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밥 시간은 언제인가 

뱃가죽이 등가죽과 만나 인사할 때
"등가죽아, 안녕?" 
밥냄새가 창자를 훑고 들어간다. 
삼겹살은 누가 구울거야? 

사람들은 반찬 생각만 하고 밥은 상에 없다. 

눈 비비고 일어난 아침, 내 앞의 밥상 

 

 
   

 

   
 

제목 : 떡 

떡은 관능의 아치
사람을 떡으로 태어나고 떡을 먹으면서 산다. 
떡스런 말들 가운데서 난 술지기로 만든 술빵을 먹는다. 

벗은 몸에 덜어진 살점을 찢어먹는 저 남자의 표정은 

울지 않기로 한다. 
밥 대신 떡일지라도 

아아, 떡! 

 
   

 몇주 전에 영월로 MT를 갔다 왔다. 시가 남았고, 여운이 남았고, 최적의 별명이 남았고, 다른 때보다 더 웃기고 풋풋한 얘기들이 남았다. 시는 누구나 쓸 수 있지만 모든 시가 감동적인건 아니다. 시인은 그 시대에 한명이면 충분하다. 그런데도 우린 시를 지었다. 객기 맞다. 첫 타자가 제목 한줄을 쓰고 그 다음 사람이 행과 연을 자유자재로 배치해서 써내려가는 시. 시가 있는 밤은 별이 하나도 안 보였지만 더할나위 없이 운치 있었다. 다음 사람 차례가 될수록 시의 내용과 느낌보다는 어떤 규칙을 세울까, 시간 제한을 둬서 무슨 벌칙을 줄까로 본말이 전도되기도 했지만 그러다 어느새 초심으로 돌아와 한장을 앞에 두고 펜을 굴리는 사람들의 골똘한 모습이란. 난 이 사람들이 혹여 태생이 '귀여움'이었나 싶어 괜히 웃게 됐다. 나중에는 미잘 말처럼 머릿속에서 팔딱거리는 말들을 주렁주렁 펼쳐서 배치를 다르게 해봐요. 혹은, 혹은.
 고스톱 안 치고, 윷놀이 안 해도 이렇게 재미있게 놀 수 있는건 역시, 우리들이 알라디너이기 때문? 으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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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9-06-08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에에에에~~
강한 시 있잖아요;; 그걸 내어 놓아요..

Arch 2009-06-08 23:01   좋아요 0 | URL
^^ 남자들은 나를 귀찮게 해? 이거였던가. 이건 승주나무님이 올려보아요.

뷰리풀말미잘 2009-06-08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문장 한 문장이 예술이군요. '아아, 떡.' 이라니. ㅎㅎ 이것이야말로 집단지성의 승리가 아닐까요.

Arch 2009-06-08 23:0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알라디디스트죠. 엠티에서 술 먹는거 말고 이렇게 놀 수 있다는거 자체가 뭐뭐의 승리 아닐까요.

바람돌이 2009-06-08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를 지으며 논다? 음 저는 생각도 못해 본 놀이... (왜 저는 고스톱이나 훌라 이런것밖에 몰랐을까요?)
그렇다고 지금와서 친구들한테 시 지으면서 놀자 하면 저기 미칬나 소리 들을게 뻔한지라 멋진 분위기에 감동만 하고 갑니다. ^^

Arch 2009-06-08 23:06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훌라는 제가 아빠께 꼭 배워보고 싶은 놀이랍니다.
고스톱도 좋아요. 제가 노름에 약해서 얘기하자고 졸랐더니 씨방 승주님께서 그럼 시를 쓰자고 제안해주셨죠. 저희 모임의 아이디어 뱅크시라죠.

무해한모리군 2009-06-08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자체도 무척 귀엽네요 ^^
그러니까 함께 쓴 시인데 왜 아치님 닮았을까?

Arch 2009-06-08 23:07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히^^

Forgettable. 2009-06-08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다녀오셨나봐요!! 재밌었겠다+_+

Arch 2009-06-08 23:08   좋아요 0 | URL
넵! 여쭐까 하다가 거절하면 SM(small mind)아치 맘 상할까봐 살짝 다녀왔어요. 다음엔 꼭 같이 가요.

다락방 2009-06-08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떡은 관능의 아치,

으윽 이 문장에 반해버렸어요!!

관능의 아치 관능의 아치 관능의 아치 관능의 아치

Arch 2009-06-08 23:09   좋아요 0 | URL
푸하님 아니면 미선님인데.. 흠흠~ 반하기쟁이 다락방님^^

승주나무 2009-06-08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놀이가 드디어 공개됐군요.. 많이 궁금했다는...
시가 아치 님 닮았다는 말에 한 표~~

갔다와서 보니 모두 아치교의 신자들이 되었더라는ㅋㅋ

Arch 2009-06-08 23:10   좋아요 0 | URL
칫^^ 반딧아치 아니면 뭐, 신자들 두루두루 거둬드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