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수요일 버스를 타고 건너오며 본 양재천은 컴컴했다.

한 주는 지나야 꽃을 보겠구나 했는데, 오늘

양재천에 꽃 폈니? 하는 친구의 물음에 답하려 백만년 만에 천변 산책.

이틀새에 이렇게 환해질 수 있다니! 이런게 계절의 마법, 시간의 마법인가 보다.

 

마침 읽고 싶은 책이 나왔다. 

버지니아 울프의 런던 산책기.헤밍웨이를 따라 파리를 걷다.

이미 와 버린 봄에, 읽고 정리하고, 걷고, 열심히 보는 날들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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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4-07 19:12   좋아요 1 | URL
서울은 벚꽃이 활짝 피었네요. 봄 느낌 드는 금요일,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2017-04-09 15:25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서니데이님..좋은 주말 보내셔요^^*

2017-04-07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07 1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7-04-08 09:48   좋아요 0 | URL
어제 한강변에 갔었는데 꽃들이 예쁘게 피었더라구요.
쑥도 여기저기 많이 보여서 쑥님 생각도 잠깐 했었구요.
일년 전 그때가 잠깐 그립기도 하고 그러네요.♡

2017-04-09 15:23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 때가 그립죠, 봄이었네요..꽃피는..
여기저기 쑥이 하도 많이 보여서 저도 볼 때마다 제 생각한다는.ㅋㅋㅋ
조만간 뵐 수 있음 좋겠네요.
좋은 봄날 되셔요 섬님..^^

보슬비 2017-04-08 19:18   좋아요 1 | URL
전 벚꽃보러 남산갔다가 못 봤어요. 대신 길가에 이쁘게 핀 벚꽃보고 다음주에는 한강공원에 가야지했는데, 쑥님 서재에서 보니 좋네요.^^

2017-04-09 15:24   좋아요 1 | URL
아, 남산은 서울에서도 가장 늦게 벚꽃이 피는 곳이어요.
여의도 져야 남산 피어요.
내 년엔 참고하시길요^^
 

수요일, 오랫만에 흠뻑 내린 비. 

 

역시나하루 50페이지 읽기는 무리인가 보다. 잡으면 놓지 못하는 병 때문에 어제는 하루종일 <휴먼스테인> 생각을 했다. 전철에서 읽다가 환승역을 놓쳤고, 밥을 먹으면서도 빨리 집으로 가서 읽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집에 와서는 곯아 떨어졌다. 다른 일들과 다른 책들이 있으니 조금씩 읽어야지 라는 계획?을 세운 것이 부끄럽다. 새벽이 눈이 떠져 책을 펼쳤는데, 이 부분은 기록해두고 싶어서 컴을 열었다.

 

나중에. 당장에는 그가 자신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자신이 정말 자의적인 것인 어떤 인종으로 지정됨으로써 장래가 부당하게 제약받는 것을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가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수 있을 정도로 침착했다면 왜 자신이 편견에 사로잡힌 사회가, 즉 노예해방령이 내려진 지 팔십 년도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콜먼이 적응할 수 없을 정도로 편협한 인간들이 너무도 큰 역할을 맡아 좌지우지하고 있는 사회가 마음대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게 내버려두지 않고 직접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장래를 개쳑해나가는 쪽을 택했는지 그녀를 이해시킬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백인으로 행세하기로 한 자신의 결정에 무슨 잘못 된 점이 있기는 커녕, 자신과 같은 장래의 가망성과 기질과 피부색을 지신 사람이 취했어야 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그녀를 이해시킬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죽 그가 원했던 것은 자유로운 인간으로 사는 것이었다.  흑인으로서도, 심지어 백인으로서도 아니었다. 그저 자기 자신으로 자유롭게. 그는 자신의 선택으로 누구에게든 모욕을 가할 생각이 없었고, 또한 자신이 속한 인종과 그녀가 속한 인종에 맞서 뭔가 항의할 생각도 없었다. 그는 기성품처럼 모든 것에 개성이 없고 융통성이라곤 없어 변화가 불가능한 인습적인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행동이 결코 옳게 보일 리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자신의 목표가 겨우 옳은 행동에 그치는 것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가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무식하고 증오로 가득한 적대적인 세상이 의도하는 바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력으로 어느 정도가 가능할지는 몰라도 자신의 결심에 따라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왜 그것이 아닌 다른 조건의 인생을 받아들여야 하지? 224쪽

