다.

이 책은 그렇게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다각도로 접근한다. 심리적인 문제일 수도 뇌의 문제일 수도, 생활 습관의 문제일 수도 있는 다양한 원인과 다양한 표출 양상을 모두 다룬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저자가 실제의 임상 사례를 들면서 상담하고 조언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단지 지지하고 힘을 북돋는 것 이상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을 더 많이 제시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아무 힘도 내지 못하는 이들에게 정신과 의사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 보세요.’라고 조언하면 귀 기울여 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처럼, 내 딸처럼,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지만 난 좀 우울한 것 같아, 이런 내가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이 알려주려나? 라고 기대했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 좀 실망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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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정희진의 글쓰기 1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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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육체여, 나로 하여금 항상 물음을 던지는 인간이 되게 하소서 프란츠 파농

 

정희진이 스스로에게 글을 왜 쓰는지 묻고, 답한다. 일단 책을 읽기 전에 나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져 본다. 나도 글 쓰는 사람이다. 목숨을 걸고 쓰지는 않지만 정신적 생존의 한 발을 글에 담그고 있는 사람으로서 저 질문은 나 자신에게도 유효하다. 나는 왜 쓰는가. 먹고 살기 위해서도, 이름을 얻기 위해서도 아니며 투쟁의 도구도 아닌데. 그러나 글쓰기는 내가 스스로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자존감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것은 사실 내가 나의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네가 살아있다는 것을 글로 확인하라. 그런데 그렇게 글을 쓰다가 글이 밥이 되는 아이도 있을 것이고 심지어 글로 세상을 구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아가는 길을 터주기 위해 글쓰기를 가르친다. 나는... 어쩌다가 내가 살아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조금이나마 세상에 보탬이 되기를 기원하며 쓴다. 정희진은... 글이야말로 약자의 무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책 한 권을 관통하며 약자들의 무기인 말과 글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렇게 글을 썼던 또 다른 사람들을 언급한다. 서문에서 밝힌 말이야말로 정희진이 글을 쓰는 이유이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고.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쓰려면 나부터 나쁜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과정은 나의 세계관 인간관을 찾아가는 과정이면 나를 검열하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감당하지 못하면 글쓰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영화 <그린 북> 돈 셜리의 말 품위(dignity)만이 폭력을 이길 수 있어요.”

나는 평생을 참고 사는데, 당신은 하루도 못 참냐.” 그렇다, 품위는 약자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약자에게는 폭력이라는 자원이 없다. 이런 세상에서 나의 무기는 나에겐 있되 적에겐 없는 것, 바로 글쓰기다. 적들은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사고방식, 사회적 약자만 접근 가능한 대안적 사고, 새로운 글쓰기 방식, 저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내게만 보이는 세계를 드러내는 것.... 그것이 품위 있게싸우는 방법, 글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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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입니다 삶과 전설 1
부사령관 마르코스 지음, 주제 사라마구 서문, 후아나 폰세 데 레온 엮음, 윤길순 옮김 / 해냄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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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대학 시절 부르던 노래를 흥얼거릴 때가 있다. 무참하고 비장하던 그 가사와 음률들. 이제는 먼 과거가 되었다고 생각할 때마다 미순, 효순이 사건이며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며 세월호며 대통령 탄핵 사건 등 그 노래를 다시 불리는 광장에 설 일이 있었다. 수십 년이 흘러도 청산하지 못하는 노래에 대한 회한.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 적어도 다시는 그런 노래를 부를 일들이 없을 그런 시대인가? 아직도 안심할 수는 없다. 우리 세대를 386세대라 불렀고 이제는 온갖 기득권을 누리면서 위선을 떠는 세대인 양 비난을 하지만 비난을 받아도 좋으니 다시는 과거의 이야기도 과거의 노래도 다시 반추할 일 없이 역사에서 영영 사라질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

그 낡은 가사들은 적어도 우리에게는 청춘의 노래였다. 안 그래도 욕 먹는 86세대의 라떼는타령이 될까봐 혼자 방안에서 가끔 불러보고 우리끼리만 옛 이야기를 나눌 뿐이지만 말이다.

 

홍콩의 시위와 미얀마의 군사 쿠테타 소식을 들으면서 마음이 몹시 쓰리다. 보도되지 않은 많은 나라의 반독재 투쟁들도 있으리라 생각하면 더더욱.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적어도 군부의 총칼에 목숨을 잃을까, 최루탄이나 물대포에 중상을 입지 않을까 두려워할 일은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마르코스의 투쟁을 읽는 일이 남의 일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다행인 걸까, 아니면 지구촌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부당한 일과 그에 맞서는 민중의 투쟁에 연대를 다시 한 번 다짐해야 하는 걸까. 역사는 어떤 경우에도 추억이 되지 않는다. 추억이 되고 라떼는이 되면 부패한다. 그러므로 그람시나 체 게바라나 마르코스는 결코 낡은 역사가 되지 않는다.

 

파블로 네루다,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이탈로 칼비노, 존 버거,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마르코스가 즐겨 읽었다는 작가들을 마음에 품어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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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네루다

 

말은

피 속에서 태어나

어두운 몸속에서 자라, 고동치다

입과 입술을 통해 튀어나왔다

저 멀리서 점점 더 가까이

조용히, 조용히 말은 왔다.

죽은 조상들에게서, 정처 없이 떠도는 민족에게서,

돌로 변한 땅에서,

그들의 가난한 부족에게 지쳐버린 땅에서,

슬픔이 길을 떠나자

사람들도 길을 떠나

새로운 땅, 새로운 물에 도착해,

그곳에 정착하니

거기서 그들의 말이 다시 자라나.

