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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구판절판
내가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날은 지난 6월 10일이었다. 동생과 함께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돌아와 영화리뷰를 올렸던 날이다. 그날 알라딘 서재에는 많은 분들이 『 100°C』의 리뷰를 올려놓았다. 대체 무슨 책이기에 이렇게 인기가 많지? 하며 클릭을 해보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곤 아무것도 모르고 실컷 놀고 들어와 영화리뷰를 남긴 내가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6월 10일이 어떤 날인지, 왜 그날 많은 분들이 이 책의 리뷰를 남겼는지 끝까지 모르고 지나갔더라면 이 책과의 인연은 없었을 것이다.
부끄러움과 죄책감으로 이 책을 펼쳤다. 그리곤 적잖이 놀라게 되었다. 6월 항쟁을 다룬 책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만화로 되어 있는 줄은 몰랐던 것이다.
다루기 무거운 내용을, 이렇게 만화로 그려내니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피식피식 웃기도 하고 때론 가슴이 벅차 중간 중간 읽기를 중단하기도 하였다. 특히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민주주의를 외칠 때에는 가슴이 뭉클하여 주체 할 수가 없었다.
내가 1987년 6월에 생후 7개월 난 아기가 아니었다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생후 7개월 난 아기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책의 주인공들과 같이 의기투합을 해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1987년 태양보다 더 뜨거웠던 6월에, 나도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까.
이 책의 주인공들은 꽃미녀도 꽃미남도 아니다. 더없이 친근한 우리 엄마이며, 오빠들, 언니들이다. 민주주의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무수한 희생을 했던 시대의 주인공들이다. 당연하고도 지당한 사람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 나는 조금은 더 나은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 또한 안다. 언젠가 아니 곧, 나도 무엇을 하기 위해 일어나야 하는 날이 온다면, 기꺼이 많은 사람들과 손을 잡고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
그것이 무서워 질 때면, 힘들 때면, 지금은 99˚C 라 믿고 끝이 없어 보일 것 같던 독재와 힘겨운 투쟁을 했던 시대의 주인공들을 떠올릴 것이다. 말도 안되는 무수한 일들을 겪으면서,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은 그 걸음들이 헛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지켜야겠다.
그래 지금은 99도다. 내가 나머지 1도씨가 되자.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 되자.
아직은..아직은... 99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