 

다른 식으로 끝낼 수 있었다는 것-현실이 단호하게 반대표를 던져버렸던 결말-이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전부였다. 자신이 그녀를 얼마나 잊지 못하고 있었는지에, 그리고 그녀도 자신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해진 콜먼은, 자신이 읽은 그리스 고전극 말고는 일찍이 한 번도 이해할 필요가 없었던 인생이라는 게 얼마나 쉽게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어버릴 수 있는지, 운명이라는 게 얼마나 우연에 좌지우지되는 것인지, 한편으로는, 의도하지 않은 상황과 대면했을 때 운명이라는 게 얼마나 우연에 의한 것처럼 보이는지를 이해하면서 그 자리를 떠났다. 말하자면, 그는 뭐든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자신의 고집스러운 결심이 지닌 어마어마한 중요성을, 만약....만약 그런 일이 이해될 수 있는 것이기만 했다면, 형이상학적으로 이해하고 있을 거라는 환상을 갖고 있긴 했지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알게 된 상태로 그 자리를 떠났던 것이다. 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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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04-07 12:45   좋아요 0 | URL
아.... 오랜만에 휴먼스테인 좋네요.
전 비교적 최근에 유령퇴장을 다시 읽었는데요...항상 좋은데 또 좋더라구요*^^*
이제 봄꽃 사진 올려주시나요?!? 쑥님~~~

2017-04-07 18:18   좋아요 0 | URL
괜히 잡았어요..두 권짜리를. 후회중요.ㅎㅎ
오늘 봄꽃 보고 왔어요 단발머리님~~
 

사람은 각자 태어나서 각자 살다가 각자 돌아가는 것이지만

비 오는 날 각자의 집으로들 돌아가는 건 좀 아닌 듯

허전한 마음에 마트에 들러 찬거리를 사면서 나도 모르게 술안주 재료를 주섬주섬.

 

내가 이럴 때가 아닌데..라는 생각 때문에 책을 통 못읽다가 다시

이것저것 책이 읽어진다.

한꺼번에 여러 책을 읽는 것은 역시 행복감을 가져다 준다.

오전에 책장 정리를 하다가 2014년 노트를 발견했는데

거기 이런 말이 있었다.

 

"문학 작품에 행복한 사람들은 다루지 않습니다.

 행복한 사람들은 문학을 안 읽어도 되기 때문입니다."

 

도서관에서 들었던 <제인에어> 강의 메모다.

그 때 읽은 <제인에어>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는 사후에 작품성을 인정받고 독일문학사에 끼어든 작가라고 하는데, <미하엘 콜하스의 반란>을 읽으며 남성다운 문체에 확 끌렸다. 카프카가 그의 작품을 좋아하여 작품집을 세 번이나 읽었다고도 한다. 어떤 기운, 작중인물이 문체에 기운으로 스며 있는 듯한 정정당당한 문체가 좋았다. 부북스의 책으로 읽고, 다른 번역도 보고 싶고 다른 작품도 읽고 싶어서 창비를 다시 빌렸다. 도입부는 부북스의 느낌이 더 좋지만, 중간 내용들은 창비의 번역이 더 매끄러운 곳도 많았다.

 

 

16세기 중반 하펠 강가에 미하엘 콜하스라는 말장수가 살았다. 그는 어느 교사의 아들로 올바르면서 또한 지독하기로 당대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물이었다. 이 비범한 사내는 서른 살까지는 훌륭한 시민의 모범이라고 할만 했다. 지금도 이름이 그 자신과 같은 마을 콜하젠브뤼크에 소유한 농장에서 그는 자기 사업으로 편안히 먹고 살았다. 아내에게서 얻은 자식들을 부지런하고 정직하게 크도록 신을 경외하면서 교육했다. 이웃 중에 그의 정의로운 행동이나 호의적인 행동에 기쁨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한 마디로 그가 가진 한 가지 미덕을 지나치게 고집하지 않았더라면, 온 세상 사람이 그를 기리며 축복할 만했다. 그러나 정의감이 그를 강도로 또 살인자로 만들었다. <미하엘 콜하스의 반란>부북스 7쪽

