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정희진의 글쓰기 1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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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육체여, 나로 하여금 항상 물음을 던지는 인간이 되게 하소서 프란츠 파농

 

정희진이 스스로에게 글을 왜 쓰는지 묻고, 답한다. 일단 책을 읽기 전에 나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져 본다. 나도 글 쓰는 사람이다. 목숨을 걸고 쓰지는 않지만 정신적 생존의 한 발을 글에 담그고 있는 사람으로서 저 질문은 나 자신에게도 유효하다. 나는 왜 쓰는가. 먹고 살기 위해서도, 이름을 얻기 위해서도 아니며 투쟁의 도구도 아닌데. 그러나 글쓰기는 내가 스스로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자존감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것은 사실 내가 나의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네가 살아있다는 것을 글로 확인하라. 그런데 그렇게 글을 쓰다가 글이 밥이 되는 아이도 있을 것이고 심지어 글로 세상을 구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아가는 길을 터주기 위해 글쓰기를 가르친다. 나는... 어쩌다가 내가 살아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조금이나마 세상에 보탬이 되기를 기원하며 쓴다. 정희진은... 글이야말로 약자의 무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책 한 권을 관통하며 약자들의 무기인 말과 글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렇게 글을 썼던 또 다른 사람들을 언급한다. 서문에서 밝힌 말이야말로 정희진이 글을 쓰는 이유이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고.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쓰려면 나부터 나쁜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과정은 나의 세계관 인간관을 찾아가는 과정이면 나를 검열하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감당하지 못하면 글쓰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영화 <그린 북> 돈 셜리의 말 품위(dignity)만이 폭력을 이길 수 있어요.”

나는 평생을 참고 사는데, 당신은 하루도 못 참냐.” 그렇다, 품위는 약자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약자에게는 폭력이라는 자원이 없다. 이런 세상에서 나의 무기는 나에겐 있되 적에겐 없는 것, 바로 글쓰기다. 적들은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사고방식, 사회적 약자만 접근 가능한 대안적 사고, 새로운 글쓰기 방식, 저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내게만 보이는 세계를 드러내는 것.... 그것이 품위 있게싸우는 방법, 글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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