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퍼 주력형 알라디너
나다. 리뷰를 써야겠다고 생각해서, 책을 읽으면서 책 귀퉁이를 접는다, 메모를 한다 난리를 치면서도 정작 리뷰에는 뭐가 정말 정말 좋았어요가 다인 나같은 알라디너를 일컫는 말.
몇가지 특징 :
- 잘 쓴 리뷰에 즐찾수 늘어나는건 시간 문제라는 것도 알고 있고, 같은 책을 읽은 다른 알라디너들과 나눌 얘기도 무척 많다는 것도 정말 잘 알고 있는데 페이퍼밖에 못쓴다.
- 페이퍼의 질도 점점 떨어져서 이젠 짤막하게 여러가지를 써놓고선 페이퍼 하나 썼다고 자족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있다.
-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건 책 읽는 포즈가 그나마 내 특징 중에 제일 나아선게 아닐까 가끔씩 고민하기도 함.
- '이주의 리뷰'에 뽑히면 아마 '페이퍼 따위는' 이라며 콧방귀를 뀔거라고 호언장담하지만, 애석하게도 리뷰 자체를 쓰지 않는다.
--> 내가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열심히 하면 일등할거야! 어째 비슷하다.
* 뿅갈만한 로맨틱 코미디
J씨는 동화같고, 멜랑콜리한 영화를 좋아한다. J씨가 추천한 말랑말랑하고 예쁘기만한 영화들은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J씨 따라 로맨틱 코미디계에 발을 들여놓자, 영화에서 내가 미처 상상할 수 없었던 달콤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내 남자는 바람둥이: 작명이 뷁이지만, 사랑 영화를 통해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모두 들어있다. 첫눈에 반하고, 도드라지는 차이와 반복되는 오해, 그럼에도 다시 상대방을 바라보려는 마음까지.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과도 같은 흐름에서 독특한 면이 있다. 영화 제목에서처럼 바로 바람둥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바람둥이(세상에, 알렉 볼드윈이라니)는 타이트한 슈트와 끝내주는 미소를 갖고 여자 홀리기에 혈안이 된 양반이 아니다. 기가 막히게 성감대를 찾아내는 섹스 신동도 아니며 요란한 스킬을 가지고 정서불안 증세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이름만 바람둥이도 아니다. 나이와 유머와 여유가 있는 남자. 이 남자가 보여주는 센스있는 유머와 '딱 그 지점'의 혹할만한 눈치는 보통이 아니다. 속셈 훤한 스킬이 아니라 삶의 연륜은 지혜란 날개를 달고 사사로움까지 챙기는 알뜰함을 보여준다.
남자 주인공만 매력적인건 아니다. DVD 커버에서 밝게 웃는 여자 주인공의 직업은 편집자. 편집의 세계에 대해서야 문외한이지만, 몇개의 챕터로 나뉜 영화뿐 아니라 교정부호와 책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나 센스있는지. 같이 본 친구에게 계속 '아아, 어떻게, 어떻게. 저럼, 아아' 란 소리로 앓아가며 영화를 봤다. 나중에 영화를 다 본 후에 친구는 내 몸을 확인하며 정상인지 계속 물어봤다. 둔한 사람 같으니!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책은 좀 웃겼다. 다 읽은건 아니지만, 무슨무슨 사례를 쭉 늘어놓은 다음에, '알겠어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답니다'를 반복하는게 무슨 세뇌같달까. 책이 영화로 나온다고 할 때도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유명 배우들을 모아놓고 삽질 퍼레이드를 할게 분명했으니까. 누군가의 글에서 이 영화가 괜찮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굳이 찾아보지 않았을뻔한 영화였다.
이 영화, 눈 속에 발이 푹푹 빠져서 귀찮고 싫은데 자꾸 눈길을 걷고 싶은 것처럼 앞으로도 로맨틱 코미디의 매력에서 헤어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여자는 남자에게 정서적인 교감을 바라고, 남자는 섹스를 바라는 이분법과 '그' 주도형의 제목도 맘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일부에 불과했다. 이름만 들어도 탐이 나는 배우들이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과정이 의욕적으로 진열되지 않고 꽤 자연스럽게 배치된데다 그들이 연기하는 '사랑에 빠진 누군가'는 어느 날의 나와 무척 비슷해서 어찌나 그래, 그래 싶던지. 연애의 팁보다는 맞아, 저랬던 때가 있었어, 언제더라, 아삼아삼한 기억들의 재생버튼 같은 영화(어째 좀 씁쓸하구만.)