 

16세기 중엽 하펠 강가에 미하엘 콜하스라는 말장수가 살았다. 훈장의 아들로 태어난 이자는 당시 누구보다 올곧으면서도 무시무시한 인물로 손꼽혔다- 이 범상치 않은 사내는 서른살까지만 해도 선량한 백성의 귀감으로 삼을 만했다. 이자의 이름을 따서 지금도 콜하젠브뤼크라고 불리는 마을에서 농장을 하며, 여기서 기른 말을 내다팔아 남부럽지 않게 먹고살았다. 아내가 쑥쑥 낳아준 아이들을 올바르고 부지런히 살도록 길렀고, 하느님을 두렵게 여기며 섬겼다. 이웃 사람치고 운 나쁘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콜하스의 도움을 받지 않은 이가 없었다. 한마디로, 이 사내가 한가지 미덕만 덮어놓고 좇지 않았더라면 세상은 이 말장수를 길이 기억하여 기렸을 것이다. 그러나 정의감이 지나쳐 콜하스는 도적이자 살인자가 되었다.<미하엘 콜하스>창비.9쪽

 

 

 

 

 

 

 

 

 

 

 

 

 

 

 

이러면 안되는데, 필립 로스도 다시 잡았다. 욕심내지 않고 하루 50여쪽 씩만 읽어야지 하면서 시작한지 며칠 되었는데, 50여쪽은 어렵지 않지만 매일매일 읽는 것은 역시나 잘 안된다. 콜먼은 기존에 읽었던 필립 로스의 주인공들에 비해 덜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만 이제 시작이니 차근차근 읽어 가려고 한다.

 

보통의 경우 이 년 동안 죽어라 작업한 것, 일 년 동안 혹은 단지 반년 동안이라고 해도 죽어라 작업한 것을 재차 읽어보고 난 후 답보 상태에 빠져버린 작가가 자신의 작품 전체가 어떻게 손을 써볼 수 없을 정도로 방향이 빗나간 것을 알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작품에 호된 비판의 칼날을 내리찎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정상으로 회복되기 시작하는 데만도 몇 달씩 걸리는, 거의 자살 충동마저 느끼는 절망 상태로까지 약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콜먼은 그 책의 원고를 자신이 끝낸 초고만큼이나 형편없는 것이라며 미련 없이 포기해버림으로써, 그 책이라는 난파선에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이라는 난파선으로부터도 그럭저럭 헤엄쳐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휴먼스테인> 44쪽

 

 

 

 

 

 

 

 

 

 

 

 

 

 

 

 등대로는 지난 주에 읽었는데, 밑줄 그은 부분만 다시 읽기 하고 있다. 밑줄을 그으려고 헌책을 샀는데 (아직도 새책에 밑줄긋기는 힘이 든다) 밑줄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사상적으로는 그렇게 용감무쌍한 사람이 왜 실생활에서는 그렇게도 소심할까? 그는 기이하게도, 존경을 받음과 동시에 웃음거리로 보이는 것일까?

 

릴리는 가르치는 것과 설교하는 것은 인간 능력의 한계 밖의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그림 도구를 정리하고 있었다). 높은 곳에 도달하면 언젠가는 추락하게 마련이다. 램지 부인은 남편이 필요로 하는 것을 너무나도 쉽게 제공했다. 그분이 책 속에 파묻혀 있다가 우리들이 있는 곳에 와보면 우리는 전부 놀이를 하고 있거나 쓸모 없는 잡담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분이 사색에 빠져 있던 순간과 비교하면 얼마나 커다란 변화인지 상상해 보라 하고 그녀는 중얼거렸다.

