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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밥 시간은 언제인가
뱃가죽이 등가죽과 만나 인사할 때
"등가죽아, 안녕?"
밥냄새가 창자를 훑고 들어간다.
삼겹살은 누가 구울거야?
사람들은 반찬 생각만 하고 밥은 상에 없다.
눈 비비고 일어난 아침, 내 앞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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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떡
떡은 관능의 아치
사람을 떡으로 태어나고 떡을 먹으면서 산다.
떡스런 말들 가운데서 난 술지기로 만든 술빵을 먹는다.
벗은 몸에 덜어진 살점을 찢어먹는 저 남자의 표정은
울지 않기로 한다.
밥 대신 떡일지라도
아아,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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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 전에 영월로 MT를 갔다 왔다. 시가 남았고, 여운이 남았고, 최적의 별명이 남았고, 다른 때보다 더 웃기고 풋풋한 얘기들이 남았다. 시는 누구나 쓸 수 있지만 모든 시가 감동적인건 아니다. 시인은 그 시대에 한명이면 충분하다. 그런데도 우린 시를 지었다. 객기 맞다. 첫 타자가 제목 한줄을 쓰고 그 다음 사람이 행과 연을 자유자재로 배치해서 써내려가는 시. 시가 있는 밤은 별이 하나도 안 보였지만 더할나위 없이 운치 있었다. 다음 사람 차례가 될수록 시의 내용과 느낌보다는 어떤 규칙을 세울까, 시간 제한을 둬서 무슨 벌칙을 줄까로 본말이 전도되기도 했지만 그러다 어느새 초심으로 돌아와 한장을 앞에 두고 펜을 굴리는 사람들의 골똘한 모습이란. 난 이 사람들이 혹여 태생이 '귀여움'이었나 싶어 괜히 웃게 됐다. 나중에는 미잘 말처럼 머릿속에서 팔딱거리는 말들을 주렁주렁 펼쳐서 배치를 다르게 해봐요. 혹은, 혹은.
고스톱 안 치고, 윷놀이 안 해도 이렇게 재미있게 놀 수 있는건 역시, 우리들이 알라디너이기 때문? 으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