그래서 이것이 유산인 거다.

그래서 이것이

죽은 사람들과

아직 동트지 않은 새로운 존재의 새벽과

우리를 이어주는 파장인 거다.

 

마르코스가 진정 진보적이라는 것은 여성에 대한 인식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멕시코의 반정부투쟁의 제일 앞에 나섰던 여성 투사들을 언급하면서 인류의 양심이 여성의 양심을 통과하고, 인간이라는 자각을 통해 자신이 여성임을 깨닫고 투쟁임을 깨닫습니다.”라고 말한다. 특히 존엄은 학습되는 게 아닙니다. 존엄하게 살지 않으면 존엄은 죽습니다. 존엄은 내부에서 솟아오르며, 우리에게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가르쳐줍니다. 존엄은 국경 없는 모국, 그러나 우리가 자주 잊는 모국입니다.”라면서 존엄은 전염성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성은 이 골치 아픈 병에 훨씬 감염되기 쉬운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이 있어야 한다면 그것은 여성들과 함께, 무엇보다도 그들에 의해 만들어 질 것입니다.” 여성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힘에 대해 존경을 표한다. 흔히 반군이니 게릴라니 하면 잔인한 마초를 떠올리기 쉽지만 마르코스는 연설로 사람들 마음을 움직였고 많은 문학작품을 읽었으며 감성을 존중했다. 체 게바라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진정한 카리스마는 그런 데서 오는 것임을 새삼 떠올려본다. 체 게바라는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고, 하지만 가슴엔 불가능한 꿈을 품자고 했다. 그가 위대했던 것은 꿈만 품은 이도 아니었고 현실과 싸우기만 한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둘의 괴리를 실천으로 이었던 이고 혼자서는 불가능했을 일을 여럿이 함께 해냈기 때문이다. 마르코스 역시 목숨을 걸고 총을 들었지만 함께한 민중들에게는 세워야 할 이상적 세상을 그야말로 꿈결처럼 들려주었다.

 

우리는 꿈속에서 다른 세상을 보았습니다. 정직한 세상, 공정한 세상, 군대가 필요 없고 평화화 자유와 정의가 흘러넘쳐 아무도 그것을 아득히 먼 개념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며 빵, , 공기, 물 같은 것으로, 책이나 목소리와 같은 것으로 이야기하는 세상. 그 세상에는 정부에 이성과 선의가 있었고, 지도자는 뚜렷하고 분명한 소신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들은 복종함으로써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또한 실천했다.

 

난 내 감각이 둔해지기 시작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죽음이 바로 10미터 앞까지 온 날, 난 바위에 기대어 있었습니다. 조금씩 자세를 낮추고, 소리 나지 않게 안전핀을 올린 다음 소리 나는 쪽으로 총구를 겨눴습니다. 난 아무 생각이 없었고, 내 손 끝에 방아쇠에 가만히 서 잇는 시간의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으며 마치 이 모든 걸 외부에서 보고 있는 듯, 이제는 물린 듯, 마치 영화에서, 역사에서, 삶에서, 죽음에서 전에 이런 장면을 많이 본 듯, 두려움도 용기도 없었습니다. (게릴라전 중)

 

그가 현실을 타개하는 방식은 무장투쟁, 상호 존중, 전 지구적 평등과 평화, 그리고 연대였다.

 

(대륙을 잇는 저항의 네트워크를 언급하며) 차이를 인정하고 비슷함을 인정하기에,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다른 저항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노력할 것입니다. 이 네트워크는 하나하나의 저항이 서로를 지원하는 매개체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중앙에 우두머리나 의사 결정자, 중앙 본부나 위계질서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모두가 저항하는 네트워크입니다.

 

마르코스의 연설에서 가장 비장하고 가장 치열하면서 가장 따뜻한, 극단의 리얼과 현실의 만남, 극단적으로 강경하며 가슴뭉클한, 세상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공명하게 했던 역사들의 공감대를 발견한다. 그는 지금 어찌 살고 있는지, 닿을 수 없는 안부를 전해본다.

 

이제 저들은 우리를 고립시키려 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저들은 우리의 죽음이 헛되기를 바라고, 우리의 피가 돌과 똥 속에서 잊혀지길 바라고, 우리의 목소리가 잠잠해지길 바라고, 우리의 발걸음이 다시 한 번 멀어지길 바랍니다.

우리를 버리지 마십시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의 피를 가져가 여러분 자신을 기름지게 하고 여러분의 마음과 원주민과 비원주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 땅에 있는 모든 좋은 사람들의 마음을 채우십시오,

우리를 우리 자신에게 맡겨두지 마십시오.

이것이 헛된 일이 되게 하지 마십시오.

대지와 하늘이 지체 높은 사람들의 재산이 아니었을 때 우리를 하나 되게 했던 피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우리를 소리쳐 부르게 하십시오.

우리의 마음이 같은 길을 가게 하십시오.

권력자들이 떨게 하십시오.

작고 불쌍한 사람들의 마음이 기쁘게 하십시오.

항상 죽은 사람들이 생명을 갖게 하십시오.

우리를 버리지 마십시오, 우리가 홀로 죽게 하지 마십시오,

우리의 투쟁이 권력자들의 터에서 벌어지게 하지 마십시오.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의 길이 같은 길이 되게, 모든 사람을 위한 길이 되게 하십시오.

자유! 민주주의! 정의!

 

멕시코 남동부 산악 지대에서

EZINCCRI-CG

부사령관 마르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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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에 미쳐서
아사이 마카테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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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경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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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K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1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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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청소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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