<댈러웨이부인.등대> 288쪽

 

남편은 한없이 우울한 말을 입에 담았지만,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낸 직풍는 언제나 다른 때보다도 더 쾌활해진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남편의 그런 식의 말장난은 일종의 게임이라고 그녀는 생각하였다. 왜냐하면 그녀가 남편이 하는 말의 반 정도의 우울한 말이라도 만약 입 밖에 낸다면 벌써 그는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쏘아 자살해 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말장난이 그녀의 신경을 건드렸다. 그러나 그녀는 아주 무덤덤한 어조로 매우 아름다운 저녁이라고 말하였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앓는 소리를 하느냐고, 반쯤은 웃으면서 반쯤은 불평처럼 남편에게 물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남편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그는 아마 결혼을 안 했더라면 더 훌륭한 저술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는 중 일 것이다. <댈러웨이 부인. 등대> 317쪽

 

평소에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버릇인 남편 생각이 절로 나서 밑줄을 성의있게 그었던 부분이다. 이 부분 말고도 남편을 연상하게 하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시간관계상 패스.

마지막으로 요즘 나의 '밥맛있음'을 장려해주는 <솔직한 식품>을 인용하며 마무리한다.

 

 

이렇듯 어떤 식품이 몸에 좋은지 나쁜지는 그 사람의 건강상태와 해당 성분의 함유량, 실제 섭취량 등을 면밀히 따져보아야 판단할 수 있다. 몸에 이로운 몇몇 물질을 보고 장점만 이야기하거나 해로운 물질에 주목해서 단점만 이야기하는 것은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두가지 식품이나 성분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30쪽

 

다이어트의 진정한 목적은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몸을 만드는 데 있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필요한 정상 체중을 만들기 위해 살을 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건강을 해친다면 그것 역시 바람직한 다이어트라고 할 수 없다. 몸무게에만 집착하는 다이어트는 어리석은 일이다. 126쪽

 

이렇게 욕망에 충실한 사람들을 달래기 위해 흔히 쓰는 방법 중 하나가 희생양 만들기다. 몇가지 식품이나 성분에 죄를 뒤집어씌우고 그것만 피하면 살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희생양이 설탕, 지방, 콜레스테롤, 탄수화물, 밀가루, 정크푸드, 인스턴트 식품 등이다. 134쪽

 

아주 상식적인 내용은 다시 환기하고 몰랐던 부분들은 받아들이며 읽었는데 문장이 재치가 넘쳐서 많이 웃으며 보았다. 단락별 내용이 짧고 문장도 매끄러워서 전철독서 화장실독서 등 짧은 틈에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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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04-05 20:26   좋아요 0 | URL
‘솔직한 식품‘ 표지가 신선합니다.
청주엔 벚꽃이 점점 화사해지고 있어요.
잘 지내시지요?

2017-04-07 18:21   좋아요 0 | URL
넵 잘지내고 있습니다. 잘 지내시죠?^^
책과 함께 건강한 봄 보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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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자기가 사오겠노라고 댈러웨이 부인은 말했다. 루시는 루시대로 해야 알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들도 떼어내야 했고, 럼플 메이어에서 사람들이 오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하고 클라리사 댈러웨이는 생각했다. 얼마나 상쾌한 아침인가. 마치 바닷가의 아이들에게나 찾아오던 아침처럼 신선했다. 얼마나 유쾌했는지! 마치 대기 속으로 뛰어드는 것만 같았다!

(열린책들)

 

 

 

'꽃은 내가 사 와야지, 루시는 할 일이 많아 틈이 없으니까, 돌쩌귀에서 문짝들도 모두 떼어 놓아야 하는데, 그 일로 럼플메이어의 가게 일꾼들이 와 주기로 되어 있긴 하지만... 어쩌면 이렇게 멋진 아침일까, 바닷가에서 뛰노는 아이들에게 살랑거리며 불어닥치는 바람처럼 싱그럽지기만 하다.'

댈러웨이 부인은 생각했다. 어쩌면 이렇게 멋있을까? 대기에 몸을 내맡기는 싱그러움이란!

(청목)

 

 

책을 읽을 때가 아닌데, 어쩌다 보니 잡은 <댈러웨이 부인>은 그렇다 쳐도 <등대로>까지 내달리고 말았다. 심지어 <밤과 낮>을 몇 장 읽다가 안되겠다 싶어 덮었다. 세 소설이 헷갈리겠다 싶기도 하거나와 물리적인 시간을 낼 수가 없어서다. 도서관 책들이 집에 쌓여 있는 것도, 제 도서관으로 각각 반납하는 것도 일로 느껴져서 한동안 도서관을 다니지 않았다. 읽고 미련 없니 버리자?요즘 다시 중고서점에 꽂혀서  신천점에서 구입한 청목의 1994년판 <댈러웨이 부인>. 버릴 작정으로 밑줄을 마구 그으가며 읽었는데, 왠걸 이십여년 전의 책이 종이는 왜이리 좋으며 번역 또한 술술 읽힌다.

