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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1
홍석중 지음 / 대훈닷컴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미인이라서 더 사랑받고, 미인이라 더 미움받는다면 어느 경우나 억울할 터이다. 그녀의 매력은 미인이면서(도) 지성과 지혜와 배짱을 겸비했던 점에 있을 것이다. 그래도 절세미인이 아니었더면 그토록 시공을 뛰어넘는 사랑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미인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는 나로서는 그 점이 매혹적이면서도 씁쓸할 따름이다.
그저 한 인간, 자유영혼을 지녔던 한 인간으로서의 그 휘적휘적했던 삶을, 같은 여인으로서는 예찬하고 싶다. 아마 남자들은 좀 다르리라. 자신의 미모에 대해 일반인들이 그러하듯 자아도취된 것도 아니고 몽매했던 것도 아닌, 분명히 인식을 하고 있으나 객관적으로(그러니까 말하자면 여성잡지 식으로? 쿨하게, 혹은 시크하게?)바라보는 통큰 시각을 가졌던 점이 남달랐을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그런 인식은 그 미모에 몸달아 하는 뭇 사내들을 쪼만하게 봤겠지.
여고시절, 가끔 멋있는 선배 혹은 친구들을 봤다. 별로 이쁠 것도 특히 잘났다할 것도 없지만 자기 자신을 저기 뚝~ 떨궈놓은 듯 무심한 듯 바라보는 그들은, 대체로 말이 없거나 말이 많아도 자기 얘기는 별로 없거나 했고 책 얘기며 음악 얘기도 잘난 척도 아니요 못난 척도 아닌 듯이 했었다. 잘난 것도 없는데 열등감도 없어 보였다. 한마디로 당당했다. 진정 멋진 여인들이었다. 그 속을 다 본 것이 아니므로 사실은 없을 리 없는 열등감이 내 눈에 아니 보였다 해서 그들이 정말 투사도 선구자도 페미니스트도 아니었겠지만 하여간 그 당당함은 오만하지 않은 당당함은 아름다웠다.
인생은 허무하다. 매달릴 가치도 없다. 그러나 세상에 난 이상 최고로 찐하게 살다 간다... 이러한 진정한 허무주의자 중 1인이었던 황진이,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