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VS 사람 - 정혜신의 심리평전 2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신문에서 그의 칼럼을 읽고 이름을 다시 본 사람이 딱 세 명 있다. 박노자, 최재봉, 정혜신.

글이란 게 완전무결한 문장의 신뢰도도 중요하고 이슈를 잡아내는 능력도, 남들과 다르게 보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주제의식도 중요하지만 문학적 매력을 풍기는 표현력 그게 또 중요하다.  그 모든 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물론 글쓰는 이의 건강한 의식일 것이다. 정혜신 글을 읽을 때마다 그 모든 것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때로는 너무나 과감한 소재를 언급하여 제목만 보고 아슬아슬할  때도 할 말 다하면서 (적들에게) 비판할 구석을 주지 않는 총명함에 감탄한다.

그래서 내가 관심둘 필요조차 없는 인물들이 언급되었음에도 신뢰를 가지고 이 책을 샀다. 잘 모르는 사람들을 얼마나 정확히 분석해내는  게 가능할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좀 안다는 사람, 아주 좋아하거나 아주 싫어하는 사람 이야기들부터 읽어가기 시작했다. 정혜신은 예의 능력있고 바지런하고 체력 좋은(??)  성공한 사람들 특유의 2인분 어치의 능력을 가진 게 분명하다. 본업을 두고 글도 쓰고 또 내가 모르는 다른 활동을 할지도 모를 이 사람 언제 이렇게 시시콜콜한 자료들까지 다 수집해 두고 메모 정리 기억을 해둔 것인지.. 종종 '그의 소설 전부를 읽어 보았다'는 둥 '그의 노래 수천 곡 중에서' 등의 표현을 보면 아니, 문학과 근접한 전공과 직업을 가진 나도 다 안 (혹은 못)읽은 그 문학 작품들을 언제 다 섭렵하고 있었다는 것인지(그가 좋아하기는커녕 그 정 반대임이 분명한데도), 놀라게 된다.  문학 뿐이랴 영화는 노래는 공연은 방송은 또 어떤가 말이다.

대개는 극찬이요 그 안에 비판을 숨기는 것도 다수이지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것은 일단 작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든 싫어하든, 찬탄의 념으로 먼저 다가가기, 다시 말하면 칭찬 먼저 하기 방법이다. 폭이 넓고 비틀어지지 않은 칭찬은 그 다음 어떤 비판도 공정하고 진심어리게 느껴지게 한다.

또 하나 이 글에서 언급되는 이 대단한 사람들의 삶은 사실 내가 그다지 좋아하거나 따르거나 부러워하는 형태의 삶은 아니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배웠다. 여기 언급된 사람들의 공통점은, 참으로 치열하고 열심이라는 것이다. 물론, 정신분석학적으로 측은지심을 일으키는 불쌍한 영혼들, 게다가 사회적으로 매우 치명적 영향력을 지닌 영혼들이 많기는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뒤에 이해해 줄 수밖에 없는 영역들이 있으리란 것을 정신과 의사다운 시선으로 잡아낸다는 것이다. 나는 심은하에 별 관심은 없지만 그토록 대중적 사랑을 받고도 지켜낼 수 있는 자신만의 세계와 영역의 고집이 매우 사랑스럽게 느껴졌고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과 너무 다른 김민기의 내면에 대해 생각하며 사람에 대한 '실례'란 가끔 지나친 칭찬 혹은 믿은 혹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 찬탄에서도 비롯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아무리 사람들이 나를 칭찬해도 '내가 칭찬받고 싶은 영역'에 대한 것이 아니면 무의미하고 내가 진정 빛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의 어떤 구석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이 있다면 세상 모든 평가를 물리치고 그 사람을 신뢰하고 사랑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 영혼을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나 믿고 사랑하고 한 생을 사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정혜신이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본 김민기의 뒷모습은 그런 생각과 조금은 비슷하지 않을지.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터라겐 2006-03-07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풀꽃선생님 안녕하셨지요? 전 이책을 다른 각도에서 읽었었나봐요...
날씨가 많이 풀려서 좋네요.. 바람은 살짝 불어주지만 따뜻한 봄볕이 마냥 좋던걸요.. 개학해서 이제 바쁘시겠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구요.. 전 요즘 책을 통 볼 수가 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