 

열린책들의 번역이 아주 깔끔했다면 청목의 번역은 조금 더 의식의 흐름을 살린 맛이 났다. 열린 책들이 그녀의 행위를 정확하게 읽어주는 느낌이라면, 청목은 화자의 생각이 주절주절 흐르듯이 내 뱉어지는 느낌. 둘 다 읽을 만했다. 열린 책들은 다 읽지는 않고 부분만 비교해봤는데 버리겠다고 산 이 책도 못 버리고, 열린책들까지 사게 생겼다.

 

후배에게 읽어보라고 권했더니 자기는 소설을 잘 못써서 이런 식으로 쓰는 듯한 서툰 느낌이 났다고 했다. 출간 당시에도 평이 갈렸으니 충분히 그렇게도 읽힐 수 있겠지만, 작가의 시대를 앞서가는 의식을 담는 그릇이 기존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소설의 형식으로 담아 낼 수 없었거나, 스타일 자체로도 틀을 깨고 싶었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서사를 따라가는 소설들은 그 나름의 이야기의 맛이 있지만 그런 소설들이 갖지 못한, 순간의 별 것 아닌 감정들을 다 건드려 주어서 참 좋지 않았냐고. 모더니즘이란 말은 굳이 쓰지 않았다. 너무 지적이고, 세련된 소설이다. 1924년에 출간되었으니 거의 백여년전이라고 해도 무방한데, 이 동시성의 느낌이라니...20대에 읽었다면 인생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읽게 된다.

 

 

 

 

 

 

 

 

주말을 누운 자세로 댈러웨이 부인에게 바치고 나니 병이 나는 느낌이어서 전철을 타고 연신내 알라딘에 다녀왔다. 친구를 만나 잠깐 걷고 연신내 알라딘에 있던 염상섭의 <삼대>를 사 올 작정이었는데, 막상 나와보니 바람이 차고 걸을 만한 날씨가 못되어 괜히, <삼대>를 비롯한 거의 새 책인 한국문학선집을 왕창 지르고 차를 마시고 가벼운 수다를 떨다 돌아왔다. 보태어 오늘의 수확은 절판 된 <영혼의 산1,2>권을 구입한 것이다.

 

 

 

 

 

 

 

 

겨울 여행을 다녀오고 병이 나서 봄에는 카자흐스탄에 야생튤립을 보러 가야겠다고 맘 먹었었는데, 어느 새 튤립이 져 버렸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접은 나를 발견했다) 튤립을 보려고 했다면 여행이 끝남과 동시에 준비를 했어야 하는 것을 2월 3월이 어찌 지나갔는지 모르게 정신 없이 지나가 버렸다.

 

뭔가 아쉬워 여행사에 근무하는 친구에서 교토에 벚꽃 보러 가는 상품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해 놓았는데, 6월 라벤더 피는 시절에 예술기행 가는 상품이 눈에 띈다. 프로방스에 라벤더 필 때 여행은 수 년 전에 검색만 하다 기회가 안 닿았는데, 마침  시인과 동행하는 예술기행을 기획한다니 미술관들도 당연히 들러 보리라 싶어 마음이 훅 당긴다. 세잔, 마티스, 피카소, 샤갈....이라니. 침이 꿀떡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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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7-03-27 02:08   좋아요 0 | URL
댈러웨이 부인~학창시절에 봐서 기억도 가물거려 다시 보고 싶네요. 프로방스 라벤더~사진으로만 봤는데, 실제로 보고 싶어요!^^

단발머리 2017-03-27 20:13   좋아요 0 | URL
저는 댈러웨이 부인,을 끝까지 못 읽고 포기했었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도전해봐야지~~ 하고 있는데 ㅎㅎ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계획은 그렇습니다^^

쑥님~~ 많이 바쁘시지요? 2, 3월도 금방 지나갔다 하시고, 알라딘에도 자주 안 오시고..
꿈섬님도 자주 안 오셔서...
저는 심히 심심하옵니다~~~