이별할 때 비겁해지는 남자에게 여자들은 이런 얘기를 들려준다.
'남자들이 이별할 때 하는 거짓말 중에 제일 센건,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거야. 쳇! 그럼 자기가 같이 하면 되잖아.' 맞아, 맞아. 아삼아삼하다.
* 읽고 싶은 책과 읽는 책
전통주- 예전에 박물관 컨텐츠 조사를 하러 다니면서 우리 조상들의 생활 코너에서 소줏고리를 본적이 있다. 그때 난 생활의 지혜 운운하는 상투적인 말은 떠올리고 싶지 않다며 저항했는데도 불구하고, 정말이지 그 작은 도구의 간단하면서 과학적인 면을 보고선 지혜, 우리 조상-내게 어떤 조상이 있는지도 모르는 주제에- 등등의 문구를 떠올리며 황홀해했다. 내가 술을 담그는 일은 요원하겠지만, 꼭 읽어보고 싶다. 책 읽다 취하면 은근슬쩍 페이퍼를 쓰며 술 담근다고 설레발을 칠지 모를 일이다. 자매품으로 우리술 빚기, 지구촌 술 문화, 술, 멋, 맛이 있다.
사라진 내일- 난 쓰레기의 행방이 궁금했다. 하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 책을 몇페이지 안 읽었는데 벌써부터 신이 난다. 저자는 뭘 해야하고,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도의적인 책임을 추궁하는게 아니라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알려줄 뿐이다. 제대로 알려주는건 '해야한다'보다 효과적이다.
그저 좋은 사람- 뭔가를 읽고 싶을 때 누군가의 서재나 책소개 책자를 놓고 책을 고르는 것처럼 신나는 일이 있을까. 물론 도서관과 서점을 기웃거리며 읽고 싶은 책을 골라내고, 관심있는 작가의 신작 소식을 메모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가슴이 뛰는 일이다. 이번엔 문학 MD님의 서재였다. 이 책 말고도 닉 혼비<어바웃 어 보이,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란 영화는 봤는데, 마이클 셰이본, 요네 하리마리와 궁합이 맞는지 보고 싶다. '그저 좋은 사람'에 엊힌 화려한 수사는 잠시 내려놓고 천천히 이 책을 읽고 있다. 재미있으면 좋겠는걸.
당신과 눈 뜨는 아침- 어떨까, 난 로맨스 소설을 로맨틱 코미디처럼 달콤하게 읽어나갈 수 있을까. D님이 뿅갈만한 간식거리와 함께 보내준 책.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주인공들이 낯설지만 왜 헤어졌는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아, 책보다 더 간질거리는 리뷰를 쓰고 싶다. D님이 캬악!~ 아치! 이러길 기대하며? ^^
이기적 유전자- 이번달 독서 모임에 선정된 책. 에휴, 안 읽힌다. 그러니까 모든게 유전자 때문이라는 리처드 도킨슨의 얘기는 알겠는데, 자꾸 그래서 어쩌라구란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한다. 에휴, 딱딱한 책 체질이 아닌거야? 미사리(불륜의 메카)는 괜찮대잖아. 남들이 혁신적인 책이라고 했다고. 그런데도 에휴. 에효, 음가를 달리하는 한숨 소리만. 다 읽을 수,는, 있을까?
* 친구들이 왔다.
친구들이 와서 동동주도 먹고, 옥찌들이랑 아치랑 놀아줬다. 시간이 별로 없었고, 지난번 이벤트랑 마찬가지로 준비가 안 돼 있었으며 춥기까지 했다. 마음 게이지란게 있어서 사람들의 맘 상태를 원할 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꾸 괜찮다고, 좋다고 하는 너무 착한 친구들에게 몹쓸 여행을 권한게 아니었을까라며 심각하게 고민하면서도 다음엔 어떤 이벤트를 할까 궁리중인 소심하면서도 일 만들기쟁이인 아치.
난 동동주 마니아, 조껍데기술이 제일 좋아.
지난번에 이어서, 종아리아치. 종달새 아치의 자매격?
야호! 웬디양님 따라서 TTB 광고를 한다. 나는야, 따라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